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즐거울 수가! 이 한장의 사진이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의 성격을 말해준다. 동호인 단체전으로 치르는 이 대회는 등수를 가리는 경합보다는 다 함께 신나게 즐기는 바둑축제다.
바둑을 두는 손맛에 귀맛! 눈맛! 여기에 입맛까지!
바둑의 즐거움만 만끽하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펼치는 제3회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는 아리랑 타령으로 귀호사를 하고 볼거리 먹거리 넘쳐나 오감이 신나는 대회다. 여기에 1급수 어천이 바로 옆을 흐르고 정선에 오면 반드시 들러본다는 화암동굴 입구 하늘바람공원 야영장에서 캠핑까지 하며 두는 대회다. 우리나라 바둑대회에서 이렇듯 캠핑을 곁들여 치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산나물 제철인 5월에, 청정지역 정선이기에 기획할 수 있는 대회다. 그래서 대회의 슬로건도 '캠핑, 산나물, 정선5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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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가 5월21~22일 정선종합체육관 내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4인 1조 성인 36개팀 동호인과 3개 어린이부문(새싹, 샛별, 으뜸) 총 350명이 이틀간 벌인 수담잔치에서 건강보험공단(무조), 포항시기우회(릉조), 울진기우회(도조)가 각조 우승을 차지했다. 대국은 무,릉,도 3그룹 12개팀씩 나눠 기력에 따른 치수제, 변형 스위스리그로 두었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각조별로 우승~공동3위 4개팀씩 모두 수상한다는 점에서, 또 입상한 팀에게는 기념될만한 트로피를 줄 뿐 참가한 모든 팀과 똑같이 정선 신토불이 산나물을 한 박스씩 수상품으로 준다는 점에서 '참가하는 데 더 의의가 큰' 올림픽처럼 진정 즐기는 바둑축제라는 걸 알게 한다.
시상을 겸한 폐막식에서 전제우 정선군바둑협회장은 이 대회를 지역특색을 최대한 접목하여 바둑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대회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선은 산나물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장입니다. 산나물 하나만으로도 흡인력이 있죠. 보시다시피 이번 대회에 여성주부들이 많이 참가한 이유이지요. 저희가 전국에서 어린이부를 포함, 70개팀 신청만 받아 하루에 딱 두 판씩만 두는 이유도 정선5일장과 연계한 까닭입니다. 대회 첫날 오전과(야영장은 희망자에 한해 대회 하루 전날부터 사용) 이튿날 오후 주변 관광과 문화체험을 할 여유를 드리기 위해서지요. 대회 폐막을 오후1시로 일찌감치 잡고 대회일정 또한 이때로 택일한 것은 오늘이 바로 정선5일장이 서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바둑도 두고 구경도 하고 먹음직스러운 산나물도 한아름 사 돌아갈 수 있는 대회로 자리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멀리까지 걸음해 오로지 바둑만 두고 가는 대회를 만들고 싶진 않았습니다.”
▲ 선수들이 숙박을 한 하늘바람공원 야영장은 인기가 좋아 주말예약하기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소리를 듣는 곳이다.
우찬용 태백영월정선 바둑협회 사무국장은 내년부터는 대회장소를 아예 캠핑장으로 옮겨 숙박과 바둑을 한곳에서 치르는 구상을 비췄다. 굳이 이동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화암동굴이나 근처 풍물을 관광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취지다. 아이가 딸린 가족은 추억에 남을 캠핑을 하며 바로 옆에 흐르는 어천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주로 등수 가리기에만 치중해 왔던 바둑대회가 지역특색과 어우러져 진화하고 있다.
제3회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는 정선군바둑협회가 주최하고 강원도바둑 협회가 주관하며 정선군과 정선군의회에서 후원한다.
[성인 동호인부문] (우승~공동3위 순)
무 건강보험공단, 강릉시바둑협회, 김삿갓기우회, 세종시A
릉 포항시기우회, OK산악회, 강릉수담회, 주관사수담회
도 울진군기우회, 현석회, 한마음, 석공기우회
[어린이부문] (우승~공동3위 순)
으뜸부 김라은 홍석현 현정은 신제이
샛별부 유지아 박준영 엄준호 정상윤
새싹부 이윤후 김건호 조은채 이지헌
성인들과 함께 인천연합회 팀으로 참가한 김윤찬 어린이(인천시 인주초등 3학년)는 최연소 참가자로 특별상을 받았다.
