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 읽는 법: 1차전에서 B팀 선수가 승리할 확률은 0.8이다. 따라서 1열에 0.8이라고 적힌 행은 1차전에서 B팀 선수가 승리한 경우, 0.2라고 적힌 행은 1차전에서 B팀 선수가 패배한 경우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2~7차전의 승패를 확인할 수 있는데, B팀의 2차전 승률은 0.7, 3차전 승률은 0.6, 4차전 승률은 0.5, 5차전 승률은 0.4, 6차전 승률은 0.3, 7차전 승률은 0.2이다. 2행(0.8×0.7×0.6×0.5)을 예로 들면, B팀의 시리즈 전적은 '승승승승'이다.
위 표에 나온 35개 경우의 수의 승률을 모두 합하면 B팀의 승률은 0.5가 나온다.
A팀과 B팀 모두 강한 순서, 혹은 약한 순서대로 선수를 투입할 경우에는
두 팀의 전력과 전략이 서로 일치하므로 역시 승률은 0.5이다.
따라서 어떤 순서대로 선수를 내든 시리즈 승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려하지 않은 변수가 있다. 바로 '기세'나 '흐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바둑 세계대회 결승 5번기 승부가 최종국까지 간 12번의 경우에서 4국 승자가 5국까지 기세를 몰아 우승한 사례는 7번이었다(승률 58.3%).
종목을 바꿔서 살펴보면,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MLB 월드시리즈가 최종전까지 갔을 때(40번) 직전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22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승률 55%). 한국시리즈는 최종전에서 승리한 7팀 중 4팀이 직전 경기 승리 팀이었다(승률 57.1%).
이 정도의 작은 표본을 가지고 단기전 승부에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연구의 목적을 위해 직전 경기의 승자가 다음 경기를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고 가정하자. 시리즈에서 승리할 승률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오더를 내야 할까?
A팀과 B팀이 각각 2명의 선수를 가지고 연승전을 한다. (흐름의 변수를 배제하고)각 팀의 에이스끼리, 혹은 약한 선수끼리 대결했을 때의 승률은 똑같이 50%이다. 에이스와 약한 선수가 대결하는 경우엔 에이스의 승률이 60%이다. 앞서 가정했던 상황과 비슷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다음 경기의 승률이 5% 올라간다는 것이다. A팀은 약체 → 에이스의 순서로, B팀은 에이스 → 약체의 순서로 오더를 짰다. 어느 팀이 올바른 전략을 짠 것일까?
B팀이 시리즈에서 승리하는 경우의 수는 OO, OXO, XOO의 세 가지이다.
첫 번째 경우의 수부터 살펴보면, B팀의 에이스가 1차전에서 A팀의 약체를 만나 승리할 확률은 60%이다. 2차전은 같은 실력의 에이스끼리의 대결이지만, 1국을 이긴 기세 덕분에 B팀 에이스의 승률이 55%까지 올라갔다. 따라서 B팀이 2판 만에 2승으로 시리즈를 끝낼 확률은 0.6×0.55=0.33, 즉 33%이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두 번째 경우의 수의 확률은 0.6×0.45×0.35=0.0945(9.45%)이고, 세 번째 경우의 수의 확률은 0.4×0.45×0.45=0.081(8.1%)이다.
따라서 B팀이 시리즈에서 승리할 확률은 0.33+0.0945+0.081=0.5055(50.55%)이다.
비록 큰 차이는 아니지만 강한 순서대로 투입한 팀이 그렇게 하지 않은 팀에 비해 유리함을 알 수 있다.
위의 계산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간단히 '앞 판의 흐름이 뒤 판으로 이어지므로 1차전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이해해도 된다.
이 발견은 바둑 연승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다양한 경기 방식에 적용할 수 있다. 카트라이더 등의 온라인게임 리그에서는 양 팀이 맵 선택권을 같은 수만큼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게임에도 흐름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첫 판의 맵을 선택하는 것이 마지막 판의 맵을 선택하는 것보다 조금이나마 더 유리하다.
올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는 3전 2선승제로 치러진다. 4일이면 시리즈가 끝나니 한 선발투수를 두 번 등판시킬 수도 없고, 감독들은 마지막 3차전을 위해 에이스를 아끼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전략적으로 좋지 못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냥 순리대로 에이스 → 2선발 → 3선발의 순서로 등판시키는 편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