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더 전 중국기원 주석, 중국의 1세대 프로기사이자 중국기원의 실질적인 창립자다.
11월 1일 베이징, 중국시간 오후 8시 45분, 중국기원의 1세대 프로기사, 중국기원 태두(泰斗)인 천주더 선생이 췌장암으로 치료받던 중 영면했다. 바둑에 바친 그의 일생도 영원히 끝이 났다. 향년 68세.
천주더(陈祖德 9단)는 1944년 2월 19일생으로 신중국의 1세대 프로기사였다. 7살에 바둑을 배우고, 선배를 스승처럼 모셨다. 1959년 우쑹성 등과 함께 상하이 위기 집훈(集训 바둑 집단)에 들어가. 류디화이(受到刘棣怀), 왕요우첸(王幼宸)등 선배들로부터 지도받았다. 1962,1964, 1974년 세차례에 걸쳐 전국개인전 우승을 차지했으며, 동시대 바둑인들의 지도자 위치를 다졌다.
중국기원 창업의 시대에 천주더는 저우언라이 총리, 천이 부총리 등 국가지도자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다. '항일(抗日)'의 큰 깃발을 손에 쥐고 중국바둑의 새로운 기록들을 세워나갔다. 1963년 9월 27일 천주더는 중일 교류전에 나서 스기우치마사오(杉内雅男)에게 선승을 거둬, 일본 9단 프로기사에 대한 첫 승리를 기록 했다. 1965년 10월 15일, 천주더는 이와타(岩田达明) 9단에게 승리해 일본 프로 9단에 대한 승리를 이어나갔다.
중일 대항전서 연구끝에 중국식 포석 창안
일본 바둑과의 오랜 대항을 지속하며 중국의 古 기보를 전력으로 연구하던 중 천쭈더는 매우 공격적이며 위력적인 초식, 독특한 기풍을 확립하게 된다. 일본 바둑계는 그것을 '중국류'로 불렀다. 이후 현재까지 오십년 동안 이 중국식 포석은 바둑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고 최근까지도 가장 유행하는 포석으로 군림하고 있다.
◀ 건강을 잃지 않았을 무렵의 천주더(2004년)
인생은 기구하다. 인생무상이다. 문화혁명은 천주더의 전성기를 박살냈다. 거의 7년이나 바둑을 둘 수 없었으니 이른바 바둑의 홀로코스트였다. 중국 바둑은 덩샤오핑의 시대에 들어와 회복이 됐다. 녜웨이핑 등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해 무대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녜웨이핑과 천주더는 세계아마대회, 신체육배 등에서 우승 준우승을 다투었고 중국바둑의 1인자는 녜웨이핑으로 이동했다.
1980년 9월 14일, 제2회 신체육배에서 36세의 천주더는 선혈을 토했다. 진찰결과 위암이었다. 부득불 바둑계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반상의 투사'였다. 천주더는 인생의 고난을 인생을 살아가는 투지로 극복했다. 그는 병마를 이겨내고 불후의 명저 '초월자아(超越自我)를 완성했다. 이 책으로 천주더는 1994년 인민문학상을 받았다. 바둑팬 뿐만이 아니라 바둑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천주더의 작품에 큰 감동을 받았다.
병은 기적처럼 완치됐다. 천주더는 복귀 후 바둑계 승부에 나서는 것 뿐 아니라, 신시대의 중국 바둑의 영도 책임을 떠맡기까지 했다. 중국체육총국 기류운동(棋类运动, 바둑,장기,체스를 총칭하는 스포츠개념)주임, 중국바둑협회 주석을 역임하고 1992년 중국기원 성립후, 2003년까지 중국기원장을 맡았다. 천주더는 중국바둑 최초로 랭킹제를 도입했고 중국갑조리그를 창설했으며 중국 최초의 세계대회인 춘란배 창설에 기여했다.
비록 중국기원 업무로 바쁜 와중이었지만 천주더는 프로기사로서 자주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전적 또한 아직 품위를 잃지 않았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천주더는 제2회 삼성화재배, 제1회 도요타배 본선무대를 밟는다. 그리고 모두 상대를 이겨 16강까지 들었다. 20여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원로기사로서 천주더는 당년의 풍채를 잃지 않았다.
중국기원 업무에서 은퇴한 후, 천주더는 자연히 바둑의 보급사업에 진력했다. TV 해설, 아마추어 지도, 바둑서적 출간, 바둑교류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근래까지 중국 바둑의 고기보 정리와 같은 국가 사업에 투신했다. 천주더는 여세를 몰아 '중국바둑 고기보 정해대계(中国围棋古谱精解大系)'의 장편서적에 착수했으나 아, 인생의 유한함이여, 그의 생은 짧았고 사당의 대들보는 꺾이어 부러졌다. 그의 고기보 선집이 미완으로 끝난 것은 모든 바둑인들의 큰 한으로 남았다.
프로바둑의 마지막 대국(绝局)은 2010년 12월 21일 겨울이었다. 천주더는 제6회 바이링배 원로대 여류 대항전 제8국에 나서 여류팀의 주장 탕이에 맞서 흑으로 불계승을 거둬 대회 종결을 앞당겼다. 해가 바뀐 후, 천주더는 췌장암에 걸려 투병을 시작했다. 수술을 받은 후인 2012년 3월 14일, 췌장암은 재발했다. 그리고 오늘, 근 칠순의 천주더는 이제 다시 생명을 돌이키는 기적을 일으킬 수 없게 됐다.
천 선생은 일생을 통해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바둑대사(围棋大使), 바둑계지도자, 바둑팀 감독, 바둑문화사업가 등 헤아릴 수 없다. 단 그러나 반상에 일생을 바친 프로기사로서, 바둑의 쓴 맛과 기쁨을 함께 맛본 기사로서, 그가 가장 큰 의미를 둔 것은 한장의 기보를 남기는 것이었다. 후회가 남지 않는 중요한 의미의 승리가 담긴.
천 선생은 중국바둑의 번영과 발전에 헤아릴 수 없는 공헌을 했다. 이제 중국 바둑의 역사에 길이 빛나리라.
[ 사진, 글 출처 | 시나바둑, 시나체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