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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미래에서 과거로~
AI와 미래에서 과거로~
[기획/특집] 김수광  2018-12-31 오전 00:28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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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함께 과거의 인간바둑을 살펴보는 건 즐겁다.


2018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2016년 초 알파고가 출현한 이래 시간은 어느덧 3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알파고의 출현에 놀랐고, 경외감을 보냈으며 은퇴에 아쉬워했습니다. 또 다른 AI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고 여러 나라에서 개발된 AI들이 인간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신기한 대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바둑이론의 연구발표는 생각 외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AI가 보여주는 변화도가 인간이 해석하기엔 너무 수준이 높아서일 것이기도 하고 그런 만큼 일반 아마추어 바둑팬들이 이해하기엔 더욱 간극이 컸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참신한 발상과 신선한 자극을 끊임없이 던져주는 AI의 바둑이론 연구가 바둑팬들에게는 결국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정말 아쉬운 일일 것입니다. AI의 시각을 보다 우리 곁으로 가까이 두게 하는 방법은 과거 우리네 바둑을 인공지능이 해석해 보게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아직도 이 부분은 초기에 불과하겠지만 계속 부저런히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018년 연말, 인공지능의 시각을 함께 음미해보고자 합니다.


AI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인간의 바둑을 접한다면 AI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자신이라면 다르게 두고 싶다고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AI는 앞선 곳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아주 생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신도 딥러닝으로 훈련하면서 겪어봤을 고민과 시행착오들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제로 스타일을 따라 인간의 기보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독학한 AI들은 자신들끼리의 대전으로 수천년, 수만년치의 바둑학습을 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원시적인 바둑부터 세련된 먼훗날의 바둑까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뛰어난 수읽기와 형세판단, 그리고 창조적인 감각을 갖춘 AI의 안목으로 우리네 인간의 과거바둑을 비춰보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 작업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과거 바둑을 인공지능의 눈으로 되짚어보고 아마추어 중급자들에게도 널리 알리는 일은 꼭 필요하며 바둑이론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AI가 보여주는 최근 유행수법은 ‘결과물’이다. 수많은 정석과 변화를 생성·소멸시킨 뒤에 내뱉은 것이어서 그 변천을 들여다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그 과정을 지켜봐야만 인공지능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AI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지 않는 한 그렇게밖에는 ‘번역’할 길이 없다. 최근 유행수법만을 지켜봐서는 AI가 전하고자 하는 뜻의 일부만을 이해하게 되거나 막막하기만 할 수도 있다. 인간의 과거 바둑을 AI가 분석하게 해서 바둑의 원리를 모두 이해할 수 있게 하자는 욕심은 아니다. 어차피 바둑은 그 누구도 궁극의 해답을 낼 수는 없다. 유력한 변화를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AI가 인간보다는 바둑의 ‘궁극’에 가깝게 다가갔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궁극까지의 거리에 비하면 오십보백보일 것이다. 바둑에서 구현할 수 있는 변화의 경우의 수는 밤하늘의 별보다 많다. 은하엔 별이 1,000억개 정도 존재하는데, 그런 은하가 우주에 1,000억개 정도 있다. 별은 너무 많아서 세기가 어렵다. 바닷가의 모래알을 세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별은 우주에 10의 22제곱만큼 있다고 여겨진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모래알도 그쯤 된다고 한다. 그런데 딥마인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1승이라고 한다. 0을 늘어 놓아보면 이 정도 된다.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 .

전 NASA연구원이었던 배태일 박사는 "초당 2.3 곱하기 10의 152제곱의 속도로 경우의 수(바둑)를 탐색한다면 138억년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138억년은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우주의 나이다. 다시 말해 빅뱅 때부터 말도 못하게 빠른 컴퓨터로 계산을 시작했다고 해도 지금까지도 계산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바둑은 크기에 그 누구도 답을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신의 한수를 찾아 노력하는 입장이라면 AI는 인간의 동반자, 아니 조력자다. 아직까지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긴 하지만 AI와 함께 바둑의 신비를 찾아 떠나는 탐험은 즐겁다. 이번엔 우리의 현재 바둑이 아닌 과거의 바둑을 AI 의 눈으로 조명해 보려 한다.

그 전에 인공지능의 특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안목을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AI는 상상을 초월하는 타개능력이 있다.
AI는 웬만한 곤마는 내버려 두고 다른 곳에서 득을 본다. 타개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AI의 스타일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은 옷일 수 있다.

▼ <타개1> 알파고끼리의 대국. 백은 알파고제로, 흑은 알파고 리(AlphaGo Lee; 이세돌과 대국했던 알파고)다. 좌변에 검은 그랜드캐년이 생겼다. 백은 이곳을 깨고 싶다.

▼ <타개2> 삭감의 시작이다. 백1로 깊게 침투했다.

▼ <타개3> 13까지 백은 장난치듯 손쉽게 살아버린다. 그랜드캐년은 온데간데 없다. 시쳇말로 흑 진영을 '탈탈 털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흑이 너무 쉽게 받아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상대도 알파고다. 서투른 솜씨가 아니다. 알파고제로의 타개력이 뛰어나다고 할밖에 도리가 없다.

