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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놓는 ‘전인미답’ 파격 … 알파고는 상상력 천재였다
허공에 놓는 ‘전인미답’ 파격 … 알파고는 상상력 천재였다
[언론보도] 오로IN  2017-05-19 오후 01:04   [프린트스크랩]
▲ [중앙일보 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출처] 박치문 전 한국기원 부총재가 쓴 [허공에 놓는 ‘전인미답’ 파격 … 알파고는 상상력 천재였다]를 옮겼습니다. ○● [중앙일보] 기사원문보기 ☜ 클릭


박치문이 들여다본 알파고 60국

.‘알파고(ALPHAGO)’는 박정환 9단, 커제 9단 등 한·중·일 초일류 프로기사와 온라인에서 60번 대국해 60승을 거뒀다. 60판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단 한 번의 위기도 겪지 않았다. 알파고의 수는 신기했다. 감정 없는 기계의 무자비한 완벽함이 아니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자유로움이 짙게 묻어났다. 알파고는 창의적인가? 이 질문에 박영훈 9단은 “너무도 창의적이다”고 대답했다.


고수들도 감히 시도 못한 중앙 돌파
두터움은 물론 실리까지 얻어 압승
김지석 9단 “너무 아득한 경지” 탄식
계산 냄새 풍기지 않는 창의적 기풍
무자비한 완벽 아닌 부드러움 지녀
인간 뛰어넘는 AI 진화엔 두려움도

ID 옌구이라이(燕歸來)와 대국


.<기보 1>은 알파고가 백. 상대는 燕歸來라는 ID를 쓰는 중국 기사. 대국을 시작하자마자 알파고는 10, 12의 어깨짚기와 16, 18의 어깨짚기를 연속해 선보였다. 이 장면은 매우 파격적이다. 어깨짚기는 견제가 목적이며 허공에 돌이 놓이기 때문에 실속은 없는 수다. 고수들의 머릿속엔 오랜 세월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 수법으로 두터움은 물론 실리까지 얻어 압승을 거둔다.

알파고는 고대의 바둑책 『현현기경』에 나오는 ‘고자재복(高者在腹)’이란 네 글자를 다시 곱씹게 만든다. 하수는 변을 두고 중수는 귀를 두며 ‘고수는 중앙을 둔다’는 구절인데 선인들의 이런 통찰에도 불구하고 인간 고수들은 감히 중앙을 도모하지 못했다. 중앙은 넓지만 순식간에 빈 껍데기만 남는다는 두려움이 컸고 무엇보다 너무 복잡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없었다.

알파고는 지금 그걸 해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앙을 통해 인간 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화점을 두되 화점의 최대 약점인 ‘삼삼’에 대해선 아무런 미련을 보이지 않는다. 삼삼을 지키지도 않고 상대가 그곳에 들어오면 쉽게 살려준다. 한데 실리에서 밀리는 일은 없다. 알파고 바둑엔 이런 이율배반이 흔히 목격된다. 김지석 9단은 “너무 아득한 경지”라고 말한다. 지난해 이세돌 9단 때도 놀라운 경지였지만 지금 알파고는 더욱 진화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심정이라고 한다. 김지석은 알파고 때문에 수없이 놀랐는데 그중 하나로 <기보 2> 백34를 꼽는다.

ID 펑위(風雨)와 대국

.알파고가 백이고 흑은 ID 風雨를 쓰는 중국 기사. 좌하와 좌상 백 세력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시점에서 흑은 33으로 앞파고가 좋아하는 어깨짚기를 시도했다. 적시의 한 수였다. 이때 알파고는 34로 살짝 비켜섰고 흑35엔 36으로 유유히 두어 나갔다. 생전 처음 보는 백 34, 그러나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백 34.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지는데 이상하게도 바라보는 인간 고수들의 마음은 편안하다. 무욕의 평화마저 느껴진다. 이래서 알파고 바둑엔 ‘위기’가 없는 것일까.

롄샤오(連笑)와 대국

<기보 3>은 알파고가 백이고 흑은 중국의 롄샤오(連笑). 흑이 걸쳤을 때 알파고의 8, 10이 충격적이다. 동네바둑에서 흔히 나오는 백 8은 바둑 교본에 이적수(利敵手)의 표본으로 적혀 있다. 바둑교실의 어린 학생들이 이런 수를 두면 엄히 질책받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수를 본 박영훈 9단은 심금을 흔드는 파동을 느끼게 된다.

