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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국 종반을 흔들림 없이 진행하며 덕수고 승리를 견인한 김보국이 검토실에 있던 동문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추억은 나눌수록 돌아온다.’
바둑이란 매개체로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 속으로 되돌아가 보는 고교동문전. 후원사 예스24의 <예스24바이백 서비스>에서 착안된 슬로건이다. 이 대회 성격에 딱 어울린다.
제9기 YES24.COM배 고교동문전(후원·예스24) 본선 32강전이 한창이다. 8월8일엔 이변이 나왔다. 평범한 전력의 덕수고가 강팀 광주제일고를 꺾고 16강에 올랐다.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덕수고가 2승1패로 승리했다. 1국에서 백으로 11집반승을 거뒀고, 2국에서 흑으로 3집반패했으며, 3국에서 흑으로 1집반승했다.
‘덕수고는 딱 집어 에이스라고 지적할 만한 인물이 없었지만, 광주제일고는 전국 규모의 아마추어 대회를 호령하던 신봉호, 심재욱 같은 거물들을 보유해 광주제일고의 우세를 많은 이들이 점치고 있었다.
1국은 오더의 승리였다. 광주제일고가 심재욱으로 하여금 종반을 맡게 했는데, 중반에 덕수고가 아주 우세한 국면을 만들자 판이 너무 기울어져 버렸다. 심재욱이 끝내기에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덕수고의 11집반승.
2국을 맞은 덕수고(김달수-김보국-김기유)는 2-0으로 끝낼 기회를 맞기도 했다. 광주제일고(황경남-신봉호-윤기룡)의 종반을 진행하던 윤기룡이 반상에 돌을 놓았다가 다시 들어 옆 자리에 놓았다. 일반적인 규칙에서는 즉시 반칙패다. 그러나 고교동문전은 이 경우 자체 규정이 있다. 상대가 판정을 호소해야만 반칙패가 된다. 덕수고 김기유는 이런 규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아무런 제스처 없이 대국을 지속했다. 이로써 반칙을 통한 승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형세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단박에 이길 찬스를 놓진 걸 놓고 검토실의 덕수고 동문들은 몹시 아쉬워했다. 이후로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광주제일고가 2국을 가져갔다(백3집반승).
▲ 상대의 무르기를 봐준 덕수고의 김기유(오른쪽).
그러고 나서 맞이한 3국. 이 최종국에 광주제일고(황경남-신봉호-심재욱)는 신봉호와 심재욱을 중반과 종반에 차례로 배치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역시 ‘전국구’ 신봉호는 노련했다. 세련된 행마를 구사했고 말끔하게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이때 덕수고(남도식-정필수-김보국)의 정필수가 흔들기에 나섰다. 판을 어지럽히며 용맹하게 싸우자 오히려 신봉호가 조금씩 밀렸다. 덕수고엔 정필수라는 숨겨진 보석이 있었다. 종반에선 김보국이 심재욱과 맞섰다. 김보국은 심재욱의 솜씨를 앞서진 못했지만 중대한 실책은 범하지 않았다. 중반의 우세를 잘 지켜냈고 마침내 덕수고의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었다.
▲ 덕수고엔 정필수(오른쪽)라는 보석이 있었다. 이름난 아마강자 신봉호와 중반 전투를 벌이면서 조금도 위축됨 없이 승기를 틀어쥐었다.
한편 9일 열린 춘천고와 목포고의 32강전에선 춘천고가 2승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1국에선 춘천고가 흑불계승을 거뒀고 2국에선 목포고가 흑으로 14집반승을 거뒀으며, 3국에선 춘천고가 백으로 6집반승했다.
본선은 전기 16강 자격으로 시드를 받은 고교동문팀과 예선을 통과한 16개 고교동문팀을 합친 32강이 토너먼트로 겨룬다. 지금까지 경신고, 대신고, 대전고, 경기고, 경복고, 덕수고, 춘천고까지 7개 팀이 16강에 안착했다.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의 가장 큰 특징은 릴레이라는 대회 방식이다. 세 명의 선수가 초반·중반·종반을 나누어 맡아 한 판을 완성한다. 3판2승제로 승부를 가리는데, 한 선수가 2판 이상 출전할 수 없도록 해 치열한 승부와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대국 시간은 각 팀당 25분. 이 때문에 시간 안배 역시 중요한 승리 변수다. 릴레이 방식은 대학동문전에서도 채택하고 있는데 바둑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둑 꿈나무를 후원하기 위한 캠페인도 대회와 함께 진행한다. 본선 32강부터 결승전까지 바둑 한 수당 일정 금액을 적립해, 형편이 어려워 포기하는 바둑 꿈나무들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지원금을 전달한다. 본선 32강전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1,243,200원이 모였다. 지난 대회 때는 총 5,063,040원을 네 명의 어린이들 - 문유빈(13세, 수원 원천초 6년), 권효진(11세, 안산 초당초 4년), 양종찬 양종진 형제(경기 군포 10세, 7세), 원제훈(10세, 서울 연가초 3년)에게 전달했다.
모교의 명예를 걸고 승부를 겨루는 대회! ‘제9기 YES24.com배 고교동문전’ 본선은 매주 금·토·일 밤 11시에 바둑TV가 방송한다.
▲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은 한철균 해설위원(오른쪽)과 유종수 진행자가 호흡을 맞추어 해설한다. 손동작의 의미는 '손가락하트'.
▲ 광주제일고 황경남과 덕수고 김달수가 2국 초반을 진행하고 있다.
▲ 아시아바둑연맹(AGF) 사무총장이기도 한 김달수(66)는 이번이 고교동문전 첫 출전이었다.
▲ 고교동문전은 팀당 25분을 갖는 타임아웃제로 진행된다. 타임아웃제는 흔치 않기에 선수와 스태프 모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 김성현 피디가 지휘하는 부조정실.
▲ 광주제일고 신봉호(왼쪽)와 덕수고 김보국이 겨룬 2국 중반.
▲ 김보국(65).
▲ '전국구' 강자 신봉호(62). 서울 시립대 경제학 교수다.
▲ 광주제일고 검토진.
▲ 모니터를 주시하며 검토에 열을 올리는 광주제일고 동문들.
▲ 짱짱한 아마강자, 광주제일고의 심재욱(61). 2011년에 제29회 덕영배 아마대왕전 시니어부에서 우승한 바 있다. 속기를 굉장히 즐긴다.
▲ 광주제일고 정영근 단장 "광주제일고는 고교동문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보자, 뭔가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나왔다."
▲ 고교동문전은 금·토·일 밤 11시에 바둑TV가 방송한다.
▲ 최후 승리를 얻은 덕수고가 박수를 치며 자축하고 있다.
▲ 김용선 덕수고 단장. "덕수고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고교로서, 최근엔 바둑에 강한 학생들을 받아들이자는 의지가 있다. 박태희, 김채영 프로기사도 덕수고 출신이다. 이번 32강전에서 김달수 선수, 김보국 선수, 정필수 선수를 중심으로 정말 모두가 잘해줬다. 8강에 한번 올라본 게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었는데 이번엔 4강을 목표로 삼고자 한다. 꿈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먹고 살겠다."
▲ "후배들이 하도 나오라고 해서 처음으로 고교동문전에 대표로 출전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김달수)
▲ 승리팀 덕수고에는 후원사 예스24에서 나온 신간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이 증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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