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언론들이 이세돌9단을 보는 시각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거 중국 언론은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을 비교를 하면서 이세돌 9단의 조그만 행동에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가며 그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이런 중국 언론들의 시각이 이9단의 후지쯔배 우승이후 그를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축구 전문지 주치우빠오(足球報)는 이9단이 최근 1년 사이 국제대회에서 23승3패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금년 초 도요타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국내기전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을 보였지만 국제기전에서는 12승1패로 승률이 92%에 이르는 아주 놀라운 성적을 보여 주었다고 전한다.
유력 스포츠 신문인 <체단주보>를 비롯하여 인터넷 포탈사이트 등도 일제히 이9단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22세의 어린 나이에 6번씩이나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바둑대회 역사상 하나의 기전에서 3차례 이상 우승한 기사는 이9단을 비롯하여 이창호9단, 조훈현9단, 다케미야9단 등으로 아주 적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최근 들어 이9단이 많이 겸손해졌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아직 이창호9단을 뛰어넘지 못했다. 아직은 그가 세계최강이다."라는 이9단의 말을 인용 보도하며 이9단이 정신적으로도 성숙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기사들의 반응도 이제는 이9단을 또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이번 결승전을 지켜본 창하오 9단은 "이세돌의 바둑이 확실히 강해졌다. 호전적인 특징을 유지하면서 이번보다 더욱 안정되었다."라고 평했다. 창9단은 비록 한판의 바둑을 가지고 그 기사의 실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이세돌의 기보내용을 보면 이전보다 날카로워 졌고 계산이 아주 정교해 졌다. 전투력이 강한 기풍으로 볼 때 이세돌의 현재의 행마는 자신감에 차 있고 균형적이다."라고 평했다. 마샤오춘9단 역시 직접적으로 "어쨌든 간에 이세돌은 바둑의 내용으로 보나 성적으로 보나 이창호보다 한층 더 우수하다."라고 말했다.
중국기원 부원장인 화이강은 "그는 조훈현 보다 더한 승부사며 고수이다. 그는 평상시 시합에서는 그의 강함을 못 느꼈지만 중요한 시합에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만약 그가 한 두번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고 하면 우연이나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여섯 번이나 우승했으니 그는 확실히 독특함 강함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9단이 후지쯔배에서 첫 세계 대회우승을 차지할 당시만 해도 중국바둑계는 어떻게 이창호9단을 극복해야 하는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이9단이 오늘날과 같이 이창호 9단만큼 골치 덩어리(?)로 성장하여 자신들을 위협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중국바둑계가 늘 "이창호와 같은 인물이 없다."라고 푸념하는 사이 한국바둑은 또 하나의 이창호를 만들어 놓았다. 중국 바둑계의 시샘어린 시선을 바라보는 한국바둑계는 어떠한 표정을 지을지 못내 궁금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