▲ 무,릉,도 3개조 우승팀과 최연소참가 특별상을 받은 김윤찬 어린이.
▲ 입상팀이나 참가팀이나 시상품이 정선 산나물로 똑같다. 굳이 순위를 정하는 건 그냥 두면 승부욕이 나지 않아 재미없으니까. ^^ 그래서였을까. 마지막 폐회식 때는 입상권 밖의 출전자들은 서둘러 떠나고 안 보이는데 정선아리랑 대회에서는 끝까지 남아 즐기는 모습이었다.
▲ 정선일대에서 제철에 채취한 귀한 초특급 산나물이 참가팀 모두에게 한박스씩 돌아갔다.
▲ 이틀째 대국 중 주요판은 바둑TV에서 녹화해 방송한다.
▲ 대회 이틀째 대국 모습.
▲ 10급 기력이라는 김윤찬 어린이는 엄마 이연희 씨와 함께 인천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왔다. 최연소 참가자로 어른들 틈에서 의젓하게 3승이나 올린 김윤찬 어린이는 특별상을 받았다. 진달래 팀 선수로 출전한 엄마는 10년째 방과후 바둑수업을 하고 있는 베테랑 강사였다.
▲ 화암동굴 입구에 자리한 하늘바람공원 야영지는 광산 주변에서 사금을 채취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애환을 보고 느끼게끔 조형물로 구성해 놓은 곳으로 온가족이 캠핑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탄광촌의 삶을 보여주는 교육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 첫날 대국을 마치고 숙소인 이곳 하늘바람공원 야영지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 장관이다. 풍광 좋은 야외에서 이렇게 즐기는 바둑대회 본 적 있으신가?
▲ 동심으로 돌아간 듯. 화전놀이 소풍 나온 기분이다.
▲ 바둑을 두는 사람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좋은 친구들이다. '좋은 친구'란 팀명으로 참가한 남녀선수가 이 흥겨운 봄날 저녁 한때를 기억하기 위해 건배!
▲ 맛있는 저녁식사만이 아니다. 가수 강신용이 이끄는 공연팀이 1시간은 추억에 젖게 하는 7080 포크송과 또 1시간은 신나는 댄스 곡들로 마지막 봄저녁을 맘껏 누렸다.
▲ "저쪽 뒤 테이블에 앉으신 남성분들은 오늘 바둑을 지셨나 봅니다. 다들 근엄하세요...^^ 요 앞에 환호하시는 여성분들은 오늘 다 이겼죠? 그죠?"
▲ 무슨 소리? 바둑두는 남자의 힘도 보여줍시다! 와~아~
▲ 마지막엔 학창시절 M.T 때 캠프파이어 하듯 광란의 댄스타임? 이 사진은 자칫 관광버스 춤 이미지를 연상케 할 우려가 있어 특수기법으로 촬영해 처리한다. ^^;;
▲ 대회 이틀째인 5월22일은 정선5일장이 서는 날이다.
▲ 장터 근방 가게에는 뻥튀기도 보이고
▲ 아직 이런 지게를 파는 상점도 보인다.
▲ 아, 학창시절 상고머리를 깎던 추억의 이발관 앞에선 잠시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정선 장터에는 이제는 다 잃어버리고 사라졌다고 생각한 따뜻한 우리네 삶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뽕도 따고 님도 본다고, 내년에 꼭 한번 참가하시길 추천하는 대회다. 다시한번 취재하고 싶은 대회다.
▲ 이번 대회의 마지막 보너스샷은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를 만들어가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왼쪽부터 영월로 아주 이주해 활동하고 있는 김성래 5단, 우찬용 태백영월정선 바둑협회 사무국장, 전제우 정선군바둑협회장, 태백과 정선에서 보급활동을 하고 있는 박성수 4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