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바둑의 간판스타로 우뚝선 샤오 정하오 8단. 2012년 17회 LG배에서 대진추첨할 때의 모습.
최근 몽합배와 삼성화재배의 결승을 보면서 중국 신예들의 성장이 정말로 놀랄만하다고 느꼈다. 2년 전에 이미 랭킹칼럼을 집필하면서 이러한 조짐을 예견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2년전에 판팅위, 미위팅, 양딩신을 주목할 신예로 거명한 바 있는데, 판팅위와 미위팅은 벌써 세계기전에서 우승했고, 양딩신은 세계대회에서는 이렇다할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나 중국 타이틀을 두개나 땄다. 반면 판팅위와 미위팅은 국내 타이틀을 아직 따지 못했다. 어쨌든 2년전의 이들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볼 만큼 생소한 존재였지만 ‘폭풍성장’한 지금은 한국바둑을 주저앉히는 전위대가 되었다.
탕웨이싱은 그때에는 아직 레이다에 잡힐 정도가 아니었는데, 그 이후로 급성장했다. 지난 6월 아시안 실내 및 무도대회의 바둑심판장으로 필자가 참여했을 때 탕웨이싱이 바둑 두는 것을 보았는데 아주 당차 보였다. 변상일에게 3연승하는 것을 보고 주목할만하다고 느꼈다. 중국바둑을 세계최강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신예들의 급성장, 그러니까 ‘90후 세대’를 축으로 한 ‘폭풍성장’을 꼽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90후 세대’를 말하면서 우리는 또 한 나라를 지켜봐야 한다. 관심 밖에 놓여 있는 대만바둑이다.
대만바둑은 우리의 경쟁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별로 보도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에 대만바둑이 많이 발전했고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일본바둑을 앞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대만바둑의 현황을 한번 살피고 전망해 볼 필요가 있다.
▲ 17회 LG배 32강전에서 샤오 정하오 7단(2012년 당시)은 저우 허양 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샤오 정하오는 이제 대만을 대표하여 세계기전에 나서는 단골주자로 자리매김한 일인자. 결코 만만히 여길 실력이 아니다.
대만 상위 기사들
<표1>에 대만의 상위 기사 10명의 이름과 관련 정보가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샤오 정하오(蕭正浩)가 몇 년 동안 대만바둑을 평정해 온 천 스위엔(陳詩淵)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을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대만의 상위를 차지한 기사들이 젊다는 것에 시선이 간다. 열명 중 다섯명이 1990년대에 출생했다. 한국의 상위 기사들보다 평균 연령이 낮다. 이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 <표1> 대만의 상위 10위 기사들
아래 [그림1]에 최상위 5명의 점수변화를 그렸다. 천 스위엔이 다른 기사들보다 압도적으로 점수가 높았는데, 금년에 하락하기 시작하여 상승세의 샤오 정하오에게 1위를 내주었다. 샤오 정하오는 저우 쥔쉰(周俊勳)과 린 지한(林至涵)과 함께 제2 그룹에 속했는데, 작년 봄부터 뚜렷한 2위로 자리매김한 다음에 차차 점수가 올라서 1위까지 올랐다.
이미 30세가 넘은 저우 쥔쉰과 린 지한이 서서히 퇴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왕 위안쥔이 빨리 늘어서 3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이 눈에 뜨인다. 그는 지난 2년 동안에 400점이 늘어서 천 스위엔과 비슷한 점수까지 올라갔다. 1996년 생이므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머지 않아 샤오 정하오와 1위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그림1] 최상위 5명의 점수변화
다음 [그림2]는 상위 5~10위까지의 기사다. 헤이 자자가 2011년 초에는 이 중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는데 점점 줄어서 지금은 9위로 내려왔다. 린 수양과 린 리샹이 엎치락뒤치락 점수 경쟁을 해왔는데, 2010년에 입단한 린 쥔옌이 빨리 늘어서 이들과 비슷한 점수를 가지게 되었다. 왕 위안쥔보다 한 살 어린 것을 헤아리면 그의 성장 가능성은 왕 위안준과 비교할만하다.
