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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공지능 바둑 소식에 중국바둑 일인자 커제 9단도 놀랐다.

1월28일 세계적 권위학술지인 <네이처>는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5-0으로 중국프로기사 2단이면서 유럽챔피언인 판후이를 꺾었다고 발표했다. 또 12억원(100만 달러)을 걸고 3월에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전 세계가 들썩였다.

이 소식을 접한 커제는 “흑백을 확인하지 않고 인공지능 알파고와 판후이 2단의 기보를 봤다. 어느쪽이 인공지능이고 어느쪽이 판후이 2단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과 사람이 둔 것처럼 보였다”면서 “(알파고는) 버릴 곳은 버리고 버릴 곳은 버리고 물러날 곳은 물러나는, 아주 균형적인 기풍이었다. 이전에 일본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젠(zen)은 간혹 난데없이 이상한 수를 두기도 했는데 알파고한테서는 전혀 그런 면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디가 중요한지 알고 있었고 흐름도 끊기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 28일 저녁 열렸던 구글 딥마인드의 프레스 브리핑 장면. CEO 데미스 하사비스와 데이비스 실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가 간략하게 인공지능 알파고를 소개하고 한국기자들과 질의응답했다.

하지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승부를 두고서 예측은 한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세계최강 이세돌 9단이 모든 판에서 이긴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긴장감을 주는 치열함은 없고 싱겁게 끝날 것이라고들 한다.

최철한 9단은 “판후이 2단이 판판이 초반에 망했다. 그러는 바람에 알파고가 난전에 강한지 아직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한국기원의 양재호 사무총장 역시 “컴퓨터가 한 두 경기를 이길 수 있겠지만 모든 대국에서 이세돌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규병 9단도 "알파고가 프로 기사들과 상대하려면 2~3점을 먼저 깔고 두는 접바둑이 적당해 보인다"고 평가하며 컴퓨터가 프로기사의 벽을 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같이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다.

커제는 “내가 볼 때 프로 입단 직전의 실력이다. 비록 프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프로에 아주 근접한 실력이다. 어느 것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인지 몰라보겠다는 자체가 아주 놀라운 것이다. 다섯 대국만으로 단점을 잘 찾아낼 수 없었는데 이는 상대 판후이 2단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기 때문일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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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후이는 누구인가.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기원소속 프로기사가 됐지만 주요 활동 무대는 유럽이었다. 2013~2015년 유럽챔피언을 지냈다. 중국프로바둑계에서 뛰지 않은 지는 오래됐지만 대략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굳이 중국랭킹을 알아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현역 401명 가운데 298위에 올라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다 보니 정상급 프로기사와 대국할 기회도 없었다. 커제의 언급을 따르면 ‘아마추어 정상급’의 실력이다. 아마 정상급 기사가 이세돌 9단을 이긴다?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번기 승부라면 우승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거액의 상금까지 걸려 승부욕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세계최강 이세돌이 상대라면 더욱 그렇다.

커제는 ‘인공지능 vs 판후이’ 대국에 대해 찜찜함을 감추지 못했다. 커제는 “나 역시 당연히 알파고와 몹시 대국해 보고 싶다. 물론 돈 때문이 아니라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가 궁금해서다. 알파고와 판후이 2단의 다섯 대국에서 판후이는 이상할 정도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떤 판은 보기 민망할…(웃음).”라며 “심지어 고의로 져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인데, 좌우당간 모를 일이다. 아마도 오랫동안 바둑을 두지 않은 것 같다. 나만이 아니고 만나는 중국프로기사들이 죄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하고 싶어 하더라. 아니 바둑 좀 안다는 사람들도 모두 알파고와 승부를 겨뤄보고 싶어할 것이다. 내가 둔다고 하면, 아주 자신 있다. 나중에 알파고가 더 실력이 는다면 몰라도 현재로선 그렇다.”고 말했다.

“고의로 져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인데”라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최소한 커제 눈에는 알파고의 상대에게 허점이 많아 보였다는 점이다.

이번에 대결에 대해 커제는 “5번기이 확정이라면 승부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알파고가 판후이 2단랑 둔 바둑은 지난해 10월에 둔 것이라던데, 반년이 더 지났다면 아마도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학습능력이 있다고 하잖나. 그렇더라도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볼 때 조심스럽게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해 본다. 아마도 정선 혹은 역으로 덤을 주는 정도의 실력 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향후 알파고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 커제는 “예전에 갖가지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을 연구해 보았다. 일본의 젠(ZEN)은 현재 프로기사와 넉점, 다섯점 정도의 치수이다. 그런데 이번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중국프로기사를 호선에 이겼다. 비록 유럽챔피언이지만(웃음)…. 아무튼 질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나도 놀라서 사회망서비스에 퍼날랐으니까. 다들 놀라더라.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자주 약간의 허풍을 섞어서 말한다. 바둑은 장기와 달라서 컴퓨터가 한동안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사람들 대부분 인공지능이 프로기사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더랬다. 유럽이든 그 밖의 국가이든 막론하고 말이다. 그랬는데 충격이다. 적어도 1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추세로 봐서 2~3년 이내에 (알파고가) 최정상급의 실력에 도달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대결의 가장 중요한 승부 요건은 대국조건이다. 대국조건이 정해지지 않았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일반 세계대국과 동일하게 시간제한, 덤 등에 대한 규정이 같아야 할 것이다. 알파고에게 수읽기를 하는 시간은 5분이든 30분이든 거의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세돌에게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만약 속기로 둔다면 이세돌이 불리할 것이고 제한시간이 길다면 이세돌에게 다소 유리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세계대회와 동일한 시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바둑을 두는 데에는 감정적이거나 외적인 승부에 많이 작용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감정이나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릴 염려가 없다는 점이나 실수가 거의 없다. 이런 건 이세돌보다 유리한 요소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인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영광을 안아 기쁘다. 바둑 역사에서 중요한 경기라고 판단해 도전을 받아들였고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결은 승패를 떠나서 바둑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가 이미 놀라운 단계에 이른 상황이지만 만약 정말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이세돌 9단을 꺾고 승리를 거둔다면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심지어 바둑을 계속해서 두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이들도 생기지 않을까. 이세돌 9단이 이긴다면 그런 긴장감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춰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충격 여파는 여전히 대단할 것이다. 3월 대국이 시작될 때까지 ‘이세돌 vs 알파고’을 둘러싼 열기는 식지 않을 것 같다. [신화통신사 한국주재기자=김경동(전 사이버오로 컨텐츠팀장)]

* 인공지능 vs 프로기사
제한시간 1시간, 초읽기 30초3회 덤7집반

▼ ○알파고(인공지능) ● 판후이 프로2단 백2집반승

▼ ●알파고(인공지능) ○판후이 프로2단 흑불계승

▼ ●판후이 프로2단 ○알파고(인공지능) 백불계승

▼ ●알파고(인공지능) ○판후이 프로2단 흑불계승

▼ ○알파고(인공지능) ● 판후이 프로2단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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