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일본 제43기 십단전 패자조 첫라운드에서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이 생애 가장 껄끄러운 상대를 만났는데, 상대는 다름아닌 그의 딸 고바야시 이즈미(小林泉美) 본인방. 누가 이기든지 부녀 중 한사람은 반드시 떨어져야 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부녀가 만난 것이다.
일전에 일본 바둑계에서 두 차례의 부자대국이 있었는데 하네야스마사(羽根泰正) 9단 VS 하네 나오키 9단, 이즈미타니 마사노리(泉谷政憲) VS 이즈미타니 히데오(泉谷英雄) 8단의 대국으로 모두 아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부녀대결은 일본 바둑사상 처음. 그래서 이번 시합은 일본 각 언론의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일본기원 4층에 마련된 기자실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십단전의 주최측인 산케이 신문 이외에 아사히 신문 등도 이번 대국에 대해서 보도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 경제신문은 자신들이 주최하는 도요타배의 마지막 예선소식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고바야시 고이치 VS 고바야시 이즈미의 부녀대결을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런 전례는 극히 보기드문 경우.
대국 10분전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대국실에 입장할 때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 후레쉬를 터뜨리자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부자연스럽다.”라고 말하고는 대국실을 나갔다. 잠시 후 고바야시 이즈미 5단이 남편인 장쉬 본인방과 함께 일본기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국전에 정식으로 마주 앉은 두 부녀는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부채를 흔들면서 “어째 이상하게 이렇게 땀이 나지?”라고 말하였고, 고바야시 이즈미 5단은 눈을 감고는 잠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서로 예의를 갖추고 대국시작.
저녁 6시16분경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백168수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부녀대결은 막을 내렸다. 국후, 고바야시 이즈미는 “아버지와 대국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아버지와 이렇게 오래 대국을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도 이보다 더 좋은 대국을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부녀지간에 얼마정도의 대국을 두어봤냐는 질문에 고바야시 이즈미 5단은 약20여판 정도라고 대답했다. 잠시 복기를 하는 과정에서 부친은 딸의 한수에 아주 칭찬을 하면서 “장쉬가 가르쳐 준거냐?”라고 물어 좌중을 한바탕 웃기기도.
딸과의 대국에 대해서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은 마지막으로 쓴 웃음을 지으면서 “확실히 쉽지 않았다. 중반단계에서 나의 형세가 잠시 나빴다. 딸과 한참동안 바둑을 두지 않았는데, 이전과 비교해서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설사 내가 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한판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진 : 일본 산케이 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