린 슈핑은 아직 21세이지만 최근에 별로 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그림2] 대만 5~10위 기사들의 점수변화
대만의 타이틀전 현황
아래 <표2>에 2012년과 2013년의 대만바둑선수권 경쟁 내역을 적었다. 천 스위엔이 한때 6관왕에 오르며 대만바둑계를 제패했고, 2012년에도 5개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금년 들어서 샤오 정하오가 천원과 국수전 도전자로 나서자 두번 다 타이틀을 빼앗겼다. 샤오 정하오는 이를 발판으로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왕좌전에서도 천 스위엔은 도전자 샤오 정하오를 맞아 타이틀 방어전을 펼치는 중인데 1:1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기왕전 도전7번기에서는 도전자 왕 위안쥔에게 1승3패로 밀리고 있다. 이것이 천 스위엔의 일시적 슬럼프인지 장기적 추세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십단전에는 왕 위안쥔이 저우 쥔쉰에게 도전하게 되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저우 쥔쉰과 린 지한이 작년까지 결승무대에서 활동했는데 금년에는 저우쥔쉰이 십단전 방어전을 치르는 것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대만은 세대교체가 일어나서 30대는 퇴조하고 10대 기사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 <표2> 대만 기전 결승전 (12월 9일 현재)
▲ 1988년생인 샤오 정하오는 2007년 5단시절 이미 대만의 3기 국수전에서 천 스위엔(왼쪽) 국수와 도전5국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일인자의 자리를 위협했다. 당시 천 스위엔은 최종국에서 가까스로 반집을 남겨 국수를 방어했지만 최근엔 연속 무너지고 있다.
대만바둑의 전망
대만바둑은 역동적이다. 몇 해 동안 대만바둑을 제패해 온 천 스위엔을 물리치고 샤오 정하오가 1위로 올라섰다. 당분간 이 둘 사이에 1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이것이 바로 대만바둑이 흥미로워지리라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한 왕 위안쥔과 린 쥔옌 등 신예 강자들의 실력이 늘고 있다. 이른 바 ‘90후 세대’ 기사들이 10위 이내에 5명이나 들어있다. 대만의 바둑 실력이 늘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다.
대만과 일본바둑의 비교
필자는 일본의 바둑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대만바둑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그러면 대만바둑과 일본바둑의 앞으로의 경쟁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이에 답하고자 일본기사 3명과 대만기사 3명의 점수변화를 [그림3]에 그렸다. 일본의 30대 상위 기사들을 대표해서 장쉬를 골랐고, 신예 유망주로 무라카와 다이스케와 이치리키 료를 골랐다. 대만에서는 최근에 1위에 오른 샤오 정하오와 신예 유망주로 왕 위안쥔과 린 쥔옌을 골랐다.
샤오 정하오와 왕 위안쥔의 점수는 늘고 있고, 장쉬의 점수는 줄고 있어서 1년이 지나면 샤오 정하오와 왕 위안쥔의 점수가 장쉬의 점수를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상위 기사인 다카오 신지, 고노 린, 야마시타 게이코, 하네 나오키, 등이 장쉬와 같은 같은 추세로 점수가 줄고 있으므로 앞으로 2년이 지나면 대만의 최상위 기사들이 이야마 유타를 제외한 일본의 최상위 기사들보다 높은 점수를 가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경쟁(세계대회)에서 대만이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오르게 될 때가 많아질 것이다.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으면 승부세계의 판도는 어느 순간 요동치게 될 수밖에 없다. 영원한 강국은 없다.
[배태일]
▲ [그림3] 대만과 일본 상위 기사들의 점수변화
○● 필자 소개/ 랭킹칼럼을 쓰고 있는 배태일 박사는?
필자는 1972년에 매릴랜드 대학교에 도미, 유학해 1977년에 동 대학에서 물리학박사를 취득하였다. 그 후에 NASA(미우주항공국) 산하의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연구 활동을 하다가 1978년에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연구 조교수로 연구 활동을 계속했다. 1982년에 Stanford University로 옮겨서 Senior Scientist로 연구 활동을 하다가 작년에 은퇴하였다.
연구 활동 분야는 태양의 활동과 중성자성과 블랙홀 주위에서 발생하는 엑스광선 분야이다.
한국기원의 랭킹 전문위원으로 2009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통계적 랭킹 제도를 창안했고, 2010년 1월부터 3개월에 한번씩 세계랭킹을 계산해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기원 공인 아마5단이고, 미국바둑협회 6단 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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