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홍석현 IGF 회장을 대신해 4일 중국 우시에서 IGF(국제바둑연맹)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중국기원은 커제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성사시키기 위해 구글과 접촉하고 있다.”
4일 중국 우시에서 열린 IGF 기자회견에서 양쥔안 신임 사무총장이 밝힌 내용이다. 지금까지 ‘커제 vs 알파고’ 매치가 이뤄질까를 두고 갖가지 설이 돌았지만 IGF처럼 공식적이고 권위있는 단체에서 밝힌 사실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무게감이 실린다.
IGF(International Go Federation: 국제바둑연맹)는 전 세계 바둑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1982년 창설됐으며 주로 국제 아마추어대회를 조직하고 마인드스포츠 대회의 바둑 종목을 주관한다. 궁극적으로는 바둑을 올림픽에 입성시키는 걸 과제로 삼는다. 현재로선 아마추어 바둑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프로기사와 관련한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올 초 열린 엘리트마인드스포츠엔 세계 각국의 아마추어와 함께 동양 바둑 강국의 프로기사도 참가했는데 IGF가 주관했다. IGF에는 한국·중국·일본 등 75개국이 가입돼 있다. 이를 일반(general) 회원국이라고 하는데 이 밖에 유럽바둑연맹, 이베로아메리카나(남미) 바둑연맹, 국제페어바둑협회, 잉창치교육재단, 아시아바둑연맹(AGF) 등 국가가 아닌 단체가 ‘소셜회원’이란 형태로 가입해 있다.
▲ IGF이사회장으로 가는 길목. 중국 우시 라마다플라자호텔 내부다.
▲ 4일 중국 우시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열린 IGF이사회.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 IGF이사회에선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IMSA엘리트마인드스포츠게임스처럼 IGF와 관련된 행사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또 가입국이 하나 더 늘어난(아이슬란드) 사실도 보고됐다.
▲ 이사회가 끝난 뒤 IGF회원국과 소셜회원 대표 등 임원들이 기념촬영에 응했다.
한국은 지난 2년간 의장국이었다.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가 IGF 회장, 전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이 IGF사무총장, 한국기원 이하진 사무국장이 IGF 사무국장이었는데 4일 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감했다. 새 의장국은 중국이다. 전 프로기사이자 중신그룹 대표 창전밍 씨가 새 의장이 됐고, 양쥔안·왕이 씨가 새 사무총장과 새 사무국장이다.
4일 오전 중국 장쑤성 우시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열린 IGF 이사회와 총회를 주재한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는 “올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서울에서 펼쳐졌다. 이 대결을 전 세계 2억8,000만명이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고 두 달이 넘은 지금도 여러 매체에 바둑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런 국제사회의 관심을 발판으로 바둑이 서양에 한층 더 보급되고 세계적인 마인드스포츠로 거듭나도록 IGF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시다시피 홍석현 회장과 한국기원은 이번 총회를 끝으로 IGF 회장 임기를 마감한다. 지년 2년간 한국기원이 IGF를 이끌며 한국의 경주, 태국의 방콕에서 처음으로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것, IMSA엘리트마인드스포츠게임스 출범, IGF의 웹사이트 기능 강화, 소셜네트워크 진출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IGF를 통해 국제바둑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바둑을 사랑하는 중국의 창천밍 차기 회장이 IGF를 더욱 성장시켜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홍석현 IGF 회장의 뜻을 대독했다.
창전밍 IGF 새 의장은 “IGF 회장을 맡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새롭고 공인할 만한 프로랭킹시스템을 도입하겠다. 또 학교 바둑보급을 강화하고, 회원국 간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며 로드맵을 제시했다.
양쥔안 새 사무총장은 “중국기원은 커제 9단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교섭을 통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본 기자가 보다 자세한 내용을 말해 줄 것을 요청하자 “아직 교섭이 초기 단계여서 장소나 시간은 정해진 게 없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올해 안에, 늦더라도 연말에는 성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양쥔안 IGF 새 사무총장.
알파고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바둑협회 앤드류 오쿤 회장은 “미국에선 바둑을 관뒀던 사람들이 다시 바둑계로 돌아오고 있으며 바둑을 배우려는 사람이 넘쳐난다. 딥마인드 쪽 외의 구글의 다른 임직원들도 딥마인드 매치 기간에 바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바둑연맹 마틴 스티아스니 회장은 “예전엔 학교바둑 보급을 하려면 바둑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이세돌 vs 알파고 딥마인드 매치 이후 바둑돌, 바둑판, 바둑책은 유럽에서 그 이전 평균의 10배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하진 IGF사무국장은 “한국은 9개 방송채널에서 딥마인드 매치를 생중계했고 2,000건 이상의 지면 보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국 일인자며 세계 최강으로 거론되는 커제 9단이긴 하지만 만약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게 된다면 그 성격은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띨 것이다. ‘기계’는 인간 마스터를 이미 한 번 제압했다. 따라서 ‘인간과 기계의 대결’, ‘인공지능의 미래’ 보다는 ‘바둑을 위한’ ‘바둑적인’색채를 띨 가능성이 높다.
매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힌다.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 내 구글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이세돌 vs 알파고 매치는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지만 현재 중국 영토 내에서 유투브는 접속되지 않는다. 중국정부와 구글, 양자의 협의가 전제되지 않고선 중국바둑협회의 커제 vs 알파고 매치 교섭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기에 중국기원이 중국정부의 구글을 향한 태도 변화를 어느 정도 감지했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다. 개최지는 중국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에서 바둑 영웅으로 인식되는 커제가 제삼국에서 알파고와 대국을 치르는 그림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한편 중신증권(CITIC SECURITES)배 제37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를 주최하는 IGF는 4일, 개막식을 거행했다. 경기는 5일부터 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 IGF 창전밍 새 회장(왼쪽)과 샹이 IGF 부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IGF총회. 총회를 이끄는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3일 저녁 창전밍 IGF 새 회장(왼쪽)과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친선바둑을 두었다. 서로 팽팽한 승부다.
▲ 4일 IGF이사회에서 태국바둑협회 완타니 여사가 지난해 방콕에서 열린 제36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가 어떻게 치러졌는지 보고하고 있다.
▲ IGF총회에 참석한 각국 선수들. IGF총회에서는 이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다룬 안건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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