흑은 9로 튼튼해졌으므로 A로 넓게 벌리면 아주 기분 좋은 모습이 된다. 한데 롄샤오는 그곳을 두지 못했다. 신음 끝에 11로 두어야 했고 12의 요소는 백 차지가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흑A로 두면 백은 11로 누른다. 이 순간 흑은 좌변에 치우쳐 전국적인 밸런스를 잃게 된다. 12가 놓이자 백 8은 흑의 근거를 빼앗은 좋은 수로 변했다.

“알파고는 포석의 천재예요. 50수만 되면 언제나 크게 유리해져 있어요. 내가 둬도 누구든 이길 수 있을 만큼….”(박영훈 9단)

다시 <기보 3>을 보자. 백 8은 부분적으로 나쁜 수다. 하지만 지금은 좌하의 배치 때문에 좋은 수로 변하고 있다. 알파고 바둑에서 이런 예는 매우 흔하다. 그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많은 정석을 바꿔놓았다. 알파고에게는 좋은 수와 나쁜 수가 따로 없다. “수의 선악은 오직 상황이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듯 보인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결한 뒤 “내가 고정관념에 젖어 있었다”고 탄식했다. 지금의 알파고는 더욱 자유자재다.

서봉수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

알파고를 통해 바둑에 새롭게 눈을 떴다는 프로도 많다. 고수일수록 알파고 바둑에 심취하고 그가 파악한 세계에 가까이 가고자 애쓴다. ‘알사범’은 이미 훌륭한 스승이다. 알파고는 가로세로 19줄 바둑판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없던 전인미답의 경지를 보여줬고 앞으로 좀 더 나아갈 것이다. 알파고 바둑에선 계산의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알파고는 공격하지 않고 쫓기지도 않는다. 날카로움 대신 편안함, 사나움 대신 부드러움이 알파고의 캐릭터다. 중앙 경영에선 문득 풍요로움마저 느껴진다. 무엇보다 알파고는 창의적이다. 알파고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진화한다.”

인간 고수들의 심정은 한편 착잡하다.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부처님 손바닥에 앉은 손오공의 심정일 수도 있다. 서봉수 9단은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고 말한다. 제아무리 천재가 나타나도 결국 기계 밑이다. 승부사 서봉수는 그 점이, 다시 말해 인간의 항복이 허망한 것일 게다.

바둑은 가로세로 19줄의 좁은 영역이다. 만약 21줄이나 23줄이 되면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더욱 현격하게 벌어질 것이다. 그 범위가 바둑판을 벗어나 세상으로 확대되면 어찌 되는 것일까. 인공지능(AI)에 인류의 역사와 사상, 문명을 고스란히 전수하고 나면 그 뒤는 어찌 되는 것일까. 기계가 인간을 연구하고 완벽하게 파악해 이윽고 자신의 진심마저도 숨기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인간이 거기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아니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매트릭스의 세계가 시작되는 것일까.

박치문
바둑평론가
전 한국기원 부총재.

다음주 중국에서 알파고와 중국 최고수인 커제가 대국한다고 한다. 프로 다수와 알파고의 대결, 또 알파고A와 사람, 알파고B와 사람의 팀 대국도 있다고 한다. 이세돌과의 대국 때와 달리 인간과 기계의 대결적 의미는 사라졌고 구글과 중국 바둑이 만든 재미있는 이벤트, 또는 한 판의 바둑 쇼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중국프로기사 랭킹1위이며 세계 최강이라 일컫는 커제 9단은 인공지능과 3번기(23일ㆍ25일ㆍ27일)를 벌인다. 커제는 세계대회에서 네 차례 우승했으며 현재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와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약 17억원). 상금과 별도로 커제는 출전료 30만 달러(약 3억 4000만원)를 확보했다(이세돌은 딥마인드 매치 당시 15만달러를 받았다). 제한시간은 3시간 60초 5회(이세돌과의 매치 때는 2시간 60초 3회.)

26일에는 단체전(상담기:논의하며 여럿이 힘을 합쳐 두는 바둑)과 페어전이 벌어진다. 단체전에는 스웨(时越), 천야오예(陈耀烨), 미위팅(芈昱廷), 탕웨이싱(唐韦星), 저우루이양(周睿羊)이 출전하여 알파고와 겨루고, 페어전은 ‘구리+알파고’ vs ‘롄샤오+알파고’ 의 대결로 펼쳐진다. 단체전 제한시간은 각 2시간 30분 초읽기 60초3회. 페어전은 각 1시간, 초읽기 1분 1회.

