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바둑 단행본 출간을 거의 단절했던 (재)한국기원에서 실로 오랜만에 바둑책이 나왔다. 2011년 6월, "장인어른 따라잡기(上)"란 이름의 이색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실은 성인들을 위한 바둑 입문서다.
글쎄, 말하자면 예비사위가 될 만한 젊은 남자들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것일까? 난데없이 젊은 남자들을 목표로 삼은 이 책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스물일곱살 동갑내기 여자프로기사인 이다혜 4단과 백지희 2단이 이 이색적인 책의 저자들이다. 두 기사는 2009년부터 매주 1회 이상 군부대를 방문해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이다혜와 백지희는 '처음 군 부대 보급을 할 때 교재로 삼을 만한 책이 없어 한 번 만들어 볼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군부대 바둑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고, 젊은 예비사위들을 목표로 했던 것이 맞다.
그래서 제목도 '장인어른 따라잡기'일까? 제목은 다음의 한 바둑까페에서 동호회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우연인지 그 회원또한 군인이었다고.
바둑입문책에 흔치않은 '스토리텔링'기법을 쓴 것도 이 책의 자랑이다. 주인공 왕대리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미래의 장인어른이 될 분에게 덜컥 바둑을 잘 둔다고 사기(?)를 쳤다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나온다.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한 왕대리의 좌충우돌 바둑 학습'이 이 책의 스토리인 것.
'신간서적 따라잡기'의 백미인 머리말과 후기, 가격표를 보자. 힘써주신 월간바둑 구기호 편집장께 뜨거운 영광을 보내는가 하면 멋진 그림과 글을 보태준 정성오과 이명옥, 이주배 사진전문기자, 서재학, 김성래 8단, 김진환 바둑학 교수 등 바둑계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뒷쪽에도 앞쪽에서 감사인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이 넘실넘실대며 흘러나온다. 그렇다. 이책에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함께했다는 증거다. - 그런데도 가격 만원, 싸다.
보통의 입문서가 바둑의 기본 개념 설명을 너무 짧게 하는 바, 이 책은 연결과 끊음, 단수, 따내기, 패, 수상전 등을 세심히 설명하고 1주일이면 바둑 한 판을 둘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글쎄 1주일만에 장인어른의 바둑실력을 따라잡아 결혼까지 갈 수 있을까?
현재 나온 것은 上권이고 내년 下권이 나온다고 한다. 글쎄 내년도의 책은 장인어른 길들이기일까? 미래의 젊은이들여, 이 책 한권으로 장인어른을 일단 따라잡아라, 그리고 내년에 하권이 나오면 장인어른을 길들여라, 나아가 장인어른을 갖고 놀던가....
참고로 월간바둑 7월호에 나온 두기사의 인터뷰 중 하나를 소개한다. "누나여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도 저를 여자로 안보는 것 같아요 " - 미래의 예비사위들이여 닥치고 돌격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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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따
하이디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