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청석초에서 열렸던 어린이 바둑축제. 한국에서 바둑을 가르치는 특성화 초등학교는 현재 6곳이 있다.
중국에서 '바둑'이 올해 가을학기부터 초등학교 정식 교과목에 들어간다.
지난 5월30일 베이징시 초ㆍ중등체육협회와 베이징시 체육국, 중국기원와 마인드스포츠협회 책임자들은 학교, 학생대표와 함께 '베이징 초ㆍ중등학교 마인드스포츠 보급프로젝트' 선포식을 열고 장기, 체스, 브리지, 체커(다이아몬드 게임), 오목과 함께 바둑까지 6개의 마인드스포츠 종목을 초등학교에 정식교과목으로 편성ㆍ보급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베이징시 초ㆍ중등 체육협회 부주석 자오잉은 "바둑, 장기, 체스 3개 교과는 올해 9월부터 먼저 정식과목으로 편성되어 베이징시 내의 100개 시범학교의 교실로 들어간다. 곧 교사를 채용하고, 원격교육과 이에 상응하는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으로도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칠 것이다."라며 "협회는 총 18교시로 강사특별양성과정을 만들어 이번 여름방학 동안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바둑교육을 할 예정이다. 물론 이에 필요한 바둑교육용 소프트웨어와 교재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이번 가을학기부터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이 매 학기 12번의 바둑수업을 받게 하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이 인정되면 협회가 인증하는 평가고시와 시합방식 등의 시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기원은 2013년부터 '어린이 바둑인구 3천만 명'이란 목표를 설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침 중국바둑은 호황기라 자국주최 세계기전도 2010년 3개에서 4년 만에 11개로 크게 늘었고, 중국프로기사들의 세계대회 우승 활약도 바둑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 지난 5월 30일 열린 선포식. 우선 베이징시가 바둑을 포함한 마인드스포츠 종목을 초중등학교 정식 교과목에 넣었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중·일 어린이 바둑교육의 현황은?
제도권 교육에 바둑을 정식교과목으로 편성하는 것은 한·중·일 3국 기원의 공통목표였다.
한국은 2개 대학에 바둑학과가 있고, 전남 순천에 바둑고등학교도 있다. 또 '특성화'초등학교 중에는 바둑을 학교 수업의 하나로 가르치기도 하고, 일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라는 보충수업으로 바둑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8개까지 늘었던 바둑특성화 학교 중 2개 학교는 바둑특성화를 포기하거나 영어로 과목을 변경했고, 방과 후 학교도 일주일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시간이 줄어드는 등 규모가 축소ㆍ위축되는 추세라는 게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현재 군포시 흥진초등학교, 안산시 청석초등학교, 부천시 부천초등학교, 파주시 지산초등학교, 파양초등학교, 광명시 광명북초등학교 6군데가 바둑특성화 초등학교의 이름으로 바둑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 오키나와 고교가 바둑을 선택과목으로 도입한 게 학교 내 바둑수업의 시초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최근 “도쿄도 주오구(東京都中央區)의 경우 전체16개 초등학교 중 2012년 4개교가 바둑을 받아들였다"라고 보도했다.
또 일본기원은 초ㆍ중학교 및 고등학교 30개교에 프로기사를 파견해 학생 약 6000명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수험지도 때문에 여유 수업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초등학교와 대학교보다 덜 활성화돼 있는 편이다.
한국과 일본도 선도적인 노력을 했지만, 일부 학교에서 교장의 권한으로 바둑교육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더구나 중국처럼 국가의 주도하에 제도교육에 편입되는 것은 차이가 크다.
▲ 상하이의 최고명문 푸단대학교 광화루(光华楼). 2005년 푸단대학 개교100주년 기념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 대학은 바둑으로 특기생을 뽑는다.
한국바둑 '두터움'은 어디에?
중국은 지금도 바둑영재가 넘쳐난다. 이제 한국과 '양'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질'에서도 차이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프로기사만 26명을 배출한 '양천대일 바둑도장'의 김희용 원장은 "93년 어린이 바둑교실부터 시작해 바둑도장까지 20년 넘게 바둑교육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등학교 고학년의 바둑실력이 가장 약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한다.
한 바둑계 인사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교육 여건상 바둑이 일반초등학교에 정식교과로 편성되는 길이 요원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전국의 유치원을 대상으로 바둑교육을 시작하는 것이다. 유아교육을 선도해 바둑에 대한 인식을 다시 넓히고 기반을 다져야 한다. 또 실제로 바둑을 배우기에 가장 적절한 나이가 6~8세 사이다. 프로기사로 크게 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바둑을 배웠다."라며 어린이 바둑의 활성화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서 바둑을 정식교과목 편성하는 것은 한국바둑계에서도 숙원사업 중의 하나였다. 프로기사의 대학진학정책이나 국가대표팀 구성 등에서 중국에게 한 발 밀린 이때 어린이바둑 교육에서도 다시 중국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다시 한번 냉철한 눈으로 우리의 강점과 두터움을 어디에서 찾을지를 살피고 형세판단 해야 할 시점이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지금 상하이는 바둑 '광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