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범인인 나같은 사람은 '어떻게 원수를 사랑해?' 라는 생각부터 

먼저 불쑥 나오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말이 굉장히 합리적인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원수를 미워하면 그 미움이 원수에게 향해서 

원수를 물리친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미워하는 감정은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고 협소하게 만들며 

기분을 다운시켜 하루의 생활을 망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반복되어 강화되면 

그것은 증오가 되어 먼저 자신에게 향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됩니다.

그러나 용서하여 미워하지 않게 되면 마음이 한량없이 커져 대인으로 만듭니다.

소인이 되는 것보다는 대인이 되는 것이 

자신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성인들의 말씀은 따를 수 없는 불합리한 말이 아니라 

굉장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말씀인 것입니다.

논어에 보면 자로가 스승인 공자에게 묻습니다.

"한 마디 말로 평생 실천할만한 게 있습니까?"

공자께서 답합니다.

"그것은 바로 서恕다"

이낙연 전 총리가 총선 유세에서 

'생각이 다르더라도 미워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내가 거인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겉의 생긴 것도 다르고 내면의 생각도 다릅니다.

만약에 모두 같아야 한다면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정치적 생각과 견해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비방하거나 비하하는 말을 하거나 욕설을 해댄다면

그것은 올바른 행위라고 할 수 없고 

그 내면의 생각 또한 올바른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남들이 자신에게 행한 것을 다시 남에게 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맞고 자라면서 폭력을 증오한 아이가 폭력에서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남에게 폭력적으로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살아오면서 가족이나 친구 그 밖에 타인으로부터 

좋은 경험만을 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경험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대체로 자기 성찰이 심각하게 결여된 사람이라고 봐야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하나 욕설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위의 원인이 남에게서 그것을 받았던 것에서 비롯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남에게 비하나 욕설을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남에게서 받았던 것의 되새김인 것이지요.

우선 나부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