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헤매는 백홍석에, 조치훈 의심의 눈초리
'조백'분쟁, 한장의 사진으로 진실을 찾아 조치훈은 마음을 풀다
▲ 미치겠네, 기억이 안나! - 복기하는 백홍석 9단, 복기중 기억이 잘나지 않아 화면 앞에서 손짓과 함께 생각하고 있다
2012-06-14 오전 12:03
중국 푸첸성 샤먼시에서 열리는 중국 을조리그는 여러모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이세돌 9단이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전격 참가했고, 한국에선 이세돌을 포함해 백홍석, 박영훈, 강동윤 등 총 9명이 을조리그에 발을 담갔다.
일본팀의 참여도 단연 눈길을 끌었다. 자국 리그의 흥행을 위해 중국기원이 일본기원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팀의 주장은 원래 예정된 이야마 유타 9단이 자국 일정으로 빠지게 됐고, 대신 조치훈 9단이 맡았다.
이런 화려한 잔치에 사건이 아니 날 수는 없다. 이른바 조-백 분쟁이다. 이틀에 걸쳐 누군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뒤숭숭했던 일이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12년 바둑 을조리그 3회전이 8일 끝났다. 6월9일은 휴전이다. 성적이야 어쨌든 기사들에게 이날은 마음의 짊을 살짝 내려놓을 수 있는 하루다. 일본팀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3회전에서 무승부로 1점을 따냈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그리고 풀린 것이 또하나 있다. 처음으로 을조리그에 출전한 조치훈과 콩링원 감독은 커다란 근심거리를 풀었다. 그것은 2회전에서 일었났던 사건 때문이었다. 2회전에서 조치훈이 백홍석에 졌고, 백홍석의 복기에서 의심스러웠던 점이 풀렸다.
사건 날짜는 6월7일, 2회전. 중일우호 팀과 더저우 장하영화 팀과의 대결에서였다. 대회가 마감시간에 이르러 치열한 패싸움이 벌어졌다. 조치훈은 프로생활에서 흔치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상대가 먼저 패를 따내자 잠시후 조치훈이 팻감을 쓰지 않고 바로 패를 따냈다.
이를 본 백홍석은 규칙위반이라고 이야기했고, 중국규칙대로 조치훈이 한 점을 벌 받고 착수한 돌마저 무효처리됐다.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백홍석이 한 수를 두자 조치훈은 금세 패배를 인정했다.
조치훈이 방으로 돌아와 콩링원과 함께 인터넷에 중계된 기보를 봤다. 규칙을 위반한 원인을 찾고 싶어서다. 하지만 중계된 기보의 수순이 틀렸다. 다시 현장에 돌아가 정확한 기보를 보고자 했다. 쌍방의 동의하에 승리한 백홍석이 복기하기로 했다.
끝내기 부분의 수순이 너무 많아 백홍석도 돌이켜 생각하는데 몇 분 이상이 걸렸다. 도중에 몇 번이나 망설임이 있었다. 수순을 놓아보다가 다시 수정하곤 했다. 백홍석의 기억력이 정확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수순이 틀린 기보밖에 얻지 못했다.
그날 밤 조치훈은 백홍석이 복기해 완성해 놓은 기보를 다시 봤으나 자신이 어디서 잘못한 것인지 이해가 안갔다. 이대로라면 3번째 그림에서 흑 263으로 팻감을 찾은 것이다.
이 대국은 두 대국자가 종료시점에서 모두 어리둥절해진 상태여서, 조치훈도 기억이 희미했다. 그는 흑 263수로 놨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면 규칙위반도 안했을 것이며 백홍석이 수를 잘못보고 규칙위반이라고 지적한것 같다고 콩링원에게 말했다.
콩링원이 중계 기보를 들고와서 혹시나 도움이 될까 했지만 역시 실패였다. 조치훈은 예전에 팻감을 쓰지 않고 패를 따내 규칙위반을 한 적이 있긴 했지만 이번의 경우엔 자신이 규칙위반을 했다는 것이 더욱 의심스러워졌다. 게다가 대국까지 지고 팀도 졌으니 저녁에 홀로 술을 마셨다. 월하독작!
콩링원의 말에 따르면, 이튿날 8일 아침 7시에 조치훈은 혼자 대회 장소에 가서 복기를 했다 한다. 그러나 역시 희미한 기억 탓에 그 답안을 얻지 못했다.
8일 점심때 3회전이 열렸다. 조치훈은 마음속의 의심을 일단 치워놓고 정신을 다시 차려 흑으로 중국신예 단즈텅을 이겼다. 3회전서 일본팀은 조치훈과 무라카와 다이스케가 승리했으며 스코어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2번의 연속패배 뒤 끝내 승점 1점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기보’와 ‘규칙위반’에 관한 의심은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콩링원이 8일밤 인터넷에서 증거를 찾았다. 시나기자가 대회 종료때 찍어서 올린 사진이다. 마침 대국이 끝나기 직전의 형태였다. 콩링원이 이것을 보고 바로 복기를 시작해서 진실을 알게 됐다. 조치훈도 이 사진을 보고나서 마음속 의심을 풀었다.
백홍석은 복기를 8번이나 했지만 팻감 때려내는 수순이 틀렸다. 실전에서 246과 248은 끝내기이자 팻감이었다. 하지만 백홍석은 이를 따로 2개의 팻감으로 쓴 것으로 기억했고, 아래 사진 속의 바둑판으로 판독해본 결과로는 (수순을 오기한 애초의 기보) 흑 263은 실전에서 두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263이 더욱 조치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두명의 세계챔피언 출신 프로기사가 금방 끝난 대국을 끝내 복기하지 못했다. 실로 보기 드문 사건이다. 젊은 백홍석이 복기를 자꾸만 틀리게 한 것은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투혼의 승부사 조치훈은 결국 진실을 알게 된 후 모든 의혹을 풀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모두 풀리기 전,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중국의 네티즌들이 백홍석을 비난했다. 백홍석의 승리가 정당하지 못하다거나 혹은 대국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6월 10일 콩링원과 당사자인 조치훈이 성명을 발표했다. “희망컨대 바둑팬들이 백홍석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콩링원은 6월10일 오후 을조리그 4회전 도중에 기자를 찾아 일본 쪽의 의향을 발표했다.
콩링원은 먼저 조치훈의 의향부터 말했다.
“조 선생은 우선 자신이 팻감을 쓰지 않고 패를 따낸 것이 당연히 규칙위반이라고 했다. 그때 당시 너무 혼란스러워서 위반했는지조차 몰라 어리둥절했고 그것 때문에 복기와 연구도 많이 했지만 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진실을 알게 됐으니 아무런 의심이 없다. 이 사건은 모두 내 탓이다. 백홍석은 대국중에 아무런 나쁜 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어 콩링원은 자신의 의향을 발표했다.
“듣자 하니 인터넷 상의 댓글에서 어떤 바둑팬들은 백홍석의 승리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제 생각에는 백홍석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대국중에 조 선생이 팻감을 쓰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은 정상이다. 모든 프로들은 대국중에 자신만의 버릇이 있고 개성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사범도 정확하게 발표했다. 백홍석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이다. 우리는 그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번역 | 사이버오로 중국통신원 박위룡]
[출처,사진 | 시나바둑 위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