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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칠레에서 피어나는 열정의 쿠에카, 남미기행 마지막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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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보급의 최전방에 선 기사들을 꼽으라면 그중 한 명이 천풍조 8단 아닐까. 샤샤 3단, 스베타 3단 등 러시아 출신의 프로기사가 배출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미국ㆍ캐나다ㆍ유럽ㆍ우크라이나 등에 바둑을 보급하는 데 힘써 온 그가 이제 남미를 향해 전진했다. 칠레ㆍ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남미 3개국을 돌고 온 천풍조 8단이 총 3편에 걸쳐 뜨거운 남미 바둑계의 현장을 전한다. ------------------------------------------------------------------------- 남미 3개국의 바둑계를 돌아보고… (총3부) 글ㆍ천풍조 8단 - 3부(마지막 편) - 쿠에카 바둑 칠레(Chile) 편 아르헨티나에서도 6박7일 체류일정을 마치고 10월7일 오후 1시에 칠레(Chile)의 수도인 산티아고(Santiago)공항에 도착했다. 칠레바둑협회 사무국장인 후안 파브로 슈바이처(Juan Pablo Schweitzer)가 대기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반기며 차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로 안내해주었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칠레바둑협회 에르난 도밍구에즈(Hernan Dominguez)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여장을 푼 다음 곧바로 바둑대회가 열릴 칠레대학 상대 건물로 향했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시차가 1시간이지만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시차가 없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BS)까지는 1600km이고 'BS'에서 산티아고까지는 1260km이다. 비행기가 거대한 안데스(Andes)산맥을 동에서 서로 지나서 태평양이 보이는 산티아고에 2시간10분 에 도착했다. 안데스 산맥은 길이가 무려 7000k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해발 6100km 이상 만년설의 고봉이 50여개나 된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세 부분으로 갈라지며 너비만 해도 300km나 된다. 북부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7개국에 걸쳐 웅대하게 뻗어 있다. 그래서 태평양 연안 남미 국가들인 페루와 칠레는 나라 지형이 갈치처럼 길쭉하고 가늘게 북남으로 뻗어 있고 내륙 국가들인 볼리비아,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가 태평양에 진출하려 해도 거대한 안데스 산맥에 가로막혀 불가능했던 것이다. 산티아고 시는 해발 500m로 약간 고지대에 있으며 인구는 약 5백만 명이다. 칠레 전체인구는 약 1천7백만 명인데 면적은 한반도의 3배 반이나 된다. 칠레 환율은 현재 1달러(US)가 약 490 칠레 페소이다.  ▲ 발랄한 교민 처녀들. 도밍구에즈 회장(47세)은 현재 칠레대학 법대 교수이며 변호사이고 바둑은 5급 수준이지만 체스는 프로급 고수였다. 첫인상부터가 지식인처럼 보였다. 영어도 잘해 대화가 통했다.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제12회 이베로(Ibero) 아메리카 바둑대회 장소로 나를 직접 안내해주었다. 대학 건물에 들어서자 벽보에 바둑대회 홍보물이 있었다. 복합빌딩의 한쪽 1층 컨퍼런스(conference)홀이 개막식 및 바둑강의실로 사용될 예정이었고 3층은 시합장이었다. 칠레대학교는 칠레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이라 한다. 상대에서 약 2km 거리에 있는 법대로 이동해 자신의 집무실도 보여주었다. 내가 한국 교민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는데 오후 5시경에 도밍구에즈 회장이 법대 재학생을 가이드로 나를 한인 상가가 있는 안토니아 로페즈 거리로 안내해 주었다. 시합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산크리스토발 언덕의 동상을 바라보며 즐비한 카페 거리를 지나다가 마침 배도 고픈 차에 한식당이 보여 들어갔는데 식당 주인이 나를 보더니 “혹시 한국에서 온 프로기사가 아닙니까?”하고 물어 깜짝 놀랐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지요?” “내일 열리는 바둑대회에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나는 너무나 반가워 인사를 나누었는데 <숙이네>라는 한식당 사장이 바로 칠레 한인 기우회 엄기호 회장(64ㆍ아마3단)이었다. “제가 이곳은 초행이라서 교민들을 모르는데 브라질 한국기원의 박세동 원장이 이곳에 사는 바둑 잘 두는 하수락 사장을 소개해주어 전화했지만 불통이어서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제가 하 사장을 잘 압니다”라며 바로 전화를 걸어주어 연락이 되었다. 하 사장은 식당으로 나를 찾아왔고 이곳에서 같이 만찬을 하며 칠레 한인 기우회 역사와 실정을 알게 되었다. 한인들의 칠레 이민 역사는 1978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32년이 되었고 현재 교민은 약 3천 명 정도이며 한인 밀집 상가는 또 다른 마포초(Mapocho)거리에 있다. 