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동’

‘주왕산에서’

물길 끝나는 곳이

무릉도원이라 했던

할아버지들의 옛말은 거짓말이다

이제 마을에는 뜯기고 헐린

어수선하고 스산한 집자리뿐

무성한 갈대들이

등 넘어돈 바람을 타고

서럽게 운다

우리 고장 모두 이꼴이라고

세상 두루 다닌 바람이

아무리 달래도 막무가내로

신경림의 대표시집 ‘길’은 1990년도에 창비사에서 발행되었다.

냉장고 냉동실에 파묻혀 모르고 있던 곶감봉다리를 발견한 것처럼 반가운 것도 더러있다.

신경림의 시집이다.

출간되면 무조건 구입하던 최승자시집의 아래에 시집 ‘길’이 보이길래 집어들고 아무장이나 둘춘다.

시집을 집어들었는데 머릿속은 타임머신을 타고 삼십여년전으로 날라간다.

젊었었지....

그건 이렇게 해야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런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마신돈과 피운돈만 모았어도 복리로 계산하면 에휴...그게 얼마여......부질없는 반성의 시간과함께 책장을 들춘다.

주왕산입구 대전사입구에서 둘렛길 ‘외씨버선길’의 출발점이다.

그 주왕산의 마을 내원동을 신경림은 시로 남겼다.

내원동은 한때 소학교도 있고 수백호가 살던 외진 마을이었다.

국립공원이 되고부터 마을은 서서히 사라지고 폐허들 저멀리에 멋진 둘랫길도 생겼다.

과거엔 노지심처럼 생긴 대전사의 머리깎은 산적들이 입장료를 받았지만 주차요금은 일반인으로 바뀌었다.

관내주민들은 무료지만 외지인들은 쏠쏠찮은 현금지불을 해야한다.

단 경내 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면 주차비는 무료이다.

또 삼천포로 빠지는 글빨이다.

젊은 날의 신경림은 늘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가난한사랑노래를 우리들에게 들려주었었다.

약 이십년전, 늙으막에 호암예술상(후원금3억원)을 받은 후론 그의 시를 못 보았다.

결국 ‘시’는 좀 가난해야 탄생되나부다.

삼성재단이 참 좋은 일을 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의 시를 그후론 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가난했던 시인이 비교적 유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었다면 다행이고 좋은일이다.

36생이니까 우리나이로 여든일곱...지금으로 쳐도 상노인다.

그의 시집 ‘길’은 많은 고장과 여러 인물들의 이름을 제목아래에 붙여 놓았다.

즉, 어느 고장과 어느 인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