▼ <타개4> 백세모의 들여다봄에 흑1로 바짝 공격가면 배후로 돌아가는 백2가 경묘하다. 흑3으로 재차 포위망을 만들면 백은 6으로 흑의 허점을 파고든다. 흑은 7로 백 사이를 가르며 공격해 보지만 이하 22까지 백의 타개는 척척 진행되고 있다. 이어서-

▼ <타개5> 흑1로 계속 공격을 해오면 백2부터 수순을 따라 12까지 흑이 '닭쫓기를 멈추고 지붕을 쳐다봐야 하는' 신세다.

▼ <타개6> 앞서 <타개3>의 흑10으로는 지금처럼 흑1로 공격을 해보고 싶다. 그러면 백은 2로 움츠릴 것이다. 흑3으로 급소 공격을 계속 해보지만, 백은 6으로 받으면서 흑에게 끊기는 약점이 있음을 환기시킨다. 이후-

▼ <타개7> 흑1로 끊기는 약점을 간접 보강하면서 싸워온다면 백2로 틀을 잡아 백은 사는 형태를 갖추었다.


AI는 능수능란한 삭감을 보여준다
AI의 삭감 수법은 많이 관찰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위 상황의 변화에 발맞춘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 <삭감1> AI끼리의 실전이다. 우하와 중앙에 흑세가 깊다. 백이 1로 모양을 깨러 나서자 흑이 2로 협공했다.

▼ <삭감2>흑2로 느는 게 보통이다. 고수라면 이렇게 둔다. 상대에게 리듬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 <삭감3> 이어서 백1로 뛰는 것은 조금 무거운 것 같다. 이하 6까지, 차단을 피할 수 없다.

▼ <삭감4> 백1은 AI가 제시하는 삭감의 감각 중 하나다. 눈목자가 날렵하다. 흑은 2로 자세를 잡는 정도일 것이다.

▼ <삭감5> 흑1로 차단해 온다면 백으로선, 3-三도 비었으니 가볍게 처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 백2로 뛰어서, 흑3으로 들여다보면 이하 6까지 대처한다. 어디까지나 가볍게 움직인다는 태도다.

▼ <삭감6> 사실 중급자들에게 더 무서운 것은 흑2, 4의 차단이다. 무리인 줄은 알아도 우격다짐이 더 무섭다. 어떻게 응수하는 게 좋을까.

▼ <삭감7> AI는 백1의 맥점을 추천한다.

▼ <삭감8> 이어서, 백2에 흑3으로 뻗으면 백4로 또 붙인다. 백4를 발견하신 분 있는가? 김지석 9단은 백4가 일감이라고 한다.

▼ <삭감9> 이어지는 전개로, 흑1로 받으면 백으로 흑 두점을 잡는다. 흑3엔 백4.

▼ <삭감10>흑1로 흑 두점을 살린다면 백은 백2로 좋은 형태를 갖춘어 만족한다.


스피드
이제 본격적으로 과거 바둑을 보러간다. AI가 인간의 과거 바둑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것은 우선 행마의 속도다. 인공지능은 굉장히 발이 빠르다. 인간의 기풍으로 본다면 이창호 9단보다는 조훈현 9단에 가깝다. 또 어떤 때는 다소 무리같아 보이는 변화를 강행해서라도 선수를 잡으려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스피드1> 1995년 제7회 동양증권배 결승1국(백 이창호 7단, 흑 마샤오춘 9단)이다. 덤은 5.5집이었고 186수 만에 이창호가 백불계승했다.

▼ <스피드2> 백1, 3 그리고 흑2, 4는 갈라침과 1립2전의 조합으로 서로 닮았다. 이 시절엔 이런 견실한 포석이 유행했다.

▼ <스피드3> 계속되는 실전진행이다. AI 등장 이후, 흑1~5까지의 정석은 실전에서 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 <스피드4> 백1은 이창호 스타일. 지나치게 견실해 보이긴 하지만 이상할 정도는 아니다. 흑2도 무난한 감각이다. 아니 흑2 외에 다른 게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AI는 이 시점부터는 생각이 좀 많이 다른 모양이다.

▼ <스피드5> AI는 실전의 진행이 너무 속도감이 없다고 본다. AI라면 지금처럼 백1로 다가서겠단다. 그리고 흑도 2로 붙여서 빠르게 변을 차지하는 것을 노린다. 그건 그렇고 흑의 8과 14는 참으로 장관이다. 단단한 성문으로 잠근 것이 아니라 날림공사를 해놓은 것 같은데 귀를 지킨 것이란다. 얼기설기 헝겊으로 둘러쳐 죽지 않게만 해놓고 흑16의 큰 곳을 차지한다. 엄청난 스피드다. 그러곤 백19와 흑20이다. 중앙으로 서로 솟아오른다. 그나저나 우상귀의 흑은 정말 걱정없는 걸까.

▼ <스피드6> 가령 백1로 침공해 온다면 이하 흑12까지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백15로 찔러오면 흑16으로 받는다.

▼ <스피드7> 3-三으로 쳐들어오면 어떻게 받을까. 흑2, 4, 6으로 백을 변으로 넘겨주면 된다. 이후 흑12까지 탈출한다. 이하 28까지 사는 데는 염려없다.

