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서 황이중 6단과 김강근 4단간에 발생한 대국분쟁후 한중의 바둑계에는 다시 한번 바둑룰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사건에 대해 소개한 한중의 인터넷 뉴스에 대해 한중 바둑팬들이 인터넷상에 올린 수백건의 댓글을 살펴보자면, 기사들이 이 사건을 보는 것이 결코 바둑팬들보다 아주 낫다고 만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황금사건(黃金事件)”이라고 부른다. ‘약방의 감초’ 마샤오춘도 이 사건에 대해서 논평을 잊지 않았다. 역시 이런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결코 ‘마샤오춘’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언론에 실린 마샤오춘 9단의 거침없는 의견을 소개해 본다
마 9단은 사건에 대해 이것은 한국의 대회이며 한국룰의 적용을 받는 대회임을 먼저 강조했다. 마 9단은 “이것은 김강근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만약 사석 하나를 김 4단이 황 6단의 통에서 가져간 것이거나, 그가 전혀 그 돌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황이중 스스로 상대에게 돌 한 점을 주었다. 이는 황 6단이 필경 먼저 잘못을 한 것이다. 어쨌든 이것은 한국의 시합이기때문에 반드시 한국의 룰을 준수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한국기원이 황이중이 진 것으로 판정했다 해도 아마 변론할 만한 좋은 이유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실행하고 있는 한일규칙에 대해서 마9단은
“따낸 돌을 최후에 각자의 집에 메워야 한다면, 사석을 속이는 것은 아주 쉽다. 점심 대국시간처럼 상대가 없는 새, 내가 상대의 바둑통 뚜껑에서 돌을 가져간다면 아마도 그에게 들키겠지만, 내가 다른 곳에서 몰래 상대의 돌을 가져와서 내 바둑 통 뚜껑 위에 몇 점의 사석을 놓은 것은 너무 쉽지 않은가? "라고 상황을 가정.
계속해서 마 9단은,
"물론 프로급의 고수에게 바둑 판 위의 승부는 이미 가슴속에 명확하다. 또한 자신이 몇 개의 사석을 가져가는 짓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며 실현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이는 바둑판 위의 승부에서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사석을 보고 형세판단을 할 수도 있으므로,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됨). 따라서 더 많은 규정을 제정해 사석분쟁을 방지하는 것은, 겉으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을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중국인들은 중국룰의 원칙인 자목개지(子目皆地 : 반상위에 있는 돌과 공간을 모두 계산한다)를 생각하게 된다. 이를 근본으로 한다면 더 이상 사석의 수가 몇 개인지 신경쓸 필요가 없기 때문.
‘반상에서 서로의 지역크기만을 분명히 세기만 하면 되는 중국룰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냐’는 질문을 마9단이 받았다.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설사 사석을 바둑판위에 다시 놓고 계가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상대적으로)중국룰이 한일규칙보다는 좀더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규칙이 문제가 없느냐? 그것도 아니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최후에 자(子)의 수를 셀 때 만약 심판이 잘못 셀 경우 혹은 고의로 돌을 들어낸 경우 승부는 인위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만약에 굳이 비교를 하라고 한다면 중국규칙이 약 80%합리적이고 한국일본규칙은 60%정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불합리적인 것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며 인성이 선량하고 기사의 도덕에 기초해서 실행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PS : 계가방식의 합리성을 떠나 한일룰의 계가방식이 사용의 편리성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면이 있다.)
오늘의 한중일 규칙이외에 또 응씨룰이 있다. 응씨룰도 자목개지(子目皆地)의 원칙을 따르고 있어 계가를 할 때 모든 돌을 공간에 다시 메워 놓은 후 각자 남은 돌의 수를 세서 승부를 가린다. 응씨룰은 돌의 완정성에 대해서는 한일규칙보다 더욱 엄격하여 만약 한 개를 잃어버려도 승부에 영향을 준다.
마9단은 “응씨룰은 최후에 모든 돌을 바둑판에 다시 놓기 때문에 만약 돌이 부족하면 즉시 다시 복기를 해서 승부를 계산할 수 있으니, 이점은 적어도 한일규칙보다는 더 과학적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바둑계가 통일된 바둑룰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마9단은 “이전에는 일본이 돈이 많아, 일본규칙이 많이 전파되었다. 한국과 유럽미주에서도 일본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바둑용어조차도 일본 것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바꾸려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규칙은 비록 많지만 대다수 승부에는 문제가 없다. 바둑규칙은 더욱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정되고 수정해 나가야 하는데 절대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라도 몇 개의 바둑룰이 병존하는 국면은 몇 년간 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PS , 화교는 세계적인 네트웤과 함께 엄청난 인적자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세계바둑계에서 한일의 룰이 많이 사용되는 것 자체는 전적으로 일본이 가진 ‘돈의 힘’ 때문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일본바둑용어를 많이 쓰고 있는 유럽이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각국의 언어에 맞는 바둑용어를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