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구리, 비공식 포함 통산 35번째 대결, 35번째 대결은 갑작스런 비공식 대국으로 치러졌다.
19일 오후 장시성(江西省) 징더전(景德镇)시 공항은 조금씩 비가 내렸다. 비속을 뚫고 방금 도착한 이들은 이세돌 9단과 이 9단과 동행한 이창호 9단의 친동생 이영호씨였다. 이들은 곧바로 약속된 만찬장으로 이동해 20일 있을 천신약업배 정상대결에 앞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다.
만찬장엔 20일 정상대결의 주인공인 이세돌과 구리를 비롯해 중국기원 류스밍 원장(체육총국 주임), 국가바둑대표팀 지도자인 화쉐밍 7단, 특별초청된 류사오광 9단, 이창호 9단의 친동생인 이영호씨, 그리고 징더전시의 차오시옹타이(曹雄泰) 정치위원회 서기가 징더전시 체육국과 바둑협회를 대표해 자리했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영호씨는 초상부동산배를 취채하다 이세돌과 만나 이곳에 왔다. 이세돌은 제3회 초상부동산배(중국 베이징에서 3월 19일과 20일 열린다)엔 불참했지만 결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0일 열리는 '이세돌-구리'의 대국은 한-중 바둑계 및 한중 매체에 전혀 알려져있지 않았다. 두 대국자가 한-중 바둑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원래 '이세돌-구리'의 '10번기 대결'과 연관이 있었다고도 하고 수억원 상당의 고급도자기가 부상으로 걸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세돌-구리의 35번째 대결이 3월 20일 열린다는 사실만 16일 주말쯤에 겨우 삐져나왔을 뿐이다.
20일, 드디어 "瓷都论道·巅峰对决"의 기치아래 대결이 시작된다. "도자기 도시에서 도를 논하며 정상의 대결을 펼친다(瓷都论道·巅峰对决)"는 뜻이다. 대회가 열리는 징더전은 도자기로 유명한 곳이기에 이런 컨셉을 잡았다.
대국실은 징더전시의 랑이 호텔 다목적룸이다. 이세돌은 아침 일찍 나타나 호텔에서 마련한 아주 간단한 아침을 먹고 대국에 나선다.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식사를 아주 조금 하거나 거의 하지 않는 건 아직까지 이세돌의 보이지 않는 트레이드 마크다.
35번째 대국에서 이세돌은 백을 잡았다. 구리가 심하게 공격하자 이세돌은 거대한 대마를 포기하고 더 큰 바둑을 구상했다. 뼈까지 바술 듯한 구리의 살상력도 볼만했지만 뼈와 살을 내주고 목숨을 취하는 이세돌의 큰 바둑또한 팬들을 감동시켰다. 세계 1인자를 놓고 싸우던 라이벌들의 대결은 236수만에 이세돌의 백불계승으로 끝났다.
팬들의 뜨거웠던 관심과는 달리 이 대국의 승자와 패자가 어떤 보상이나 상금을 받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기원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재)한국기원 한 관계자는 "어제부터 오늘까지 접촉을 했다. 중국기원이 이 대회의 규정이나 상금 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변했으며, 이세돌 9단 또한 개인적인 일정으로 중국에 간다는 정도 외에 한국기원에 알린 것이 없다. 일단 비공식 대국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회의 대국규정은 2시간 60초 5회로 세계대회 본선과 비슷하다. 이벤트 대회 치곤 상당히 긴 편, 이 외 상금에 관한 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기원의 담당자는 몰랐다고 했지만 중국기원 총책임자와 국가대표팀 감독이 만찬장에 와 있었으니 완전히 몰랐다고는 할 수 없겠다. 게다가 대회 현수막엔 '중국기원'이 주최자로서 들어가 있다.
이세돌-구리의 대국은 한국기원 공식기록으로 이세돌 기준 '33전 15승 1무 17패'이며, 20일 대국까지 포함한 비공식대국 합산 기록(한국기원 기록)은 35전 17승 1무 17패로 딱 동률을 이뤘다.
[사진 출처 | eweiqi.com]
▲ 19일 만찬, 왼쪽부터 얼굴없이 코만 나온 류사오광 9단, 중국기원 류스밍 원장(체육총국 주임), 징더전시의 차오시옹타이(曹雄泰) 정치위원회 서기, 한국의 이세돌 9단, 이창호 9단의 친동생 이영호, 중국의 구리 9단
▲ 20일 대국전경, 현수막 왼쪽에 분명히 '중국기원'이름이 들어가있다. 무슨 사정인지 중국기원은 이 대회를 한국기원에 알리지 않았으며 중국내에서도 거의 홍보를 하지 않았다. 한국기원에 '이 행사를 전혀 몰랐다'고 답변한 중국기원 관계자는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