▼ <스피드8> 다시 실전이다. 백1부터 4까지 아주 단단한 진행이다. 이후 백5도 느리지만 견실하다. AI는 다른 감상을 내비친다.

▼ <스피드9> AI라면 앞서 <스피드8>의 백1로는 지금처럼 백1로 붙이겠단다.

▼ <스피드10> 흑1로 젖히면 이하 4까지 백은 빠른 속도로 하변에 크게 전개를 한 뒤 흑이 5로 지키기를 기다려 백6으로 흑진을 눌러 놓은 뒤 백10의 큰 곳으로 달려간다. 스포츠카 같은 AI의 행마들이었다.


귀 → 변 → 중앙
AI는 은근히 원칙주의를 고수한다. 바둑의 기본 원리는 귀에서 변으로 변에서 중앙의 순으로 차지하라는 것이다. 원칙을 잘 파괴할 것 같은데 AI가 생각 외로 이 원칙에 철저함을 보게 된다.

▼ <귀 → 변 → 중앙1> 1960년에 둔 바둑. 제5기 최고위 결정전 5번기 4국이다. 정선인데 선번이 사카다 에이오, 후지사와가 백이다. 이 바둑은 272수 만에 백이 9집승을 거뒀다.

▼ <귀 → 변 → 중앙2> 정선이라서 흑2로 두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당시에도 후지사와는 이 수는 그래도 너무 수동적이라고 보았다.

▼ <귀 → 변 → 중앙3> 후지사와는 흑1로 협공해 오는 걸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면 이하 7까지 흑으로선 백을 세차게 공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수순대로라면 훨씬 능동적인 구상이고 좋다. 그런데 백6은 어딘가 수상하지 않은가?

▼ <귀 → 변 → 중앙4> AI는 앞 그림 6으로는 백3으로 누르겠다고 한다. 이하 백7까지 이 백은 큰 공격을 당하는 형태가 아니다. 비단 AI가 아니고 사람이라도 이런 구상을 할 것 같은데 후지사와는 왜 마늘모에 구애받고 있는지 이해가 좀 가지 않는 대목이긴 하다.

▼ <귀 → 변 → 중앙5> 그리고 AI는 애초에 마늘모가 아니라 지금 백1처럼 날일자로 어깨를 짚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백13까지 백의 모양이 힘차다.

▼ <귀 → 변 → 중앙6> 이후 실전. 서로 귀와 변을 부지런히 차지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 흑의 다음 수는 독특하다.

▼ <귀 → 변 → 중앙7> 흑1이 실전이다. 백 모양을 삭감하고 흑 모양을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흑1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는 것은 참 어려울 것 같다. 다만 AI는, 자신이라면 흑1로 두지 않고 그냥 좌하귀를 날일자 정도로 지키겠다고 한다. 귀 → 변 → 중앙 순으로 두는 바둑의 원리에 충실하겠단다.

▼ <귀 → 변 → 중앙8> 실전에서는 백1, 3으로 받았고 흑은 4까지 중앙에서 모양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백도 5로 삭감을 들어왔다. 흑은 공격을 시작해서 8까지 진행되었다. AI는 이 진행과는 전혀 다른 구상을 보여준다.

▼ <귀 → 변 → 중앙9> AI는 흑세모에 대한 대응으로 백1, 3, 5를 두고 싶다고 한다. 3선과 4선으로 대응했다. 세 수는 모두 상대돌을 활용하는 수이기도 하고 멀리서 흑세모를 포위하는 형상이기도 하다.

▼ <귀 → 변 → 중앙10> 흑이 1, 3 등으로 정비하고 나서면 백은 이하 16까지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AI는 생각보다 중앙 공격을 서두르지 않는다. 이런 배석이라면 중앙을 너무 일찍부터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 <귀 → 변 → 중앙11> 또 이후 진행으로는 중앙 흑에 대한 대응으로 AI는 백1 이하의 변화도 제시한다. 백9~19까지 뒤늦게 삭감에 나섰어도 상변 흑 모양을 훌륭하게 견제하고 있다.

▼ <귀 → 변 → 중앙12> 실전에선 중앙 접전이 펼쳐졌다. 후지사와 슈코는 백1로 둔 것을 후회했다. 흑2의 공격이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백1로는 A로 완만하게 삭감하는 게 좋았겠다고 털어놨다.

▼ <귀 → 변 → 중앙13> 백1처럼 입계의완의 정신을 살려 백7까지 두었더라면 백이 보다 쉽게 자세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지사와의 얘기다. 한데, AI는 이 대목에서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인다. 중앙은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의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백이 깊게 들어오든 얕게 들어오든 직접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아 AI는 직접 공격을 포기한다. 다음 그림이다.

