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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티셔츠를 입고 '부메랑'을 들고 출전한 사나이
'훈민정음' 티셔츠를 입고 '부메랑'을 들고 출전한 사나이
호주 부메랑 팀의 데이비드 보핑거 씨 인터뷰
[김인국수배 ] 정용진  2017-11-05 오후 06:11   [프린트스크랩]
▲ "젓가락질도 잘해요!" '훈민정음' 티셔츠를 입고 와 눈에 띈 호주의 데이비드 보핑거 씨.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얼른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어보이는 포즈를 취한다. 한국음식도 잘 먹고 젓가락질에도 능숙하다는 걸 자랑하듯.


11월 4일부터 5일까지 전남 강진에서 11회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바둑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아쉽다고 해야할지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올해 참가자가 지난해(340여 명)보다 다소 줄은 280여 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사정을 살폈더니, 고고도 미사일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선수들의 참가가 줄은 데다 북한 핵문제로 불안감을 느낀 일본 동호인들이 방한을 꺼린 탓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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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푸른눈의 서구 바둑인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슬로바키아와 호주에서 출전한 선수들이다. 특히 3일 전야제에 까만바탕에 황금색 글자를 새긴 ‘훈민정음’ 티셔츠를 입고 앉아있는 호주선수가 눈길을 확 잡아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도 보기 힘든 훈민정음 티셔츠를 갈색머리 서양인이 입고 등장했다. 저 사람은 과연 훈민정음이 뭔 줄, 써진 글의 뜻이나 알고 착용한 것일까.


호주 ‘부메랑’ 팀 선수로 출전한 데이비드 보핑거(David Bofinger) 선수였다. 호주는 매년 교민들로만 한 팀을 구성해 오다가 이번에 현지인 두 명을 초청해 두 팀을 꾸려 왔다. 교민들로 구성된 팀이 캥거루 팀(서학범, 이원중, 최용재, 홍완표)이고 데이비드 보핑거 씨와 친구 앤서니 퍼셀(Anthony Purcell) 두명에 교민 류재룡, 손창업 씨가 가세해 부메랑 팀을 하나 더 만들어 출전했다.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캥거루’를 팀명으로 한 것은 퍼뜩 납득이 가는데 부메랑(Boomerang)이라고 지은 까닭이 궁금했다. 대국할 때도 호주 국기를 쥔 자그마한 캥거루 인형과 더불어 제법 큼직한 부메랑을 바둑판 옆에 마치 수호신마냥 떡하니 놓고 두었다. 알고 보니 부메랑은 호주 원주민들이 캥거루를 사냥할 때 사용하는 무기(화살)여서 팀명으로 짝을 이뤘다고 한다. 교민들은 쿠알라란 팀명을 생각했으나 데이비드 씨가 웬 쿠알라냐며 부메랑을 강력히 주장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 바둑기자 30여 년에 곁에 부메랑을 놓고 바둑 두는 사람을 보기는 또 처음이다.

기력은 데이비드 씨가 아마3단, 앤서니 씨가 아마4단이다. 데이비드 씨는 농업분야에 종사하는 어그리컬처(Agriculture) 엔지니어로 물리학을 전공한 박사이고, 동행한 앤서니 씨는 해수면 상승을 리서치하는 연구원이다. 데이비드 씨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고 앤서니 씨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훈민정음 티셔츠를 입고 온 데이비드 씨에게 바둑을 어떻게 배우게 됐냐고 물어보았다.

“대학생 때 학교도서관에 2급 수준의 홍콩사람이 근무했는데 그에게서 처음 배웠다. 당시 학교 서클에서 가장 잘 두는 사람이 아마2단이었다. 이후 ANU대학에 다닐 때 바둑을 잘 두던 앤서니를 만나 이후 무수한 트레이닝을 받게 되면서 9년 동안 13급에서 3단으로 늘었다.”

캔버라에 있는 ANU대학은 호주에서 알아주는 명문 국립대학이다.

▲ 호주의 부메랑 팀. 오른쪽 맨 안쪽이 앤서니 씨, 그 옆이 데이비드 씨다.

▲ 대회장 입구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호주 팀.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앤서니 씨. 가장 왼쪽이 데이비드 씨다.

그나저나 입고 있는 훈민정음 티셔츠는 어디서 구입한 것이고, 무슨 뜻인 줄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다 알고 있다. 호주에 사는 한상대 씨가 준 거다. 한국음식도 웬만한 것은 다 잘 먹는다. 김치만 빼고...”

데이비드 씨가 대회 첫날 1회전에 나설 때도 훈민정음 티셔츠를 입고 출전할까 궁금했다. 해서 가장 먼저 사진을 찍으러 가 보았더니 이번엔 ‘이락(Iraq)’의 상형문자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이락(이라크)이다. 고대문명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 대국날에는 고대 상형문자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온 데이비드 씨.

오랜 바둑친구인 데이비드, 앤서니 씨는 강진에 오기 전 시드니를 출발해서 중국 항저우를 먼저 들러 거기서 열린 중국대회에 참석하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고 해 두 대회가 어떤 차이점이 있냐고 물어봤다.

“항저우는 전 세계에서 300명이나 참가한 대규모 대회였고 여기(강진)는 참가국가가 몇나라 안된다. 하지만 좋은 점은 훨씬 잘 두는 사람이 많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 전야제가 열린 강진의 유명 한정식집에 도착한 호주팀이 대회 심사위원장인 양상국 9단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 슬로바키아에서도 4명의 선수가 왔다.

▲ 최동은 초단에게 지도다면기도 받고...

▲ 슬로바키의 전통복장 색상일까...흰색 의상을 입고 출전했다. 이반 오라베치(5급), 라이슬라프 팔렌카르(5급), 밀란 야드롱(1급), 미로슬라프 폴리악(1단) 씨 4명이 한팀을 이뤘다. 기력은 비록 약하나 무슨 문제가 될까. 바둑을 둘 수 있는 곳, 거기가 친구의 집 아니겠는가. 한국의 '제주7번기' 팀과 대국하기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는 포즈를 취했다.

▲ 바둑은 말조차 필요없는 세계공용어.

▲ 외국선수들은 대회가 끝나고 강진에 하루 더 머물며 관광에 나선다. 강진만 생태공원에서 펼치고 있는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에도 가볼 예정이다.

▲ 강진만 생태공원을 수놓은 갈대밭. 부단히 남하 중인 한반도의 가을은 이즈음 이곳에 모여든다. 강진만의 가을갈대는 갈소리를 낸다.

▲ 강진은 지금 바둑축제 중.

▲ 시내 곳곳, 골목 골목 음식점에서도 바둑을 만난다.

○● 열한번째 김인국수배 우승은 다시 '강진스타일' ☜ 대회 최종소식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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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270 |  2017-11-05 오후 9:32:00  [동감0]    
강진 김인국수배 참가자들 대단 하심, ㅋㅋㅋㅋ
내년엔 나도 꼭 강진에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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