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일본 바둑계는 한마디로 ‘장쉬의 몰락과 다카오신지의 급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스토리에 야마시타케이고 9단과 조치훈 9단(십단), 고노린 8단(천원) 등에 관해서 언급한다면 2006년 일본바둑계에 대해서 거의 총망라해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만출신으로 린하이펑 9단의 제자이기도 한 장쉬 9단의 몰락 과정은 한편의 각본 혹은 드라마를 보는듯하다. 최근 2~3년간 장9단은 비록 기성(棋聖)타이틀을 단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1인자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2005년 6월경 본인방 타이틀을 빼앗기긴 했지만 2006년 7월부터 기성전(碁聖戰), 용성전, 아함동산배를 우승하면서 어느 정도 본인방의 손실을 만회했다.
하지만 11월들어 다카오신지 9단에게 명인전 타이틀을 빼앗기며 일본 3대 타이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곧이어 그 충격 여파로 평소 강세를 보였던 야마시타케이고 9단에게 왕좌타이틀마저 빼앗겼고, 왕좌전 타이틀을 잃고 1주일도 안돼 중일아함동산배에서 중국의 류싱 7단에게 패하는 등 연일 하한가(?)를 치고 있다.
이에 장쉬9단의 부진은 곧 현재 ‘일본의 최강자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장9단은 2007년 1월경 이세돌 9단과 도요타배 결승3번기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현재와 같은 컨디션이라면 국내기전에서 한참 물오른 실력을 자랑하는 이세돌 9단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장쉬의 몰락은 같은 대만출신 선배기사인 왕리청 9단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왕9단은 2000년 기성 타이틀을 따내면서 일본 1인자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세계대회인 LG배, 춘란배를 우승하면서 최정점의 기량을 자랑한 왕9단은 이후 야마시타 케이고 9단에게 기성 타이틀을 빼앗기면서 현재까지 타이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장쉬 9단도 본인방, 명인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일본 1인자 자리에 오른 것과 2005년 LG배, TV바둑아시아에서 우승한 이후 본인방, 명인 타이틀을 빼앗긴 과정이 왕리청 9단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장쉬 9단에게 명인 타이틀을 빼앗은 다카오신지 9단은 일본 랭킹 2,3위 기전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장9단의 자리를 대신했다. 역사상 6번째로 명인-본인방(사카다,린하이펑,이시다,조치훈,장쉬)의 자리에 올랐으며 명인-본인방 우승상금 6900만엔을 확보하면서 상금랭킹 1위가 유력하다.
다카오 신지 9단이 욕심을 더 낸다면 랭킹1위 기전인 기성전(棋聖戰)까지 넘볼 수 있겠지만 다카오신지 9단은 차기대회 예선부터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먼저 본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관건. 때문에 일본에서 유일하게 조치훈 9단만이 이뤘던 ‘대삼관(기성,명인,본인방)’을 달성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마시타케이고 9단은 랭킹 1위기전인 기성타이틀을 비롯하여 최근 장쉬 9단으로부터 빼앗은 왕좌(랭킹6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7대타이틀중 2개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런대로 만족할만 한 수준이다. 야마시타9단은 2007년 1월중순경 고바야시 사토루9단의 도전을 받아 방어전을 치르게 되는데 이 방어전만 무사히 치른다면 2007년 한 해도 일단은 ‘대체로 맑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십단전 도전자 결정전(장쉬9단VS요다9단의 승자)에 진출해 있어 또하나의 타이틀 추가가 기대되고 있어 더욱 입지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랭킹 4위기전인 십단전 타이틀 보유자인 조치훈 9단은 이들 젊은 기사들 틈에서 선전을 하며 7대 타이틀중 십단전 2연패를 기록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여기에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의 기성전(棋聖戰) 도전권 획득도 조9단의 노익장에 버금가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7년 새해를 앞두고 거둔 고노린 9단의 천원전(랭킹5위) 2연패도 한 해를 마무리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천원전 타이틀 획득으로 7단에서 8단으로 승단한 고노린 9단은 12월 15일 천원타이틀 방어로 다시 8단에서 9단으로 승단하는 덤까지 얻었다.
최근 장쉬 9단의 슬럼프로 ‘과연 누가 일본의 최강자인가?’라는 화두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야마시타케이고 9단(78년생), 다카오신지 9단(76년생), 고노린 9단(81년생), 하네나오키 9단(76년생) 등의 젊은 기사들 중 하나가 장쉬의 자리를 대체하거나 혹은 춘추전국시대 그것도 아니면 ‘장쉬(80년생)의 부활’ 정도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