▼ <귀 → 변 → 중앙14> AI는 그저 흑1로 차지하고서 훗날을 도모하는 건 어떠냐고 한다. 백2로 모양을 정비하면 흑은 이하 백12까지 적당히 백을 살려주고 흑13과 같은 큰 자리를 차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 <귀 → 변 → 중앙15> 조금 더 진행된 실전이다. 중앙에서 백은 두칸으로 뛰었다. 흑은 1로 바짝 공격을 갔다. 백은 안위를 돌보기 위해 어딘가 손질을 해야 할 것 같다. 흑1까지는 실전이다. 그런데 이때도 AI는 이 중앙은 걱정 없으니 변이나 차지하고 있으라고 한다. 2~6까지 말이다. 이하 18까지 되고 보면 삭감을 간 중앙 백 두점은 어느덧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 <귀 → 변 → 중앙16> 반대로 생각하면 흑도 앞그림 흑1처럼 공격하는 것은 공격을 너무 서두른 셈이 된다. 그래서 AI는 지금처럼 백 두점을 공격하지 말고 흑1로 귀를 키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면 백도 백2~14까지 변을 차지한다. 이제 남은 숙제는 중앙 공격이다. 흑15에도 백은 천하태평하다. 16으로 변을 지키고 있다. 흑17까지 오니 진짜 이제는 백이 뭔가 보강을 해야할 것 같은데...

▼ <귀 → 변 → 중앙17> AI는 지금 백1,3 으로 두어 타개에 나서면 된다고 한다. 이하 15까지 백이 안형을 갖춘다. 함정이 있다면, 이런 강한 타개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 AI와 동일한 타개능력이 필요하단 얘기는 아니다. 이렇게까진 아니어도 보강 타이밍을 조금 늦추는 방향으로 응용하면 되겠다.


평면보다는 입체
전통적인 바둑이론에서도 포석단계에서 평면보다는 입체를 이루는 데 중점을 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의식적으로 평면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 <평면보다는 입체1> 1969년에 둔 바둑. 제16기 NHK배 쟁탈 토너먼트다 덤은 5집반. 흑이 후지사와 호사이, 백이 후지사와 슈코다.

▼ <평면보다는 입체2> 백1~4까지 고전 정석이다. 이 정석은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흑의 수법이 정말 괜찮은 것이냐 하는 거였다. 귀에 흑돌 세개 들였지만 그리 활발한 맛이 없다는 점에서였다. 그런데도 정상급 기사들은 이 정석을 사용하고 또 사용했다.

▼ <평면보다는 입체3> AI라면 앞 그림 흑2로는 지금처럼 흑1로 누르고 싶단다. 이하 15까지는 평범한 전개이고, 배석을 고려해 백16엔 흑17로 젖혀서 23까지 변과 귀를 바꿔치는 변화를 택한다.

▼ <평면보다는 입체4> AI는, 실전처럼 마늘모를 고수할 요량이라면 흑2로 두어 변에서 힘이라도 보태라고 한다. 흑이 마늘모로 단단하게 힘을 비축한 만큼 귀로 달려서 작은 실리를 얻을 게 아니라 뭔가 얻어내라는 뜻이다. AI는 이하 17까지를 참고도로 제시한다. 백15와 17은 AI답게 화려하다. (참고로, 백1은 실전과 다르게 두었는데 날일자와 더불어 정석 중 하나다. 지금 국면에서 눈목자를 한 이유는 흑4를 예상하고서 들여다보는 점이 남아있다고 보아 날일자보다 한칸 더 벌린 것이다.)

▼ <평면보다는 입체5> 실전이 좀 더 진행되었다. 백1로 흑의 벌림 사이로 침공했다. 그리고 흑은 2로 다가선다. AI는 백1로는 좀 다르게 두고 싶다고 한다.

▼ <평면보다는 입체6> 백1의 어깨짚기다. 이하 11까지 백이 힘차 보인다.

▼ <평면보다는 입체7> 이후 실전이다. 백1로 다가섰고 이하 5까지 중앙을 향해 한칸뛰기 경쟁이 벌어졌다. 이 시절에는 이 변화들이 치열하다고 봤을지 모르겠다. AI는 백1로는 전혀 다른 발상을 보여준다.

▼ <평면보다는 입체8> AI는 지금처럼 어깨를 짚고 싶다고 한다.

▼ <평면보다는 입체9> 그러곤 백12까지 좌변을 차지하겠단다. 이후 백14도 흑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행마다. 백의 행마가 입체적이다.

▼ <평면보다는 입체10> 인공지능은 또 다른 감각으로 백1의 어깨짚음도 제시한다. 흑2로 받으면 백3으로 또 붙여서 이하 11까지다. 역시 입체적이다.


다가서기
꼭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건 벗어나기가 보통 어려운 관념이 아니다. 손빼는 시점이 뜻밖인 경우도 있다. 지금이 그때이겠느냐고 AI가 두뇌를 가볍게 두드려준다.

▼ <다가서기1> 1990년대 바둑이다. 흑1로 다가서는 수는 현대바둑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최근에도 쓴다. 상황에 따르겠지만 흑1의 쓰임은 의외로 미묘한 구석이 있다. 얼핏 박력있어 보이는데 상황에 따라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흑1에 백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 <다가서기2> 뜻밖에, AI는 손을 빼는 게 좋다고 제시한다. 그동안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A를 밀어올렸다. 어떻게든 흑이 봉쇄하는 걸 막아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AI는 그냥 마음도 가볍게 손 빼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1로 귀를 파는 정도(이하 5까지)이지 않겠느냐고 한다.