사이버오로는 5월23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바둑의 미래 서밋'을 취재해 현지에서 소식을 전한다. 또 알파고 vs 커제 대국과 단체전을 유명 프로기사의 해설로 오로대국실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바둑의 미래 서밋 - 사이버오로 해설
23일(화) 알파고 vs 커제 1국: 오전 11시30분 김정현 6단
25일(목) 알파고 vs 커제 2국: 오전 11시30분 최철한 9단
26일(금) 알파고 vs 5인(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오후 1시30분 홍성지 9단
27일(토) 알파고 vs 커제 3국: 오전 11시30분 윤준상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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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추풍 |  2017-05-21 오후 3:06:00  [동감0]    
기계는 딥러닝으로 발전을 거듭해가는 마당에
바둑을 업으로 먹고 사는 분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계신듯 합니다.
하물며 알파고가 유치원생에 설명하듯 다 가르쳐준 바둑기법 조차도
예전의 구태에서 못벗어나 아직도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소목 날일자로 굳힘해서 어깨누르기 당하지 말고
소목 높은 걸침에 밑붙이고 한칸 뛰는 습관? 정도는
고치는게 프로의 자세라 생각합니다.
원술랑 |  2017-05-20 오후 4:49:00  [동감0]    
정용진 사이버 오로 컨텐츠 총괄 이사와 박치문 전 한국기원 부총재의 글은 당대 바둑계의 文章雙壁이다. 그들의 문장 하나하나는 한결같이 華奢하고 幽美하고 高雅하다. 바둑의 文香에 금세 취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들의 글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금세 행복감에 젖어들고 마는 것이다. 幽玄한 盤上 세계를 글로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그들은 타고난 文才를 十分 발휘하여 바둑 팬들의 내면을 潤澤하게 해 준다.
황토강 |  2017-05-20 오후 3:47:00  [동감0]    
강소어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 요즘의 바둑 즉 승리에만 집착한 비창의적인 수법에 싫증을 느끼던 때라 알파고의 출현이 더욱 반갑네요
예전같이 각 기사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바둑을 보고 싶습니다
인간미가 물씬 나는 그런 바둑을 말이죠
강소어 |  2017-05-20 오전 11:24:00  [동감2]    
인간 고수들의 심정은 한편 착잡하다.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부처님 손바닥에 앉은 손오공의 심정일 수도 있다. 서봉수 9단은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고 말한다. 제아무리 천재가 나타나도 결국 기계 밑이다. 승부사 서봉수는 그 점이, 다시 말해 인간의 항복이 허망한 것일 게다. => 저는 이글이 이해가 안됩니다. 제가 프로기사(전문기사)가 아니고, 아마추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알파고 덕분에 인간(초일류 프로기사)은 아직도 바둑이란 게임은 개척할 부분이 많고 아직도 배우고 늘수 있는 미지의 곳이 무궁무진하다는 점. 현재까지 발전시킨 바둑이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 인간은 인공지능바둑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발상과 중앙에 대한 두터움 계산, 고정관념의 타파 등을 배울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 세상에 살게 된건지..그리고 제가 가장 크게 느끼고 불편했었던 점은 인공지능이 나오기전 최근 기보를 보면 (인터넷 바둑사이트) 누가 둬도 다 비슷한 갈래의 포석들(마치 클론같은). 아마추어 입장에서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지겨움을 많이 느꼈는데, 인공지능이 좀 더 발전한다면 중앙바둑을 포함해서 포석도 다양해지리라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공지능바둑의 발전은 절망감,허탈함,고수들의 위상 추락등의 단어보다는 기대감,행복함,자유로움,바둑이라는 게임의 한계점 탈피(현재까지 일류가 발전시킨 바둑의 병목현상 극복) 기존 하수들도 인공지능바둑의 발상을 통해서 상수로의 진입 확대, 전세계인의 고수화(정보 공유 용이/기존 고수들만의 카리스마 약화)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인공지능바둑을 통해서 저 자신도 기력이 늘고 바둑을 더 사랑하고 즐기려고 합니다.
원술랑 『인간 고수들의 심정은 한편 착잡하다.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부처님 손바닥에 앉은 손오공의 심정일 수도 있다. 서봉수 9단은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고 말한다. 제아무리 천재가 나타나도 결국 기계 밑이다. 승부사 서봉수는 그 점이, 다시 말해 인간의 항복이 허망한 것일 게다.』전주高-서울大 국문科를 나온 박치문 선생의 글의 취지를 헛짚으신 듯 보여집니다. 주제넘는 짓이지만 인용하신 부분은 알파고를 전망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자존심이 센 인간 서봉수의 고뇌가 한껏 녹아 든 한 대목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다정아비 |  2017-05-20 오전 12:32:00  [동감0]    
알사범의 경지.. 인간은 따라갈수 없는걸까?
박치문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흙 |  2017-05-19 오후 3:01:00  [동감2]    
박치문씨의 글 솜씨는 언제봐도 대단합니다.
깊이가 있고, 재치가 있고,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다시 글을 쓰시니 매우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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