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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2회/ 삼인행(三人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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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2회/ 삼인행(三人行) (2)
2007-08-17     프린트스크랩
 

둘째 날 - 타오르는 혼향(昏香) 속에서


칼끝이 들어간 깊이는 바로 곁에서 찌른 것으로, 상흔은 일(一) 자 형태였다. 만약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을 때 신랑과 맞닥뜨려 상흔이 생겼다면 그것은 당연히 곤(丨) 자 형태여야 했다. 그러나 상처는 그 찌름이 칼날의 3분의 2가 살을 파고 든 상태였고, 그곳이 지방덩어리를 피한 급소였다. 그러므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어느 정도 완력이 있고 이 댁 사정을 잘 아는 자가 분명했다.


장율하는 일단 식구들의 행적부터 조사했다. 피가 흥건한 살인 사건의 경우 당연히 핏물이 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손바닥이나 손등을 비롯해 피가 튈 수 있는 부분에 영초를 바르고 검안 하는 것이 순서였다. 아무리 씻어냈어도 강한 산성을 일으키는 초(醋)의 작용으로 피의 흔적은 드러나는 게 검험(檢驗)의 기본이었다.


부리는 상노(床奴)는 다섯이었다. 네 사람은 우직하여 시키는 일 외엔 반항스러워 보이지 않았는데 한 사람만은 예외였다. 나이 스물 셋으로 듬직한 몸을 지닌 사사(四絲)라는 청년이었다. 그는 집안에 없었다. 주인 나으리의 심부름으로 부산에 뭔가를 구하러 간 탓에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전말이었는데 사건이 나던 날 오후,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돌아온 것이다. 부산에서 올라오던 길에 흉한들을 만나 물건을 빼앗기지 않으려 싸우다 다쳤다는 말에 상전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건은 어찌 됐느냐?”


“한 가지는 구했습니다만, 다른 하난 못 구했습니다. 정태환 직장의 사인(舍人;집사)이 이틀 전 물건을 구해 돌아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면, 구한 것은 혼향뿐이냐.”


“예에.”


“수고 많았다. 그만 쉬어라.”


그 말만을 남기고 주인 나으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장율하가 다가섰다.


“들어서 알겠지만 신새벽 이 댁 새신랑이 칼에 맞아 죽는 일이 일어났네. 먼 길을 다녀온 것 같은 데 혹여 짐작되는 일이라도 있으신가?”


“글쎄요, 저 같은 위인이 짐작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집안일이니 이런 저런 얘기가 밖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스럽지 못하지만···, 어느 때부터 그런 소문이 돌았습니다. 탈을 쓴 이상한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은 세 명이 한 팀으로 되어 있고 어찌된 작자들이 한 여자를 세 놈이 공유한다지 뭡니까. 하도 신기해 반신반의 했습니다만, 집안에 생긴 우환을 보니 그 같은 말이 사실인 듯싶습니다. 자세한 것을 알려면 소향 아가씨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인은 몸이 너무 노곤해 이만 들어가 쉬겠습니다. 어느 때라도 부르시면 내가 아는 대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 데 장율하의 물음이 날아갔다.


“아참, 그 훈향 말이네. 어떤 물건인가?”


“여러 종류지요. 일테면 잡냄새를 없애주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방안에 뜬 퀴퀴한 냄새나 마음에 낀 여러 생각들을 없애주는 물건입니다.”


사사라는 사내가 몸채를 돌아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여인이 불쑥 튀어나왔다. 추월(秋月)이었다. 혼인은 하지 않았지만 이 댁 주인이 종년을 짝지어 주고 자신의 집에 거하길 바랐다. 그녀는 살랑 눈웃음치며 사내의 팔에 자신의 팔을 낀 채 응석을 떨었다.


“이녁이 오지 않은 바람에 목이 빠질 지경이우. 어찌나 보고 싶은지 잠 한숨 못 잤어요.”


“아하, 어쩐다. 내 몸이 이 모양이니 임자를 즐겁게 해 줄 수 없네, 더군다나 고약한 놈들이 내 양물을 걷어차는 바람에 그것이 부러진 줄 알고 어찌나 놀랐던지. 다행히 좋은 물건을 구하긴 했네만···.”


추월이의 표정이 시큰둥했다.


“내가 왜관(倭館)에 갔을 때, 거간꾼을 따라 우연히 기생집에 갔지 뭔가. 그곳에 있는 기생이 어느 날 코쟁이 영국이라는 나라의 배에서 내린 사내들을 만났는데 그 자들이 이상한 것을 가지고 있더란 말일세.”


“뭔데요?”


“글쎄, 들어 봐. 나에게 혼향(昏香;미혼향)을 구하러 왔느냐 묻지 않겠어. 그렇다 했더니 그걸 조금 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주겠다는 거야. ‘콘돔’이란 것인데 본래는 염소 쓸개주머니로 만들었다는구만. 이게 생긴 모양부터가 요상해요. 약간 투명한 듯싶지만 속이 약간 비치는 데 남녀가 방사를 치를 때 이것을 사내가 끼면 처음엔 좀 답답한 듯싶어도 여자에겐 더없이 좋다는 게야.”


“왜요?”


