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방랑기객 5회/ 기이한 물건들 (3)
Home > 소설/콩트 > 여설하
방랑기객 5회/ 기이한 물건들 (3)
2007-11-22     프린트스크랩
▲ 일러스트/ 김정택
 

박일우는 촬영된 사진을 든 채 생각에 잠겼다.

해묵은 기보를 찍은 사진이지만 찢겨진 두 장의 기보는 아래쪽에 직접 쓴 페이지 숫자가 달랐다. 현현기경이나 관자보의 양을 볼 때 도면의 숫자는 상당했다. 그런 것으로 보면 이것은 상반된 두 개의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일 뿐 다른 의미는 없어 보였다.


게이꼬는 술병 안에서 작은 물체 하나를 찾아냈다. 은(銀)으로 만든 나비 모양의 머리핀 장식이었다. 왜 이런 것이 들었나 싶은 호기심에 그녀의 손길은 그것을 집어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이게 뭐죠, 박부장님?”

 

그녀가 몇 번을 뒤집어보다 박일우에게 건네주었다. 그 역시 처음 보는 물건이라 호기심 짙은 눈길로 만지작거렸다. 노리개라고 보기에는 너무 작고 귀여운 나비는 그녀 말처럼 머리 장식이 분명해 보였다. 한결같이 다른 색깔은 섞이지 않았지만 하나의 장식품으로선 아주 세련되고 품위가 있어 보였다.

 

그녀가 상품안내서를 읽는 동안 박일우는 장식품의 이곳저곳을 매만지며 이따금 흔들거나 코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녀가 더듬거리며 설명서의 글씨를 한국말로 웅얼거렸다.

 

“황후화 곁에 있는 것은…, 중국의 황후들이 장식품으로 머리에 꽂는 금보요(金步搖)다. 이것은 기력이 떨어진 황제를 위해 황후가 비상용으로 지니는 물건이다. 나비 형상의 이 물건의 몸통엔 요초분(搖草粉)이라는 누에나방을 이용한 강력한 미약이 담겨 있으므로 함부로 흔들거나 냄새를 맡아선 안 된다. 필요한 경우에만 흔들어 사용하는데 이때엔 반드시 남녀가 음양의 사랑놀이를 해야 별 탈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혈관이 터져 목숨을 잃게 된다.”

 

그녀가 놀란 낯으로 얼굴을 들자 이미 미약에 중독된 박일우의 얼굴이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얼른 뒤로 물러났다. 그 서슬에 등에 걸린 문이 요란스럽게 덜컥거렸다. 얼핏 들여다 본 안쪽엔 더블베드가 놓여 있었다.

 

“왜 이래요?”

 

그녀의 물음에 일우가 씨익 웃었다. 문을 닫으려고 돌아서자 정면 벽거울에 그녀의 모습이 비쳤다. 거울은 벽뿐 아니라 천장에까지 붙은 채 움직일 때마다 춤을 추듯 흔들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붉게 충혈된 눈동자는 미약의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극명하게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녀가 침실 입구에서 달아나려고 돌아선 것이 오히려 상대의 가슴에 뛰어든 꼴이 돼버렸다. 일우는 재빨리 그녀를 안은 채 베드로 다가갔다.

 

“비켜요! 비키지 못하겠어요!”

 

그녀는 머리를 흔들며 일우의 가슴을 쳤다. 그것이 오히려 일우의 손놀림을 부채질했다. 블라우스 단추가 풀리자 미끄러지듯 옷이 흘려 내렸다. 아래쪽은 얇은 슬립과 하얀 팬티 한 장 뿐으로 자락을 당기자 슬립은 쉽게 흘러내렸다.

 

“싫어!”

 

사내의 욕망이 바지 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재빨리 옷을 벗은 사내는 새우처럼 등을 꺾었다. 아래쪽엔 잔뜩 웅크린 게이꼬의 커다란 눈망울이 있었다. 어떻게든 사내의 손길을 벗어나려는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브래지어의 호크가 풀리자 어깨걸이로 벗겨졌다. 아직은 여물지 않은 가슴이 나타났다. 도톰하면서도 그리 크지 않은 융기의 첨단에는 갈색 젖무리와 핑크빛 꼭지가 솟아 있었다. 그것은 혀만 대도 녹아버릴 것 같은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이었다.

 

일우는 입술을 유방으로 가져갔다. 약간 솟아오른 돌기물을 혀끝으로 밀어가며 흡입하듯 가볍게 머금었다. 풋풋하고 비릿한 내음이 밀려들었다. 한손으로 허리 아래를 안아 올리듯 하다가 재빨리 팬티를 말아 내렸다. 게이꼬의 저항이 거칠어졌다. 잔뜩 상체를 웅크리고 두 다리를 강하게 붙였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강압적으로 눌러가는 식이다.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대신 얼굴엔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손톱자국이 생기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시간차 공격이다. 처녀 특유의 심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를테면 지치기를 기다려 천천히 요리하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난폭한 맹수라도 양순해질 타입이 있기 때문이다.

 

일우는 두 번째 방법을 사용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저항은 어느 정도 완만해지고 사납게 할퀴려든 손놀림도 느슨하게 풀어졌다. 이때다 싶어 반대쪽 어깨를 잡고 당겨 내리며 오른발로 그녀의 다리쪽을 눌러주었다.

 

“휴우.”

