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 검은산 물밑이라도 해당화가 핍니다~” (정선아리랑 가사 중) 아리랑의 고장 정선에서 아리랑바둑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정선군립예술단원의 개막공연.
바둑대회라 하여 바둑만 두는 게 아니다. 이 대회는 '캠핑, 산나물, 정선5일장'을 앞세워 홍보한다. 지역특색을 한껏 아우른 대회라 여느 바둑대회보다 이채를 띤다. 대회 전부터 정선군 실내체육관에는 식전공연 팀인 정선군립예술단원들이 리허설하는 정선아리랑 가락이 흥건하다. 아리랑 타령으로 귀가 호사하고 빼어난 주변 관광으로 눈이 즐겁고 대국으로 신나게 손맛을 느끼는 대회가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다.
제3회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가 5월21일 오후1시 정선종합경기장 내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22일까지 이틀간 벌이는 이 대회는 개인전이 아닌 4인 1팀 동호인 단체전으로 순위를 가린다. 순위를 가리긴 하지만 우승상금대신 지역 특산물을 주니 1등과 꼴찌 구분이 의미 없다. 경기방식도 치수제다. 그래도 실내체육관이 꽉 찬다. 강원도와 전국의 바둑동호인이 모여 그야말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첫날 대국을 마치면 화암동굴과 화암카트장이 인접한 하늘바람공원 야영장에서 캠핑하며 야외공연과 레크레이션을 즐긴다. 바로 곁에는 1급수의 맑은 물을 자랑하는 어천이 흐른다. 강원도의 우묵한 밤하늘에 쏟아질 듯 무수한 별들 아래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밤늦도록 수담을 나누는 기분이란, 무릉도원이 달리 없다. 실제 대회도 무,릉,도,원 4그룹으로 나눠 치른다.
▲ 우승상금 많이 건다고 반드시 좋은 대회는 아니다! 아마추어 바둑대회는 축제 같아야 더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는다. 3회 대회에는 선착순으로 전국에서 70개 바둑동호인 팀 200여 명과 폐광지역 어린이 80여 명이 참가했다.
1976년에 시작한 정선아리랑제에 바둑대회가 합류한 것은 2년전. 2회 대회까지는 정선아리랑제가 열리는 10월초에 함께 개최했으나 올해는 5월로 당겼다. 사람이 대거 몰리는 아리랑제 기간에는 숙소 잡기에도 벅차 일부로 피했다.
오후1시부터 열린 개막식에는 전정환 정선군수와 정선군의회 차주영 의장을 비롯해 심의종 정선군의회 부의장, 정선군 노인회 고준집 회장,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최종천 이사장, 정선군산림조합 전학규 조합장과 전제우 정선군바둑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제3회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는 정선군바둑협회가 주최하고 강원도바둑협회가 주관하며 정선군과 정선군의회에서 후원한다. 기다리는 학부모와 관전객들을 위해 별도로 오목왕 대회 이벤트도 마련했다.
▲ "볼거리 많고 먹거리 풍성한 정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선군 전정환 군수의 환영사. 바둑대회라면 오로지 바둑으로만 채우는 발상에서 탈피해 지역특색을 한껏 살린 새로운 바둑대회 시도를 적극 후원하고 나선 군수님이시다.
▲ 군수님과 더불어 군의 살림살이와 정책을 이끄는 쌍두마차 정선군의회 차주영 의장의 축사.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회상하며 미래에 알파고와 대결할 제2의 이세돌을 발굴하는 대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개막식에는 정선의 고위직 인사들이 거의 자리해 큰 관심을 보였다.
▲ 박성수 심판위원장이 대회규정을 설명한 뒤 대국에 들어갔다. "정선(旌善)을 네 글자로 풀면 무/릉/도/원이라고 합니다. 오늘 대국도 무,릉,도,원 4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하겠습니다." 정선, 태백에서 바둑보급에 힘쓰고 있는 박성수 4단, 이 지역사람 다 됐다.
▲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는 정선종합경기장에 자리한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군 단위에서 이만한 종합운동장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정선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 폭의 그림이다.
▲ 대회장으로 쓰인 정선군실내체육관. 바로 이곳에서 일주일 뒤 소년체전이 열린다.
▲ 대회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져 벌이는 잔치란 걸 정선아리랑 바둑대회는 여실히 말해준다.
▲ 부모나 조모가 대회에 참가한 아이를 사진에 담는 이런 모습 낯설지 않다. 바둑대회에서 목격하지 못하면 그건 바둑대회가 아니다.
▲ 바둑을 두는 데 목발은 필요치 않다. 이런 불꽃투혼도 전혀 낯설지 않다.
▲ 엄마는 작은아이를 업고 아빠와 같이 온 가족이 대회장 나들이를 했다. 아이 손을 잡고 야구장이나 축구장 가는 것 못지 않게 즐겁다.
▲ 특색 있는 바둑대회, 새로운 바둑대회 모델을 시도하고 있어서일까. 생각 외로 취재 온 기자가 많았다.
▲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나란히 여성과 마주하고 대국하는 모습은 뭐랄까, 아하~ 여긴 무릉도원, 인간세계가 아니라 신선들이 살 법한 선계이지 지금. 이 두팀의 이름도 '김삿갓기우회'와 '선녀나라'다. 그래서일까. "어허~ 두기도 전에 취하네." 한잔 걸치고 오셨던가 보다. ^^;;
▲ 대회 중인데, 바둑을 두다가도 잠시 기념촬영. "회장님, 여기 좀 보셔요. 다들 스마일~"
▲ 동네기원에서나 왔을 법한 참가자들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마시라. 아마국수를 지낸 이렇게 유명한 선수들도 참가했다. 오른쪽이 박성균 7단.
▲ "차라리 사회 보는 게 더 쉽군." 아마추어 대회가 있는 곳이면 어디이고 마다 않고 달려가는 '전국구 명 사회자' 박창규 내셔널리그 운영위원장. 무척 고심에 찬 표정이다.
▲ 새싹부(어린이부) 참가선수들을 심판이 줄세워 호명하며 체크하고 있다. 태백, 정선, 영원, 도계 폐광 4지역 바둑어린이들뿐 아니라 전국에서 출전했다.
▲ 군수님과 군의장님은 특히 어린이들의 바둑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오목대회는 물론, 영월에서 보급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래 5단이 아이들 흥미유발을 휘해 개발했다는 바둑과 포커를 접맥한 '조커바둑'이란 게임 이벤트도 마련했다.
"이거 우승하면 쌈을 주는 거예요? 고기를 주는 거예요?" "고기를 싸먹는 쌈을 준단다!" "고기를 주면 더 좋은데..." 맹랑한 녀석이다. ^^
▲ 심심할 틈이 없다. 오목 삼매경에 빠진 엄마에 아랑곳 않고 혼자 바둑돌을 놓는 아이.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 혼자 남아도 아기는 잠을 자지 않습니다. 바둑대회장에선 말이죠.
▲ 새싹, 샛별, 으뜸부로 나뉜 어린이부문은 첫날 대회를 마치고 시상까지 했다. 시상한 전제우 정선군바둑협회장이 입상한 아이들과 기념촬영.
▲ 지체 높으신 군수님과 이렇게 유모차 끌고 나온 학부모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바둑대회장이기도 하다.
▲ 정선아리랑 전국바둑대회는 내일(22일)에도 계속 이어진다. 첫날 대국을 마치면 선수 전원이 화암동굴 인근 하늘바람공원 야영장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고 2시간 동안 야외공연과 레크레이션을 즐긴다. 대회 이튿날 아침엔 정선5일장 체험일정도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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