“생각해 봐. 그냥 사랑을 나누면 살과 살이 맞닿으니 금방 사정(射精)이 돼버리잖아. 그러나 사내의 양물에 끼우면 느낌이 천천히 전해지니 그 즐거움이 여인에게만 있는 게지. 안 그러겠는가. 내 어지간하면 향초 한 값을 치르고 구한 이 물건을 시험해 보고 싶은데 오늘은 안 되겠네. 근데 말이야. 사랑을 나눌 때 미혼향을 피워놓으니 그거야 말로 신선 나라에 가는 것이더구만.”


추월은 당장 실험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으나 몸이 아프다는 사내의 말에 입맛만 쓰게 다실뿐이었다. 잔뜩 우그린 얼굴이 펴진 것은 사내의 말을 듣고 나면서였다.


“오늘은 이곳저곳 다녀야 할 곳이 많으니 아마 내일 정오가 지나야 들어올 것이네. 그러니 문단속 잘하고 있게. 내 돌아와 자네를 귀여워 해줄 거니까.”


“그런 걱정일랑 염려 붙들어매슈! 하여간 빨리 돌아와야지 안 그러면 저 놈의 물건 모두 측간에 처박아 버릴 거유. 알았수?”


“이 사람 급하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인 나으리가 그렇듯 은밀히 사정 했으니 내가 나서는 게 옳은 일이지. 그것 때문에 멀리 부산까지 갔는데 집안에만 있을 수 없잖은가. 나으리께서 오죽 급했으면 쌀 쉰 섬에 해당하는 값을 치르고 옥합을 구하려 하겠는가. 그러니 아무 소리 말고 기다리시게. 내 금방 일을 끝내고 돌아올 테니.”


그날 해가 떨어질 때 이 댁에 자주 들리는 방물장수 곰보 아낙이 곰살스럽게 웃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추월이 자넨 복도 많네. 동갑내기 사내를 쥔 나으리가 천생배필로 주었다는 데 몸이 여간 튼실하지 않더구만.”


추월이가 눈가에 찬바람을 몰아가며 반문했다.


“그걸 어떻게 아시우? 남의 서방 눈여겨 본 이유가 뭐유?”


“아이구 사람하곤. 자네 앞에선 뭔 얘기를 못하겠다니까. 에잉, 내 그만 가겠네!”


“에이구, 그렇다고 그렇듯 앵돌아지면 또 두어 달이나 지나야 들를 것 아니우? 내 잘못했으니 그만 화 풀고 찾아온 용건이나 들려주시우.”

방물에 담은 물건 하나라도 팔 양으로 아낙은 마음자리를 넉넉하게 썼다. 그녀는 다짜고짜  전주에서 가져왔다는 참빗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걸루 머리에 낀 때를 벗겨내면 좋은 일을 만난다고 하네. 자네가 이것 하나라도 갈아주어야 얘길 하지.”


“그럽시다. 그것 몇 푼이나 가것수!”


방물장수 아낙이 금방 오호호호 헛웃음을 떨구며 추월이 귓가로 입술을 가져갔다.


“사실은 좋은 소식 아니우. 오다보니 다방골에서 어떤 사내와 이 댁 양반이 기생집에 들어가는 걸 보았수. 이참에 집에 들어오면 단단히 혼구멍을 내던지 아니면 사람이라도 풀어 뒷조사를 해 보구려. 다방골은 왜인들이 우리 같은 방물장수를 통해 이상한 물건들을 기생 년들에게 판다지 않은가. 그러니 그런 줄 알고 잘 처신하게.”


의당 입에서 욕설이라도 쏟아져야 할 판인데 추월이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흐르는 것을 보고 오히려 머쓱해진 것은 방물장수 아낙이었다. 그녀는 방물을 집어든 채 서둘러 추월이의 처소를 나와 버렸다.


‘도대체 그 웃음이 뭐야? 싫다는 것인지 좋다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여편네 같으니···.’


방물장수 아낙의 생각이 맞은 것일까. 이날 저녁상을 내오기 위해 사랑채에 들어간 추월은 촉촉한 눈길로 주인어른을 올려다보며 지나치듯 한마디 내놓았다.


“나으리, 오늘 제 서방 놈이 물건 하나를 가져 왔는데 아직 시험하기 전이랍니다. 남정네가 쓰는 물건인데 감히 신선 나라에 들어간다는 비싼 것이랍니다. 본인은 그것을 거간꾼들이 주어 가져왔다지만, 쇤네가 생각하기엔 상당한 금액을 치르고 구한 듯싶습니다. 서방의 말은 그것을 사용할 때 향초를 태우면···.”


더 이상 듣기 난감했는지 박한조(朴翰祚)는 짧게 끊었다.


“알았네.”


그만 돌아가라는 뜻도 되지만, 추월이의 말을 알아들었으니 오늘밤 찾아가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상대의 말에 대한 준비와 설레임의 답변이었다. 과연 그날 저녁, 박한조는 장차 사위가 될 사람의 죽음을 잊은 채 추월이의 농익은 몸부림을 만끽하였다. 처음 보는 물건을 쓴다는 게 어설펐지만 그것을 쓰면 가히 신선 나라에 들어간다는 말에 못이기는 척 받아 끼웠다.

역시 사사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평소와는 달리 영과 혼이 따로 분리되어 노는 듯 정신은 아뜩해지고 환희의 극점에서 남녀는 허우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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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mi |  2007-08-24 오후 2:0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ㅎ
옛날식 콘돔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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