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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의 마술사, 하늘도 그를 돕다!

3월 29일 일본 아이치 현에서 벌어진 제45기 일본 십단전 도전5번기 2국에서 조치훈 9단이 야마시타 게이코 9단을 306수 끝에 흑2집반승으로 물리치고 타이틀 방어에 1승만을 남겨뒀다.

조치훈 9단의 대역전극이었다. 1국에서 호쾌한 공격바둑으로 승리를 이끌었던 조치훈 9단은 2국에서 야마시타 9단의 두터움에 밀려 중반까지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

조치훈 9단은 초반 하변에서 실리를 벌어놓고 전형적인 선 실리 후 타개 바둑으로 승부를 보려했지만 야마시타 9단의 날카로운 공격에 좀처럼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고전했다. 종반에 접어들어서도 야마시타 9단의 정확한 끝내기에 형세가 기울자 일본검토진들은 야마시타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승부사에겐 행운도 함께 하는 것일까? 승리를 눈앞에 둔 야마시타 9단이 종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두 기사 모두 초읽기에 몰린 와중에 백234수로 막은 수가 결정적인 실수. 235로 두면서 좌변 백 다섯 점이 잡혀버리자 순식간에 형세가 뒤집혀 버렸다. (아래 관련기보 참조)

입회인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을 비롯한 일본 검토진들은 “조치훈 선생의 염력이 통했나 봅니다”란 표현을 하면서 야마시타 9단의 착각을 아쉬워했다.

초읽기의 마술사로 불리는 조치훈 9단은 이날 바둑에서도 여지없이 초반 50수에 초읽기에 몰렸다. 특히 흑31, 33, 43의 수에만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50수 이후에는 제한시간을 모두 소비한 상태에서 초읽기에 의지해 끝내기까지 가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도전3국은 4월 5일에 벌어진다.

일본기원은 사이버오로와 동일한 대국실을 사용하고 있어 일본 십단전 도전5번기 모든 대국은 사이버오로에서도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산케이신문이 주최하는 일본 서열 4위 기전인 십단전은 제한시간 각자 4시간으로 우승상금은 1450만엔(한화 약 1억2천만원)이다.


★ 바로 이 장면




조치훈 9단의 염력이 통한 것일까?

두 기사 모두 초읽기에 몰린 와중에 조치훈 9단이 흑1로 둔 장면. 당연한 선수인데 야마시타 9단이 귀신에 홀린 듯 손을 빼고 백2로 역끝내기를 해버렸다. 흑3으로 빠지자 백 다섯 점이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촉촉수를 깜빡한 것. 뒤늦게 백A로 이어도 흑B면 백 다섯점이 잡힌다.

흑1 때 백A로 받았으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두었으면 백이 최소한 반집은 남기는 국면이었다. 일본 랭킹1위 기전인 기성을 보유하고 있는 기사도 때론 촉촉수도 못볼 때가 있나보다. 마지막 순간 허망하게 명암이 갈리기는 했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제한시간 4시간 바둑'으로는 근래 드물게 최장시간 사력을 다한 대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바둑이 끝난 시간은 오후 8시 1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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