교민 수는 얼마 안 되지만 대부분 봉제업으로 잘 정착했다 한다. 하수락 사장(60ㆍ아마6단)은 “한인기원이 10여년 지속하다가 회원들이 얼마 되지 않아 3년 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마지막 회장이 바로 엄 사장입니다. 저도 부산이 고향이며 약 40년 전에 천 사범을 부산의 기원에서 여러 차례 만난 적 있습니다.”고 말했다. 나는 세월이 너무 흘러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엄기호사장은 울산 출신으로 25년 전에 이민 왔다고 했다. 비슷한 또래의 경상도 사나이들이 만났으니 대화가 잘 통했다. 조금 있다가 교민 사회의 원로인 강릉 출신 최청 회장(68세. 아마3단)도 찾아와서 인사를 나누었고 소주에다 해물 탕을 안주 삼아 교민들의 애환과 바둑 이야기로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올해 칠레는 큰 시련이 두 번이나 있었다. 지난 2월27일에 산티아고 남서쪽 325km 해역에서 진도 8.8 규모의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다. 1960년 대지진(진도 9.5) 이후 최대였다. 그럼에도 건물의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어 피해는 적었다. 일부 지역에 수십 미터의 해일이 생겨 대비하지 않았다가 7백 명 이상의 사망자가 생겼다. 당시 임기 말기이던 미첼 바첼레트 여성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한다. “그때 정말 무서웠습니다. 산티아고에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1m 정도 움직였습니다”라며 엄기호 사장이 회상했다. 두 번째 시련은 지난 8월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구리광산에서 광부들(33명)이 매몰된 일이다. 내가 칠레에 있을 때는 광부들이 곧 구출된다고 매일 TV 뉴스가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4일 후인 10월14일에 광부들이 매몰된 지 69일 만에 모두 구조되어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지난 3월에 취임한 세바스찬 피네라 대통령은 이 난관을 슬기롭게 대처해 칠레 국민들에게 큰 믿음을 주었다. 천재지변이나 재앙이 잦아도 지금의 칠레는 준비가 잘 되어 있고 정치ㆍ경제가 안정된 나라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과거에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칠레의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가 1973년부터 쿠데타로 합법적 사회주의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해 1990년까지 17년간 대통령으로 철권 통치하면서 경제건설과 공산주의 타파라는 미명 하에 반대파들을 몰아내고 수십만 명을 체포, 고문하거나 숙청해서 살해하거나 외국으로 쫓아냈다.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그는 박 대통령처럼 장기 집권을 했고 이후 칠레 국민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민정후보를 택하자 퇴진했으나 군총사령관 직은 유지했다. 시장경제 개혁을 통해 경제 부흥을 달성했고 군부 쿠테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막은 공로도 있었지만 만년에는 사법당국에 체포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편안치 못했다. 지금 칠레는 민주주의가 잘 실행되고 있어 한국 정치사와 너무도 흡사하다.  ▲ 개막 공연(쿠에카 춤).10월8일 오전 9시에 바둑대회장에 도착해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을 만났다. 개막식에서 도밍구에즈 회장은 이번 대회가 칠레에서는 뜻깊은 독립 2백주년을 맞이해 정부로부터 바둑행사 지원금도 특별히 받아 기쁘다면서 참가한 모든 선수들을 환영했다. 개막식 공연에는 칠레의 전통 무용인 쿠에카(Cueca)춤을 대학생들이 음악에 맞추어 추었다. 수탉과 암탉이 구애하는 모습으로 흰 수건을 들고 춤을 춘다. 삼바는 브라질, 탱고는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듯 쿠에카는 칠레를 상징하는 춤이었다. 칠레 독립일은 1810년 9월18일이며 산티아고를 비롯해 각 도시에서 다양하고도 수많은 문화행사가 열렸고 금년 말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이번 바둑대회는 독립 2백주년을 기념해서인지 9개국 총 43명이 참가했다. 한국의 바둑대회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칠레 바둑 인구는 약 5백 명 정도여서 이곳에서는 많은 편이라 한다. 참가국들은 칠레(32명)를 비롯해 브라질(5명) 아르헨티나(3명) 에콰도르(2명) 우루과이 멕시코 프랑스 핀란드 한국이 각각 1명이었다. 중남미에 바둑을 잘 두고 좋아하는 현지인들도 꽤 있지만 여행 경비가 만만치 않아 올 수 없었다. 브라질 참가자는 4명이 상파울루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었다. 한국 국적의 선수는 노영하(42세)아마6단으로 3년 이상 장기체류 중인 포항 출신 사업가였다. 프로기사 노영하 9단과 성명이 똑같아 본인에게 물어보니 성은 같아도 한문 이름은 다르다고 했다. 칠레에서는 최고수로 소문났으며 현재 영주권을 신청해놓았다 한다. 프랑스 선수가 나를 보더니 “안녕하십니까”하고 한국말로 인사해왔다. 벤저민 파파조루(Benjamin Papazoglou)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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