▼ <다가서기3> 흑1, 3, 5로 누르는 후속수단이 강력한 것 같은데, 백이 선수를 잡고 6으로 선착하므로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 <다가서기4> AI는 이런 배석이라면 초반부터 중반 내내 A자리는 별로 신경 쓸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가령 흑1로 뛰어 놓고 3, 5로 눌러서 중앙을 크게 부풀리더라도 백이 정작 삭감하는 자리는 6, 8이라는 것이다.

▼ <다가서기5> 그런데도 백2로 밀어올리겠다면?

▼ <다가서기6> 흑은 1, 3으로 늘어두게 되는데, 백이 우변에 약간 도움을 줄 수 있을 수 있으나 상변은 어느 정도 상대를 튼튼하게 해주게 된다. 흑으로선 고맙다. 참고로 백도 A의 약점을 신경 쓰진 않는다.

▼ <다가서기7> 흑은 끊어봤자 얻는 게 많지 않다. 오히려 백2를 불러들여서 우변이 약해진다.

▼ <다가서기8> 더군다나 흑1로 단수치는 것은 더욱 해선 안 된다. 발이 느린 것도 문제이지만, 백2 등으로 노골적으로 주변에서 어슬렁거려도 흑은 축머리 때문에 괴롭기만 하다. 백2는 당장 둘 수도 있다.

▼ <다가서기9> 흑은 A가 아니라 1로 붙이는 게 이 경우의 틀이다.

▼ <다가서기10> 백1은 흑이 손빼면 눌러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백은 우변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배석이다. 좌변에 흑도 바짝 육박해 있다. 이때 백1로 다가선 것이다. 배석이 달라졌지만 이번에도 AI는 손빼는 것을 추천한다.

▼ <다가서기11> 흑2로 밀어올리는 게 보통의 정석책이 가르치는 응수다. 이곳을 백에게 눌리기 싫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백3으로 압박해오면 다시 4로 젖혀서 봉쇄를 피한다. 백5에 흑6은 끊김을 방지하는 호구 이음이다. 이하 흑10까지는 어떻게든 고개를 중앙 쪽으로 내밀겠다는 생각이다. 이후 백은 11 정도로 지켜두어 서로 무난하다. 여기까지가 정석책이 가르치는 바다.

▼ <다가서기12> 과거 정석의 가르침으로는, 앞 그림 백5로 지금처럼 백1로 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 백2로 받아야 하며 이하 흑8까지의 진행을 예상해 본다. 이 변화 역시 흑백 서로 팽팽한 흐름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 모든 변화에 위화감을 느끼는 듯하다.

▼ <다가서기13> 우선 좌변 변의 백 한점이 다가와 있는 만큼 언젠가 백을 공격할 수도 있을 터인데 흑세모들은 먼저 나서서 좌하 백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 <다가서기14> 이런 경우 AI는 아예 백1로 이단 젖혀버리겠다고 한다. 이 참에 약했던 백을 한껏 보강하겠다는 뜻이다.

▼ <다가서기15> 흑은 1로 느는 것이 최선인데 그 사이 백은 2로 이어 두텁게 정비해 뜻을 이뤘다. 또한 백세모를 너무 염려할 것은 없다. 흑 모양의 급소를 들여다보고 있는 형태라서 크게 공격당하지 않는다.

▼ <다가서기17> 흑1로 굳이 백 한점을 삼키려하면 백2로 다가서서 버린다. 흑이 백을 삼키려면 흑3과 같은 악수를 두어야 하며 백4 뒤에도 한 번 더 보강해야 한다.

▼ <다가서기16> 이후 흑1로 붙이는 진행이 된다 하더라도 이하 10까지 백은 훌륭한 형태를 갖출 수 있다.

▼ <다가서기18> 백이 이단젖힐 때 흑이 1로 호구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하 4까지 백이 중앙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 <다가서기19> 봉쇄를 피해보겠다고 앞 그림 흑1로 지금의 흑1로 호구쳤다간 큰일난다.

▼ <다가서기20> 백1, 3, 5의 맥점으로 흑이 제대로 걸려든다.

▼ <다가서기21> 흑은 4로 양단수라도 쳐야하는데 백은 5에 두어 귀의 흑을 잡고 큰 실리를 얻는다. 이하 백15까지를 예상해볼 때 백의 실리에 반해 흑의 소득은 볼품없다.

▼ <다가서기22> 흑1로 단수쳐도 똑같은 수단으로 걸려든다.

▼ <다가서기23> 뒤늦게 알아채고 흑3로 변신해 보지만 백8까지 역시 백의 실리가 크다. 중급실력의 기객 중에는 흑의 세력도 꽤 괜찮은 것 아니냐 하고 의문이 드는 분도 있을 것이다.

▼ <다가서기24> 그러나 이 그림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후에 백은 1로 빠지는 수가 있는데 흑은 2로 잡아야 한다. 그럼 3으로 더 활용하여 4까지 진행된다. 흑 모양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 흑은 빵따냄 3개와 호구가 엉겨붙은 꼴이다. 중복도 이런 중복이 없다.

