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충칭에서 벌어진 충칭천바오(重慶晨報)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에서 창하오 9단이 구리 7단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대국은 소룡과 소호의 대표적인 인물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중국 바둑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육소룡 멤버 중 가장 먼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창하오 9단과 중국랭킹 1위와 국내 최다타이틀(4관왕) 보유자인 구리 7단이 대결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빅 뉴스 거리였다. 이번 대국전까지 두 사람간의 역대전적에서는 창9단이 4:3로 근소하게 리드를 유지하고 있다가 더욱 차이를 벌려 5:3이 되었다.
이번 이벤트를 앞두고 두 사람은 4월 19일 속기 기전인 초상은행배 본선에서 맞붙었는데 구리 7단이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올랐다. 이날 구리 7단은 “이번에 창하오 9단이 컨디션이 좋지않아서 졌지만 23일 대국에서는 좋은 대국을 펼치기를 바란다. 자기도 고향에서 이기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창하오 9단은 “나와 구리는 실력이 서로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이기고 지든 정상이다. 내가 비록 원정대국이지만 이번 대국의 앙갚음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이날 대국에서 흑을 쥔 구리 7단은 3연성으로 포문을 열었다. 구리 7단은 자신이 최근 흑을 잡으면 반드시 3연성을 두는 이유에 대해서 “나는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이세돌 9단에게 졌는데 스스로 포석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케미야 9단은 80년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로 그의 포석은 아주 기풍이 있다. 3연성은 내가 비교적 연구를 많이 한 포석 중 하나이며 감각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국은 충칭에 있는 한 광장에서 NEC배와 같은 규칙으로 속기로 벌어졌는데 실외에서 두다 보니 현장을 가득 메운 바둑 팬들의 웃음소리, 차량소리 등이 어우러진 산만한 가운데 두어졌다. 대국 중 창하오 9단이 초읽기 소리를 듣지 못하자 구리 7단이 대신 시계를 눌러주어 시간패를 모면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국이 끝난 후 현장에 나와 있는 바둑 팬들 앞에서 창하오 9단은 “나는 구리에게 감사한다. 오늘 그가 나를 너무 봐주었다. 그렇지않았으면 벌써 안됐을 것이다. 사실 용호사이는 아주 좋은 경쟁 관계이다. 나와 구리는 실력도 비슷하고 피차간에 서로 발전해 나가는 관계이다. 나는 구리가 곧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호텔로 돌아온 뒤 두 사람은 방에서 카드게임인 투지주를 즐겼다.
[정리 : 김경동 / 사진 : 충칭천바오(重慶晨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