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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환. [PHOTO | SINA바둑] |
박정환 박영훈의 '박박대결'에서 박정환이 먼저 웃었다.
이들이 대국한다면 불꽃 튀는 창겨루기보다는 부채권 같은 우아한 바둑이 나올 것 같았는데, 과연 그랬다.
초반은 박정환이 연구해온 신수가 반상을 아름답게 수놓았는데, 박영훈이 부드럽게 맞받았쳐서 중반은 팽팽했다. 어디가 큰곳인지 모를 판단력의 싸움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승부 예측이 어려웠다. 그러나 종반으로 치닫을 수록 박영훈이 여러 차례 손해를 보았고 그것을 의식한 박영훈이 버티는 흐름이 되었다. 이때 박정환의 결정력이 빛났다. 상중앙 대마의 숨통을 끊었다. 바둑도 동시에 끝났다.
박영훈-박정환.
이 바둑을 사이버오로에서 해설한 강승민 6단은 "수준 높은 대국이었다. 박정환 9단의 중앙에 대한 깊은 형세판단 능력을 알 수 있었다. 박영훈 9단은 불리할 때 마치 이겼다는 듯이 두었는데, 좀 더 강력하게 버텼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이 한판을 되돌아 봤다.
6월 25일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泰州)시 춘란국빈관(春兰国宾馆)에서 열린 제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3번기 1국에서 박정환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133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며 춘란배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 박영훈.
이날 승리로 박정환 9단은 통산 네 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자 첫 춘란배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으며 박영훈 9단과의 상대전적을 18승 8패로 벌렸다.
춘란배 결승3번기 2국은 26일 휴식 후 27일 속개된다. 사이버오로는 결승2국을 신민준 9단의 상세한 해설과 함께 웹중계한다. 인공지능(릴라제로)의 승부예측도 곁들인다. 이동 중이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에서 <오로바둑>앱으로 자유롭게 관전할 수 있다. 아래 [대국실바로가기]를 누르면 바로 관전할 수 있다.
한편 이날 결승1국과 함께 치러진 3-4위전에서는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이 당이페이 9단에게 233수 만에 흑 불계승하며 3위에 올랐다.
1999년부터 시작한 춘란배는 중국 가전업체인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세계대회로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5회, 덤 7집반이며 우승상금은 15만 달러(약 1억 7700만원), 준우승 상금은 5만 달러(약 5900만원)다.
그동안 춘란배에서 한국과 중국이 각각 5회씩 정상에 오르며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했고 일본이 1회 우승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는 탄샤오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2-1로 승리하며 세계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프로기사들이 처음 보는 수
▼ [그림1] 흑1의 어깨짚기는 박정환 9단의 신수. 프로기사들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수라고 한다.
▼ [그림2] 어깨짚기 대신 흑1, 3으로 두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은 프로기사들의 감각이다. AI도 1~4까지를 추천한다. 박정환의 신수는 그야말로 처음 나오는 수다. 의도는 무엇일까?
▼ [그림3] 흑이 다른 곳에 두어도 백이 이른 시기에 1로 뚫지는 않는다. 자체로 손해라서다. 6까지 흑이 기분 좋은 진행.
▼ [그림4] 강승민 6단은 이렇게 해석한다. 나중에 백세모의 자리가 왔을 때 흑1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이 수로 말미암아 백이 중반에 2로 뚫는 수를 노리면 흑3, 5가 딱 들어맞는 방어책이 된다는 것. 박정환 신수의 선악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연구될 것이다.
금기시된 붙임?
▼ [그림5] 실전에서 백1을 서둘렀다. 아주 좋은 자리다. 하지만 상변을 정리해 두지 않아서, 흑10의 공격을 당하게 되었다.
▼ [그림6] AI는 우하로 향하기 전에 백1로 먼저 안형을 좀 갖춰놓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한다. 백1은 두기 꺼려진다. 왼쪽 흑의 벌림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I는 좋은 자리라고 한다.
▼ [그림7] 1~3까지 흑은 자연스럽게 상변이 강화되지만 백은 선수를 잡아 백4~10까지 우변으로 향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상변 흑의 벌림에 아직 침입의 여지가 있다.
▼ [그림8] 흑세모 등으로 둔다면 백1로 쳐들어가는 수가 매섭다. 흑2로 붙인다면 백3으로 마늘모 행마하여서 A, B를 맞보기 한다.
깃털처럼 가볍게
▼ [그림9] 흑1 때 백2가 조금 무거웠던 모양이다. 흑3의 공격이 무척 아팠다.
▼ [그림10] AI는 백1을 추천한다. 과거로부터 익히 알려진 맥점인데 이 상황에서 적절해보인다.
▼ [그림11] 흑1로 끊으면 이하 8까지 되어 백이 좀 더 가볍게 운신할 수 있고 좌상 쪽 흑 석점에 대한 압박도 할 수 있다.
단수 치니 손뺀다
▼ [그림12] 실전이다. 박정환이 흑1로 단수쳤을 때 박영훈 백2로 따냈고 이하 5까지 진행되었다. 이 결과로 박정환이 상변 백을 공격할 조건이 마련됐다. AI는 이때 백이 반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것이 다음 그림이다.
▼ [그림13] 흑1 때 백2로 돌파하는 그림이다. 이하 백6까지 백도, 흑을 차단해 공격할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불리한데 3립1전
▼ [그림14] "3립1전이다" 바둑TV에서 해설하던 김지석 9단은 백1을 보고선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박영훈이 불리한데도 지나치게 견실하게 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전에선 이하 4까지 박정환이 차지하고 싶은 것을 다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림15] AI는 앞 그림 1 대신 지금의 백1을 추천했다. 적극적으로 추격에 박차를 가하는 수다. 이후 흑2엔 백3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보강 대신 버텼다면 선수까지 따라왔을 수도
▼ [그림16] 강승민 6단은 백1(실전92)을 마지막 패착으로 지목했다. 불리한 국면이기에 보강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 [그림17] "우선 백1로 집으로 실리로 한껏 차지하고서 흑2, 4의 공격을 감내했어야 했다."고 했다.
▼ [그림18] 그 버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그림은 AI가 보여주는 예상수순이다. 1~26까지의 수순이면 중앙을 선수로 수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뒤 27의 큰 자리까지 차지한다.
▼ [그림19] 흑1로 차단하면 백4까지 되었을 때 흑은 더 이상 백을 차단할 수 없다.
▼ [그림20] 1~4까지 거꾸로 흑이 잡힌다.
;)
흑백마스터
고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