▼ <다가서기25> 처음으로 돌아와서 AI가 제시하는 최선은 '무대응'이다. A자리는 흑에게도, 백에게도 시급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 <다가서기26> 인공지능은 좌측은 손을 빼고 흑1로 침입하는 정도로 두라고 한다. 백6이 얼핏 강력한 것 같지만 백은 10까지 후수를 잡게 되므로 흑은 먼저 11로 눌러서 충분히 백 모양을 견제할 수 있다. 따라서 백도 6을 두진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백도 6자리를 두진 않는다. 이게 AI의 생각이다.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
악수라고 전혀 감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세월이 지난 뒤에도 모를 수 있다. 형세에 극도로 민감한 AI면 악수를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1> 1990년에 둔 바둑이다. 제29기 최고위전 도전5국. 덤은 5집반. 흑이 이창호 4단 백이 조훈현 9단인데, 이창호가 262수 만에 흑으로 반집승했다.

▼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2> 소목협공에서 백1, 3의 두칸행마는 역사가 오래된 수로 이때도 유행했다. 흑4에 백5는 '절대'로 보아도 좋다.

▼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3> 계속되는 실전진행이다. 흑은 1, 3으로 밀고서 흑5로 두어 상변을 선점한다. 이하 백8까지 올드팬이나 프로지망생들에게는 눈에 익은 진행일 것이다. 정석과도 같은 포석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인공지능은 예상 밖의 지적을 한다. 일찌감치 백이 우세한 진행이라는 것이다. 흑1과 3은 백을 두텁게 해주는 악수라고 한다. 3선에서 밀어 4선을 늘게 해주고 있다. 어쩔 수 없으면 몰라도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수레 뒤 밀기는 나쁘다'의 개념이다. 이것은 인간의 이론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흑1, 3이 좋지 않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다.

▼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4> 우변을 받지 말고 그냥 상변에 흑1로 벌리겠다는 게 AI의 견해다. 그럼 우변을 백에게 막힌단 말인가?

▼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5> 백1로 눌러 막으면 AI는 흑2, 4로 아무일 없다는 듯 받아두겠단다. 놀라운데 이치에 맞다. 백은 나와끊는 곳을 방비해야 한다. 그냥 지키기는 싫으니 간접책을 택할 것이다.

▼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6>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 백1로 흑을 공격해서 이하 11까지 백도 안정했다. 이하 13까지면 호각의 진행이다. 인공지능은 흑이 수레뒤밀기를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두어야 초반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수레 뒤는 밀지 않기로7> 흑1로 붙일 때 백2로 두는 별책도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바둑이다. 흑에게 수레 뒤를 밀 생각은 없다.


금기
어떤 대상에 대한 접촉이나 언급이 금지되는 일을 금기라고 한다. 바둑에서도 금기시 되는 수가 있다. 하긴 중세 일본에선 3-三도 금기시 되는 수였다. 이따금 금기는 사고를 크게 제한한다. 금기를 깨면 넓은 우주가 보인다.

▼ <금기1> 흑의 중국식포진이다. 초급자가 아니라면 중국식포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대중적이다. 이세돌 9단과 2016년에 대국했던 알파고-일명 '알파고리(AlphaGo Lee)'는 중국식 포진을 애용한다. 중국식 포진은 귀와 변 사이의 간격을 적절히 벌려놓고 상대가 쳐들어오길 기다린다. 들어오면 강공을 펼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호전적인 포진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백은 중국식포진에 대항할 때 근접전을 조심하려고 한다. 그래서 A, B, C처럼 넓은 곳에 두는 걸 볼 수 있었다.


▼ <금기2> 선생님들이 가장 두지 말라고 하는 지점은 백1의 곳이다. 들어가는 순간 흑이 자체로 협공을 가한 상태에서 백이 손뺀 꼴이어서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 <금기3> 흑1로 붙여서 백2로 늘게하여 백을 무겁게 만든 뒤 흑3으로 공격하면('공격은 날일자로'라는 기훈이 있다) 백이 벌릴 곳이 없다. 1립2전을 해야 하는데 A로 벌리기엔 너무 좁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랜 기간 백의 이런 침투는 금기시돼 왔다. 한데 인공지능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 <금기4> 백2로 둔 뒤에도 흑과 백의 싸움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게 AI의 설명이다. 게다가-

▼ <금기5> 백에게는 1이라는 더 강력한 수단이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설명처럼 흑이 주도권을 잡는다든지 하는 건 쉽지 않으며 그 과정은 험난할 수 있다고 인공지능은 주장한다. 흑이 이 변화를 잘 수행해내려면 엄청난 힘을 갖춰야 한다. 다음 그림을 보자.

▼ <금기6> 백이 8로 씌운 뒤 변화 중 하나다. 우하귀에서 시작된 전투가 반상 전체로 번지고 있다. 대사백변이나 눈사태형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복잡하다. 해설가들이 이 변화는 기피할 것 같다. 연구해보실 분들은 참고해 보기 바란다. 참고로 초반에 흑이 장문 등으로 중앙 백을 잡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을 밝혀둔다.

▼ <금기7> 지금부터는 인공지능의 설명이다. 우선 백1의 눈목자행마는 이 형태에서 백의 유력한 대응 중 하나다.

▼ <금기8> 그러면 흑1로 바짝 다가서서 백의 근거를 뺏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분도 있을 텐데, 흑1은 결과적으로 말해 좋지 않다. 백2의 급소를 당하기 때문이다. 이하 백14까지를 상정해볼 때 백이 활발한 결과다.