 

한숨이 새어나왔다. 약간의 공간을 만들자 그녀의 은밀한 부위가 시야에 들어왔다. 풀숲은 검고 풍부했다. 바짝 두 다리를 붙인 탓에 뚜렷하게 역삼각형을 그려낸 풀숲의 깊은 곳에서 미미한 음향(淫香)이 풍겨 나왔다. 감미로운 그 냄새는 중년 여인의 완숙미와는 판이하게 다른 타이트하고 감미로운 방향(芳香)이었다.

 

일우는 천천히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풀숲에 얼굴을 파묻고 여인의 냄새를 빨아들였다. 그러다가 다시 위쪽으로 오르며 젖가슴의 돌기물을 혀끝으로 감아돌렸다.

 

게이꼬의 입에서 희미하게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그녀 역시 금보요에 들어있는 미약을 흡입했었다. 그래서인지 싫다는 말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사내의 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러는 데도 여전히 그녀의 입에선 거부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약간 힘을 가해 다리 사이를 벌리게 한 후 엉덩이를 아래쪽으로 당겨내린 상태에서 힘껏 하복부를 밀어갔다. 그녀가 위쪽으로 상체를 비틀자 첫 슛은 헛발질이었다. 이번엔 왼손을 목밑으로 돌려 머리와 어깨를 고정시키고 그녀의 오른발 위에 체중을 얹었다. 한손으로 그녀의 왼발을 잡고 달아오른 불칼을 밀어갔다.

 

“아앗!” 

 

불칼은 좁은 통로를 거침없이 전진했다.

 

“그만, 그만요!”

 

그녀는 어떻게든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한 번 침입한 무뢰한은 도무지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 그녀가 몸을 움직일수록 한걸음 한걸음 기세 좋게 전진했다.

일우의 움직임은 리듬을 타며 흔들렸다. 강과 약, 깊음과 얕음…. 자유자재로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자 그녀에게 탈진 증세가 찾아왔다. 마구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처녀로서의 마지막 밤을 알리는 고별의 눈물이었다. 

 

한 차례의 열풍이 지나가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젊은이의 취향에 맞춰 설계된 이 모텔의 실내 장식은 손님의 움직임에 따라 밝기가 조절되는 게 특색이었다. 게이꼬가 일어나 글라스에 술을 따라 권했다.

 

“박부장님 한잔 하세요. 자세한 건 내일부터 알아보기로 하고.”

 

게이꼬가 잔을 부딪쳐 오자 박일우는 가볍게 응대하고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 순간, 목이 타들어가는 강한 느낌이 일어나며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순식간에 목안 전체가 옥죄는 듯한 느낌에 욱욱대는 괴성을 질러대며 목을 움켜쥔 채 탁자 위로 쓰러져 버렸다. 그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밀려나왔다.

 

게이꼬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처 마시지 못했던 술잔이 손에서 떨어져 나뒹굴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손에 입이 막힌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탁자 가까이 있는 스포츠머리와는 달리 검은 안경에 중절모를 쓴 사내가 건넌방에서 나타나 담배를 피워 물었다. 스포츠머리가 박일우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을 보며 게이꼬가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에요?”


말을 하는 쪽은 여전히 소파에 앉은 사내였다. 중절모를 깊숙이 눌러쓴 채 나이프로 손톱을 갉고 있었다.


“우리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 중요한 건 너희 목숨이 내 손에 달렸다는 거지. 우린 너희와 원한 없어. 아니 엄밀히 말해 박일우란 인간과 관계가 없지. 근데 말이야, 이 세상엔 너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해 원통하고 분통해 한풀이를 하기 전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 있다더구만. 자신의 힘으론 어쩌질 못해 결국 우릴 찾아와 자신들의 한을 의뢰하거든. 우린 쥐새끼 같은 그들을 잡아주는 얼룩고양이 들이고.”


이미 중독된 상태였지만 박일우는 사색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게이꼬는 활로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저 분이 잘못한 게 뭐에요?”


“아가씨가 묻는 게 아냐. 살고 싶음 내 말에 대답이나 해.”


게이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오기 전 알아보니 아가씬 여류기사야? 어떤가,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여기서 일어난 일은 절대 기억하면 안 돼. 아니 아가씬 여기 오지 않았어. 알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가. 무슨 말인지 알아?”


“네에, 약속을 지키겠어요.”


중절모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채근했다.


“어이, 준비됐음 시작해!”


스포츠머리가 마취수건으로 게이꼬의 얼굴을 덮었다.


“내일 아침까지 푹 쉬라구.”


그녀는 썩은 고목처럼 허물어졌다. 다시 중절모의 채근이 떨어졌다.


“저 자식 입에 붙인 테이프 떼어내.”


고통으로 인해 숨을 몰아쉬기도 힘들었다. 다시 또 하나의 약이 억지로 밀어 넣어졌다. 스포츠머리는 무후주를 통째로 박일우의 몸과 얼굴에 붓더니 밖으로 끌어냈다. 화물짝처럼 승용차 뒷칸에 구겨 넣고 퇴계로 쪽으로 빠져나갔다. 어둔 하늘에 천둥이 울고 빗발이 쏟아지고 있었다.



  • 페이스북
  • 구글+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트위터
이전 다음 목록
┃꼬릿글 쓰기
꾹리가아 |  2008-01-30 오후 12:27:4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믕 19세 이상가닷!!!!  
꾹리가아 |  2008-01-30 오후 12:28: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밀려나왔다. ...>

영감님 점이 맞는거 같기두 허구... ^^*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