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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마니아의 다리우스 가족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의 바둑축제에 참가해 꿈같은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원한다면 남극에라도 가겠다는 이 부부의 이야기는 우리가 접하고 생각하는 바둑의 가치를 한번쯤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
8월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강원도 인제군에서는 7회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회 이틀째 오전대국을 마치면서 입상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입상을 하면 신나고 설령 못해도 즐거운 게 바둑축제다. 특히 멀리 외국에서 날아온 선수 35명과 동반여행한 11가족에겐 더욱 그렇다. 이번엔 눈에 띄는 외국 참가선수와 가족으로만 화보를 꾸며 보았다.
▲ 대회 첫날 개막식 직전 대형대진판 앞에서 마주친 가족. 낯이 제법 익은 얼굴들이다.
▲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난해 8월초 63빌딩 별관에서 열린 14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에 참가했다가 조혜연 9단에게 바둑 조언과 지도기를 받으며 무척 즐거워하던 루마니아에서 온 도브라니스(Dobranis) 가족이다.
‘두 아들이 가자면 남극도 간다!’ 지난해 공주에서 열린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첫 방한한 도브라니스 가족은 월간바둑과의 인터뷰에서 바둑을 좋아하는 아들 둘이 원하는 한 어디든 가겠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도브라니스 부부는 바둑을 전혀 모르기에 더욱 인상 깊었다.
그 네 식구가 모두 바둑여행을 온 경우라 특별히 바둑방송(K-TV)의 인터뷰 요청도 받았다. 영어가 서툴다며 엄마는 극구 빠지겠다 했지만(아들이 통역) 취재진의 집요한 설득으로 결국 “You Win!" 소리를 받아냈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와 한화생명배 어린이국수전이 이어지는 8월에는 2주간 휴가를 내고 온 가족이 13시간을 비행해 루마니아에서 한국에 왔다. 물론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럴 것이라며 특히 어머니 로디카 씨는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취하며 “내가 매우, 간절히 더 원한다!”고 말했다.
장남 다리우스(Darius) 15세. 8세에 처음 바둑을 배웠지만 실력은 9급이다. 어울림부에 출전했다. 기력은 동생 데니스(Denis)가 더 세다. 1급으로 초등저학년부에 출전했다. 4세 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형을 따라갔다가 먼저 기리(?)가 트인 동생은 바둑이라면 ‘환장’한다고.
다리우스 가족은 한국은 정말 멋진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바둑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고, 역사와 전통은 물론 자연경관도 빼어나며 한국사람들은 누구나 친절하다고 치켜세운다. 지난해 공주에서는 박물관이나 한옥 등 주로 실내적인 것들을 음미했다면 두 번째 방한한 올해는 자연경관을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 막내 데니스의 대국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 바실레 도브라니스 씨와 형.
▲ 통역도우미에게 루마니아에서 갖고 온 목걸이와 초콜릿을 선물하는 자상함도. 한국인들의 친절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 대회 첫날 사물놀이패의 축하공연에 루마니아 가족은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 축하공연 시간에 형제가 나란히 상품도 타고.
▲ 초등저학년부에 출전한 동생 데니스가 4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쁨에 들뜬 부부는 사이버오로 사이트에 올린 기사를 소개하는 기자에게 자기 아들이 위너라며 무척 자랑했다. 어머니가 아들의 대진표를 휴대폰에 담고 있는 모습.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 가문의 영광, 나라의 자랑! ^^
▲ 이 소녀? 사진을 찍고 나서도 한참동안 여자애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독일소년. 초등유단자부에 출전한 아르베드 피트너(Arved Pittner). 1단 기력이다.
▲ 동행한 아버지(Thomas Pittner) 씨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아들을 보살폈다.
▲ 아들이 바둑이 잘 안 풀렸는지 샘물을 벌컥벌컥.
▲ 국후 아들을 앞에 앉히고 패인을 분석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지나가던 박성균 심판위원이 함께 복기했다.
▲ 이틀째 대국 시작 전 잠시 가진 인성교육시간에는 경품도 탔다. 뒤에 자랑스럽고 놓고 대국. 대국 몰입도만큼은 대단했다.
▲ 대국 외의 시간에는 마치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부자지간.
독일의 바짓바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치맛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출전한 파이샬 우마르 피트라(Faishal Umar Fitrah, 12세 남, 초등유단자부)와 라피프 시드키 피트라(Rafif Shidqi Fitrah, 14세 남, 세계청소년부) 형제의 어머니 마를린다(Marlinda) 씨다.
▲ 그동안은 인도네시아의 이들 형제를 아버지가 데리고 왔는데 올해는 어머니가 왔다. 하지만 대국 끝나고 아들을 도와 결과를 체크하는 것부터 전혀 아버지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어머니가 더 용감하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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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청소년부에 출전해 4라운드 대국을 모두 마친 형은 동생이 나머지 대국을 끝낼 때까지 한켠에 앉아 바둑연감을 놓아보며 기다렸다. 언제 어디서나 열공모드. 세계청소년부에 출전한 형은 2승2패로 19명 중 9위를 차지했다.
이번엔 삼형제다. 이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베트남의 바둑형제. 베트남 최초의 프로기사가 되겠다며 2년째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형 보 녁 밍(Vo, Nhat Minh, 14세)과 이번에 베트남에서 온 동생 보 두이 밍(Vo, Duy Minh 12세), 막내 보 덕 밍(Vo, Duc Minh) 삼형제다. 맏형은 세계청소년부에, 동생은 초등유단자부에, 막내는 바둑꿈나무부에 출전했다. '3형제 모두 바둑을 가르치고 있는 어머니'로 사이버오로에서 소개한 바 있는 티 단 하(Thi Dan Ha) 씨는 올해 오지 않았다.
▲ 베트남 국기 앞에 나란히 앉아 기념촬영한 형제. 누가 형이고 동생일까?
▲ 동생 보 두이 밍의 대국 모습. 과묵한 형과 달리 활달하고 재기가 넘치는 스타일이다.
▲ 형 보 녁 밍은 최강그룹인 세계청소년부에 도전했지만 전패를 당했다. 지면서 느는 법이니 당장의 성적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바둑엔 항상 최선만 있을 뿐이다.
▲ 그렇지만 바둑꿈나무부에 출전한 막내 보 덕 밍(Vo, Duc Minh)이 형들대신 4전 전승으로 우승해 섭섭함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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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