▼ <금기9> 도중에 흑1로 차단하면 어떻게 될까. 흑이 귀의 백을 끊어잡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하 백12까지 백이 중앙을 철저히 막으며, 흑은 죄임을 당하므로 흑에겐 더 좋지 않은 결과다.

▼ <금기10> AI는 부분적인 최선으론 흑1이 좋겠단다.

▼ <금기11> 백1로 받아주면 흑2로 두어서 이하 10까지 이건 흑의 주문일 것이다.

▼ <금기12> 흑세모의 공격에도 급소는 A가 아닌 백1의 어깨짚음이다.

▼ <금기13> 흑이 2, 4로 미는 정도다. 그러면 백5까지 백이 두텁고 우세하다.

▼ <금기14> 흑은 1로 두어 백 두점을 삼킬 수도 있다. 그러면 백은 2, 4로 외곽에서 활용한다. 흑 귀에는 아직 맛이 있다.

▼ <금기15> 백1로 당장 뒷맛을 추궁하는 것은 의외로 대단치는 않다. 백이 11을 생략할 수 없어서 흑이 우하를 선수로 처리한 뒤 흑12 등으로 둔다. 백의 뒷맛 추궁이 너무 급한 느낌이다.

▼ <금기16> 백은 1로 귀를 파는 정도로 좋다. 흑도 6으로 뒷맛을 없애는 정도겠다. 서로 둘만한 형세다.

▼ <금기17> 흑이 속도에 욕심을 내어 1, 3으로 둔다면 백2로 말미암아 귀의 뒷맛이 작용한다. 백10이 힘차다. 백14에 흑이 15로 받아야 하므로 백이 아주 순조롭다. 이어서-

▼ <금기18> 백은 7까지 죄어서 선수로 산 뒤 백9로 우상 흑석점을 선공해서 우세하다. 흑은 우변 흑 5점이 끊기는 약점도 남아 있다. 흑이 망한 결과다. 흑이 잠시라도 넋을 놓으면 이처럼 된다.

▼ <금기19> 백은 변화 도중 백1을 먼저 들여다봐서 응수를 물어볼 수도 있다. 흑2로 두면 양쪽을 다 방비하는 것 같은데, 훗날을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 <금기20> 더 진행되고 백세모가 오면 백1과 같은 수단이 생긴다.

▼ <금기21> 흑1로 받으면 백2로 웅크려서 이하 14까지 흑 귀에서 골치아픈 패가 나타난다. 흑으로선 조심해야 할 게 많다.

▼ <금기22> 백1의 모자씌움은 호방하면서도 좋은 수 중 하나다.

▼ <금기23> '모자는 날일자로 벗어라'라는 기훈을 따라 흑1로 받는다면 백2로 건너붙여 싸우는 게 유력하다.

▼ <금기24> 흑의 귀와 하변 백이 수상전 형태로 겨루는 접전이 된다. 이하 44까지 흑에게 세력을 내주지만 귀는 백이 차지하는 변화인데, 백이 유리하다. 참고로, 수순 중 흑17대신 호구를 하면 흑이 귀를 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흑17로 두어 백이 하변에서 2선으로 기게 하는 게 부분적으로 좋다는 게 흑의 판단이다.

▼ <금기25> 백 두점과 모자 사이가 좀 먼 것 같은데 그 사이를 흑1로 가르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백2가 좋은 대응이다. 흑은 3으로 늘고-

▼ <금기26> 백은 1로 한번 더 밀어 흑2와 교환한 뒤 백3으로 흑을 포위한다. 흑4가 강력한 도전인데 겁낼 것 없다. 이하 백11까지 끊으면 된다.

▼ <금기27> 흑은 3까지 포위해 올 텐데 백4로 붙이면 흑을 제압할 수 있다. 이하 14까지 백이 우세한 결과다.

▼ <금기28> 흑1, 3으로 붙여끈다면 백4로 붙여서 이하 10까지 진행하면 백은 다 연결할 수 있다.

▼ <금기29> 이하 8까지 백은 중앙을 두텁게 정비할 수 있어서 우세하다. 흑은 이후 9정도로 둘 것이다.

▼ <금기30> 흑1 자리는 상당한 급소다. 백은 2로 연결한다.

▼ <금기31> 흑1로 한칸뛰면 백도 우상귀에 침투해서 백16까지가 예상된다. 서로 어느 쪽의 우세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형세다. 지금까지의 참고도를 살펴봤을 때 적어도 백이 불리해지거나 주도권을 뺏기는 상황은 하나도 없었다. 팽팽하거나 백이 약간 기분이 좋은 정도가 주를 이뤘다. 백이 정면으로 싸워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 <금기32> 아껴뒀던 백2가 드디어 나왔다. 느는 응수보다 더 까다롭다. 흑으로선 머리에 지진이 난다.

▼ <금기33> 우선 흑1, 3처럼 나와 끊는 게 부분적으로 최강수다.

▼ <금기34> 백은 거의 1로 밀어서 흑의 응수를 묻는다. 흑은 귀에서 어떻게든 받아야 한다. 지금처럼 흑2로 오른쪽을 받으면 이하 9까지 백이 우변 흑의 어깨를 짚고 나오는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는데 백이 약간 활발하다.

