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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용궁 갔다 온 준결승
박정환, 수를 내 주고도 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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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박정환 9단이 용궁 갔다가 온 준결승전이라 말한다. 중반까지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상대방의 이유 없는 자살골 덕분에 겨우 역전했다는 그런 뉘앙스의 관전평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이야마 유타 9단으로서는 참 쓰라린 패배일 것이고 박정환 9단에겐 머쓱한 승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바둑이라고 단 한 번의 실수 없는 완벽한 승리가 있을까? 박정환 9단의 승리는 수를 내주고도 이긴 허허실실의 표본이라 충분히 칭찬받을만하지 않을까? 과거 17살 소년 이창호가 린하이펑 9단을 쓰러뜨리며 최연소 세계챔피언이 될 때 혹자들은 소년 이창호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린하이펑 9단의 부담감이 실수를 불러왔을 뿐이라고 되레 소년 이창호를 깎아내리기 바빴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지기 마련이다. 자고로 밀림의 새로운 강자가 탄생할 때는 주변의 요란 법석함이 필연적으로 따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제24회 후지쯔배 준결승전 ●이야마 유타 9단(日) ○박정환 9단 장소: 일본 오사카 날짜: 2011년 8월 13일 결과: 256수 백3집반승  초반 포석이 이채롭다. 백2의 모자씌움에 흑3의 눈목자 비행, 그리고 연이은 흑5의 고공비행은 이야마 유타 9단의 기량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흑7로 지켰을 때 다음 백의 한 수가 선택의 기로다. 백은 어디에 두었을까? 박정환 9단의 선택은 백1의 어깨 짚음이었다. 우변 모양을 방치하다간 실리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어진 흑6의 붙임이 생각보다 굉장히 아픈 자리였다. 기세상 백9로 나가 끊었으나 흑10의 붙임에 이은 16, 18의 버팀수가 통렬해지면서 형세는 순식간에 흑쪽으로 쏠린다. A의 붙임을 완화한다는 차원에서 먼저 백1로 갈라보는 것은 어땠을까? 상대방의 응수만 물어보고 실전처럼 우변을 어깨 짚어도 늦지 않았던 국면이다. 이렇게 두었다면 다음 흑의 응수가 상당히 어렵다. 흑이 실전처럼 버틸 줄 알았다면 백은 2로 반발하는 것이 좋았다. 이하 12까지 백의 싸우는 자세가 나쁘지 않다. 백은 좌변과 하변의 바꿔치기를 예상했을 것 같다. 이 변화는 쌍방 모양이 워낙 넓기 때문에 어디가 더 이득인지 구분 짓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실전진행1의 흑14, 16의 버팀이 두어져선 실리의 균형이 단 한 순간에 깨져버린 국면이다. 백은 중앙 흑대마 공격을 통해 뭔가 이득을 얻어야만 한다. 그러나 중앙 흑대마는 쉽게 공격당할 돌이 아니었다. 흑1의 시기적절한 붙임과 백6을 거들떠보지 않은 흑7이 아주 훌륭한 타개책이었다. 계속된 수순에서 백이 흑15를 받지 못하고 후수를 잡게 됐는데 이래선 흑이 중앙과 하변, 양쪽을 다 둬버린 꼴이 됐다. 백의 비상시국이다. 흑1로 붙였을 때 일견 백2로 껴붙이는 수가 기막힌 맥점처럼 보이지만 주변 백돌들이 튼튼하지 못해 단번에 무리수임이 발각된다. 흑11까지 진행된다면 좌변 흑대마를 잡자고 상변 백대마를 몽땅 줘버린 모습이다.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 백1의 두점머리 붙인 수는 굉장히 좋은 수다. 흑이 받아만 준다면 공격에 굉장한 보탬이 되지만 이를 무시한 흑2가 장군에 멍군격인 멋진 대응이었다. 참고도와 같이 백이 직접 맞대응한다면 흑8로 젖혀 백1의 붙임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중앙 흑대마가 위험한 상황에서 백1을 받아줄 여유는 없다. 만약 흑2로 받았다간 백3의 칼집 여는 소리와 함께 백5의 묵중한 칼날이 날아들 것이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흑1때 백2로 뻗고 싶다. 하지만 백은 2로 뻗지 못했다. 흑3의 급소자리가 더 아프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실전진행2 흑17로 막혀선 중앙 흑대마의 공격이 물건너 갔고 좌하귀 맛까지 생겨나 보강이 필요해졌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흑1로 막았을 때 백이 다른 곳에 둘 수는 없다. 바로 흑3의 붙임이 날아 들어와 좌하귀가 거덜 난다. 그러나 그렇게 잘 두던 흑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연거푸 저질렀다. 다음 수순부터가 흑의 연이은 자살골인데 흑10의 단수와 흑12의 때려냄이 백을 최대한으로 살려준 이상한 수들이다. 다행히 선수를 잡아 반상 최대인 흑22를 지켜냈지만 우하귀 실수는 그동안 벌어놓았던 득점을 엄청나게 까먹은 자살골과 다름없다. 흑은 왜 실전과 같은 선택을 한 것일까? 두텁게만 처리하면 자신이 유리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을까? 조금 더 냉정하게 반상을 바라봤다면 어렵지 않게 흑1을 찾아냈을 것이다. 실전진행과 비교해 집으로 큰 차이가 나는데다 백돌도 완벽하지 않아 충분히 싸울 수 있는 모습이다. 우변을 넘겨줄 수 없다고 6으로 차단하면 7로 힘차게 밀어간다. 이 무렵 이야마 유타 9단의 착수가 빨라진 것을 감안한다면 분명 초읽기 상황이었을 것이다. 갑작스레 빨라진 리듬에 냉정을 찾지 못했던 그는 결국 흑4부터 20까지의 두 번째 자살골을 넣는다. 좌상귀 패는 이길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패를 들어간 수읽기 착오였다. 백이 패를 하지 않고 그냥 잡는 수는 없다. 1로 젖혀 궁도를 줄여 봐도 4로 끊기는 약점 때문에 22까지 살 수 있다. 수를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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殺生丸
맹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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