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경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제4회 도요타배에서 세계최강 이창호 9단을 비롯하여 목진석 9단 등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는 일대 파란을 일으키면서 세계무대에 우뚝 선 주인공이 있었다. 그는 바로 중국의 퍄오원야오(朴文堯) 5단, 곧 박문요 5단이다.
중국 프로기사 중 박문요 5단과 같이 험한 고생 끝에 바둑을 배운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1988년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 출생인 박문요 5단은 1995년 처음 바둑을 접한 후 1년도 되지 않아 하얼빈 위기구락부 훈련반에 들어갔다. 그때 박문요의 가정은 부유하지 않아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아버지는 각지를 다니며 장사를 했다. 그러던 중 2000년 박문요는 아버지가 베이징에서 강도를 만나 목숨을 잃는 비보를 접한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은 이때 박문요는 입단의 관문을 통과한 후 국가소년대에 선발된 상황이었다. 그의 모친은 부친의 유의와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박문요를 베이징으로 데리고 갔다. 그때 중국기원 근처에 방을 하나 얻었는데 기숙사처럼 가운데 긴 통로가 있고 양 옆에 있는 방이 있는 월세 500위엔(한화 약 7만원)집이었다.
1년 후 박문요는 국가소년대에서 탈락한 후 베이징을 떠도는 일부 다른 소년 기사들과 함께 스스로 훈련을 진행했다. 이때의 생활이 박문요에게는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그는 “그때는 아주 어려서 정말 아무 것도 몰랐고, 결코 진지하게 책임감의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머니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고 회고했다.
박문요는 비록 매우 불행했지만 그가 바둑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행운이 다가왔다. 그는 당시 삼성화재배 대회를 총진행하고 있던 박덕수 씨로부터 매월 약간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고 이 인연으로 중국랭킹 40위까지 참가가 가능했던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 특별초청되어 출전하는 혜택을 입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문요는 중국 랭킹 40위 밖이었다.
이후 박문요가 갑조리그팀에 소속되면서 일정의 월급을 받게 되자 박문요의 모친은 매월 받던 박덕수 씨의 경제적 도움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제 고정월급이 생겼으니 우리 힘으로 살아보겠다" 정중히 사절해 감동을 주었다.
현재 박문요의 생활은 성적을 내면서 많이 호전됐다. 어머니는 더 이상 생계를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
외부에서 대국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박문요의 생활은 아주 규칙적이다. 오전에 기보를 놓아보고 오후에도 기보를 놓아본다. 저녁 때는 인터넷으로 바둑뉴스를 보거나 각종 기보를 검색해서 본다고 한다. 하루의 공부 시간은 8시간 정도.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지루하지 않냐는 말에 그는 “나는 특별히 오랫동안 기보를 놓아보거나 아주 특별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한차례 축구를 하는 것 이외에 특별히 하는 여가 활동은 없다.
박문요 5단은 지난 해 4월 31일까지 집계된 랭킹에서 8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이어 제6회 초상은행배에서 같은 소표(小豹)세대의 선두주자인 천야오예 9단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금년에는 4월 31일까지 집계된 랭킹에서 후야오위 8단, 왕시 9단, 왕레이 8단 등을 끌어내리면서 5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 8월에 벌어진 도요타배에서 이창호 9단, 목진석 9단 등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금년 세계대회 성적은 8승 2패.
중국 랭킹 1위인 구리 9단과 벌이게 되는 결승전에서 우승을 한다면 9단으로 곧바로 승단도 가능하며, 경제적인 문제도 많이 해소가 될 것이다.
최근 박문요 5단을 놓고 한중(韓中)간에 ‘조선족=한국인인가'라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 그가 조선족이기는 하지만 중국에서 나고 자란 중국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한국 바둑팬들은 많지 않다. 또한 중국 바둑팬들도 조선족이 한국의 언어와 풍습이 같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굳이 부인할 필요도 없다. 그저 박문요 5단을 지켜보는 바둑팬들은 당사자인 박문요 5단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지 말고 반상에서 열정을 다해 승부를 다투는 그를 지켜보고 격려하는 것이 진정 바둑을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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