▼ <금기35> 흑이 귀를 지키는 방향이 1이라면, 백은 2로 우변 흑에 붙이는 수가 유력하다.

▼ <금기36> 흑의 응수는 다양하다. 먼저 1, 3처럼 둔다면 백도 우변을 활용했으므로 백4로 하변 쪽을 움직여서 싸움을 키운다. 흑5엔 백6으로 모양상의 급소를 차지한다. 백이 활발하다.

▼ <금기37> 흑1로 젖히는 싸움이 더 치열하다.

▼ <금기38> 백1은 흑2 쪽으로 오게 하는 리듬을 구하는 수다. 흑2를 기다려 3으로 단수친다. 이하 흑10까지 우변 공방이 이뤄졌고 백은 11에 두어 제압당한 백 두점의 활용을 엿본다.

▼ <금기39> 흑1, 3, 5로 두어올 텐데, 이하 백6까지 백이 기분 좋은 초반이다.

▼ <금기40> 애초에 흑3 때 백이 A자리를 막지 않고 바로 4에 두는 것도 일책이다.

▼ <금기41> 흑은 당연히 흑1로 돌파할 텐데 백은 2로 젖힌다. 백은 이하 13까지 충분한 활용으로 외세를 쌓은 뒤 14에 걸쳐서 활발한 흐름이다.

▼ <금기42> 지금까지 중국식포진의 좁은 공간에 백이 침투해 왔을 때의 변화를 살펴봤는데, 이 변화를 다 살피려면 끝도 없다. 다만 이렇게 간단하게 알아본 것만 봐도 흑에게 일방적으로 좋은 변화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인공지능은 백1로 걸쳐왔을 때 흑의 응수로도 쓸만한 수를 제시한다.

흑2의 마늘모다. 일명 슈사쿠의 마늘모라고 하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서 바둑의 규칙이 바뀌지 않는 한 불멸의 호착이 될 것이라고 알려진 그 수다. 적어도 이렇게 두면 흑이 잘 말려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백1로 좁은 곳에 걸치는 변화를 알아본 것은 백1이 쓸만한 수임을 알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런 수에 대한 AI의 태도를 봄으로써 인공지능의 사고방식을 엿보려는 것이다.

▼ <금기43> 슈사쿠의 마늘모 이후 인공지능의 예상도다. 흑은 미래의 유행을 따라 부지런히 3-三을 판다. 흑12까지를 볼 때 흑세모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슈사쿠의 마늘모는 꼭 두어야 하는 절대적인 수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볼 수는 있다는 얘기다. 바둑의 세계는 미래와 과거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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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향기 |  2019-01-02 오전 12:38:00  [동감0]    
와우,,, 이런건 연재로 조금씩 우려 먹어도 되는데 걍 한방에 ~
책 한권 내셔도 될듯..
레지오마레 |  2019-01-01 오후 1:08:00  [동감0]    
361로 바둑판에 펼펴지는 거대한 우주적 스케일과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검은 심연.
한 편의 명작을 감상한 기분.
cs1108 |  2019-01-01 오전 11:36:00  [동감0]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기네요.
우리가 바둑책에서 봤던 세기의 묘수들이 여럿 있는데(사카다, 오청원, 조치훈..)
과연 AI도 그 장면에서 인간의 그 묘수를 그대로 둘지? 한번 시뮬레이션해보고 싶네요.
소수겁 |  2018-12-31 오후 2:08:00  [동감0]    
인공지능 누구를 이용해서 분석했는지 모르겠지만 (췌이일까?) 좋은 시사점을 주는 글이군요.전문기사라면 지금까지 자신의 바둑 전부를 인공지능에게 한번 테스트받아봄직 하겠네요. 물론 기풍의 차이나 이런게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정말 큰 복기공부가 되겠네요.
가만놔둬 |  2018-12-31 오후 2:19:00  [동감1]    
오랫동안 이런 글이 안올라와 사이트를 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내용으로 보아 꽤 많은 시간 애쓰셨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이런 컨텐츠가 있어냐 바둑전문 사이트겠죠. 2018년 좋은 컨텐츠 1위! 감사합니다.
돌잠 |  2018-12-31 오전 11:07:00  [동감0]    
이런 특집, 너무 좋습니다. 지속적으로 게재되면 좋겠습니다.
소석대산 |  2018-12-31 오전 9:53:00  [동감0]    
스크롤 압박이 엄청나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검은 심연 속에 던져진 백1을 봤을 때 이 무슨 엉뚱한 수인가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AI의 수읽기가 참 무섭습니다.
프로기사들은 다른 이의 기보는 차치하고라도
자신이 둔 바둑 수백~ 수천판만 AI로 복기해본다 해도
엄청난 공부가 될 듯 싶습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수읽기가 가물가물했던 국면을 AI가 시원스럽게 해결해줄테니까요.

그나저나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를 스승으로 깍듯이 모시고
누구보다 열심히 AI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나비 |  2018-12-31 오전 9:31:00  [동감0]    
김수광님의 글 꼼곰히 잘 보았습니다.
신선한 접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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