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바둑계는 입단대회 및 승단대회를 마쳤다. 이번에 수백명이 참가한 입단대회를 통해 전국에서 새롭게 20명의 어린 기사들이 입단을 하였다. 바둑전문지인 <위기보>는 이창호9단의 최근 정황과 그에 대한 평가를 곁들여 새롭게 입단한 어린 기사들을 격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그들의 목표는 프로기사가 되는 것이며, 세계대회 우승, 중국의 이창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그들은 존경할만하다. 그들은 또 입단 하기 전까지 주위의 여러 사람들의 희생과 노고에 의해 오늘까지 왔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
프로기사가 되었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동반한다는 것, 그리고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프로기사가 된 이후에는 입단 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이 험난한 길을 가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쫓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알까?
최근 한국의 제2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에서 이창호는 2:0으로 최철한에게 승리를 거두며 다시 한번 이창호라는 이름을 팬들의 기억속에 각인시켰다. 10년이 넘는 동안 세계바둑의 정상에서 천하를 굽어보고 있던 이창호이지만, 최근의 위세는 이세돌과 최철한이라는 막강한 신진세력에 의해서 그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는 추세였다.
이전 같으면 생각하지 못할 일이었지만‘이창호가 흔들리고 있다.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팬들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돌부처도 사람이기에 흔들리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는 결코 쉽게 넘어지지는 않는다. 이번에 왕중왕을 획득한 의의는 이창호의 휘황찬란한 프로생애에 있어서 또 하나의 타이틀을 추가했다는 것과 그는 여전히 한국의 독보적인 패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증명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역경속에서 여전히 정상의 왕좌에 오를 수 있는 이런 이창호에게 과연 몇 단을 주어야 적당한 것일까? 9단은 이미 그 수준을 나타내기에는 부족하다. 다른 9단들과 이창호를 동일시 본다는 건 그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다. 현대바둑사에 우칭위엔 이후로 이런 엄청난 업적을 이뤄낸 기사가 있었던가? 의심할 것도 없이 이창호는 11단 이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이제까지 황롱스(黃龍士(1651-?):청나라 최고의 고수), 도사쿠(道策(1645-1702):일본 에도(江戶) 바둑계의 최고수.혼인보 4세)등 고대의 대기사들의 실력의 높고 낮음을 얘기할 때 어떤 이들은 그들이 족히 13단은 될 것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들이 오늘날의 아마 6단정도의 실력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차이가 이와 같이 크게 나는 주요 원인은 그들이 우리와 한참 떨어져 있는 시대의 사람이어서 우리가 직접 그들의 기예를 체험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창호는 다르다. 그는 우리와 같은 시대에서 자랐고 그의 강대함은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우리는 그의 영역에서 그가 다른 사람보다 한층 더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이클조던, 타이거우즈와 같이 동시대에서 그들의 비상시대(飛翔時代)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행운이다.
이제 모두들 똑같은 출발선에 서있다. 이창호도 역시 한국에서 경험한 잔혹한 입단대회를 통해 새장을 박차고 나가서 오늘의 성취를 만들었던 것이다. 대사(大師)들의 출발점 고도는 아주 상당한 것이며, 진정한 성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출발한 후 꾸준히 견지해 나아가는 것과 속도이다.
이창호는 몇 단이나 되고 우리의 정상급 기사는 몇 단이나 될까? 입단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장래에 얼마만큼의 단위를 가진 고수들을 극복해 나갈 것인가?
인정할 것이다! 이창호의 단위는 당대 바둑최강이라 일컫는 9단의 단위로 표현하지 못할 경지에 올라있다. 그런 이창호를 뛰어넘어 중국 바둑계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갈 기사가 이번 입단한 20명중에 있을까?
<출처 : 위기보-東方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