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나들이]는 공개된 바둑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국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AI가 모든 국면의 정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반상에서 나타나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별보다 많아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I의 수준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AI가 제공하는 참고도의 수준은 아주 높아서 전 세계 어떤 정상급 프로기사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AI의 바둑 분석을 살피는 작업은 사람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할 수 있으며, 고수의 의견을 듣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AI나들이]의 내용은 프로기사의 의견을 참조하고 있으며 10만~100만 사이의 비지트(visit)로 충분한 연산을 거쳐 제시한 참고도를 보여줍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훈련으로 약점으로 지목된 왔던 초반을 강화한 최정 9단은 요즘 펄펄 날고 있다. 한국여자바둑리그 소속팀 사이버오로의 주장으로 개막전을 치른 5월 7일, 최정은 개인 컴퓨터의 사양을 더 강화했다. 인공지능을 돌리는 데 중요한 부품인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기존 엔비디아社의 GTX1070에서 RTX2080ti로 업그레이드해서 성능을 5배 이상 높였다. 공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가중치 '엘프(Elf Open Go)', '릴라제로(LeelaZero)', '미니고(MiniGo)'중에선 미니고를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 27일 벌어졌던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16강 최정(왼쪽)과 스웨의 대국.
최정은 이기고 지는 데 대한 부담감을 털어 버리고 바둑을 즐기니까 바둑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 5월 27일 김포 마리나베이 호텔에서 열린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16강전에선 중국랭킹 10위 스웨 9단을 꺾어 바둑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스웨는 커제가 랭킹1위가 되기 전 공고한 1위였던 인물이며 여전히 강력하다. 최정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도 당시 중국랭킹 6위이던 스웨를 꺾은 적이 있어서 상대전적에서 2승무패를 기록하게 됐다. 더구나 이번 대국에선 한 차례의 공격과 한 차례의 타개를 모두 성공하면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AI로 주요 장면들을 되돌아 봤다.
▼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32강
○최정 9단(한국) ●스웨 9단(중국)
168수 백불계승
미스터리한 스웨의 한 수
▼ [그림1] 흑1은 알파고가 사람에게 알려준 수법이다. 흑5까지는 익숙한 수순인데 백6은 최정이 약간 비튼 수다. 여기서 흑7이 미스터리했다. 백8을 얻어 맞을 게 뻔하니, 준비된 강력한 수단이 없다면 고행을 자초하는 수다. 스웨의 심중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결국 스웨는 A자리로 2선을 넘었고 그 때문에 허약한 곤마를 수습해야 했으니 명백한 실수다.
▼ [그림2] 앞 그림 흑7로는 지금처럼 흑1로 두는 게 간단하면서도 좋다. 백2, 4의 공격엔 흑5로 뛰어서 타개는 쉽다. 스웨가 왜 이 길을 마다했는지 알 수 없다.
▼ [그림3] 흑1은 타개를 위해 당연한 수인데, 흑3에는 스웨의 간단한 주문이 들어 있었다.
▼ [그림4] 백1로 끊는 것은 스웨의 주문에 말려드는 길이다. 다음 그림을 본다.
▼ [그림5] 공배가 차서, 흑A 자리가 선수로 듣게 되었기에 흑은 안형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흑1, 3으로 물 흐르듯 돌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된다.
▼ [그림6] 이후 백1, 3으로 두면 4로, 흑은 좋은 형태로 중앙으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스웨의 작전 성공.
▲ 스웨.
▼ [그림7] 도중에 백1로 끊으면 흑2, 4로 둔다. 이어서-
▼ [그림8] 백1로 흑 한점을 잡으면 이하 8까지 흑은 더욱 탄력 있는 형태를 갖추게 된다.
▲ 27일 김포 마리나베이에서 벌어진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32강전. 한국은 이날 10명 중 5명이 승리했는데 승자는 박정환, 신진서, 김지석, 변상일 그리고 최정이었다.
최정의 날카로운 반격, 매서운 공격의 시작
▼ [그림9] 백1이 최정의 좋은 반격이었다. 흑2는 또 한 번 스웨의 주문이 들어 있는데, 백3으로 끊는다면 도로 스웨의 책략에 말려들게 된다.
▼ [그림10] 스웨는 아마도 흑1, 3으로 자세를 잡은 뒤 이하 12까지의 진행을 유도하여 좌변을 몽땅 차지할 것이다.
▼ [그림11] 실전에서 최정은 스웨의 주문을 피해 백2로 받았다. 이로써 스웨는 아직도 수습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신세. 최정이 정확하게 받아치니까 스웨가 흔들렸을까, 흑5라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AI는 스웨가 흑A의 곳에 두었다면 무난한 바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흑5를 두었으므로 이후 흑의 운명은 험난하다.
▼ [그림12] 스웨가 흑세모로 둔 뜻은 아마 백1로 둬 달라는 게 아니었을까 그랬으면 흑2, 4로 모양을 정비할 기회를 얻게 된 흑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최정은 백1로 두지 않았다.
▼ [그림13] 백1이 당연하면서도 좋은 수였다. 이어 백3, 5도 좋았다. AI는 백3 때까지는 최정의 수가 흑백 서로 비슷한 형세를 만드는 수라고 평가했지만 백5가 놓여지자 백이 압도적인 우세라고 평가를 바꿨다. AI도 인정하는 최정의 수였던 것이다. 백5가 놓이자 A와 B가 맞보기가 되어 스웨가 곤란하게 됐다.
▼ [그림14] 실전에서 스웨는 흑1로 하나 찔러놓은 뒤 3으로 도망쳤는데 최정은 백4로 끊으면서 좌상에서 흑을 잡고 적지 않은 실리를 마련해 주도권을 쥐었다.
맥점 번뜩이는 최정의 타개
▼ [그림15] 거대한 우변 흑진영에 쳐들어온 최정의 백을 스웨가 공격하던 중이다. 스웨는 흑세모에 두어 백의 안형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이 수는 좋지 못했다. 백이 7로 단수 칠 때 흑8로 이을 수가 없어서 백의 타개가 좀 더 쉬워지게 한 꼴이 되어서다. 만약 잇는다면 이하 15까지 공격하던 흑돌이 잡히게 된다.
▼ [그림16] 그래서 실전에서는 백9 때 스웨가 흑10에 두었다. 그리하여 20까지 진행이 되었다.
▼ [그림17] 이때 최정의 백1, 3이 멋들어진 타개의 맥점이었다.
▼ [그림18] 앞 그림 백1 때 지금 그림의 흑1로 받으면 백8까지 패를 내어 타개할 수 있다. 이어서-
▼ [그림19] 흑1로 따내면 백2가 팻감.이하 백4까지.
▼ [그림20] 수순 도중 백3으로 이으면 큰 일 난다. 흑4로 잇는 반발이 있어서 이하 8까지 백이 모두 잡히고 만다.
▼ [그림21]두번째 껴붙임에 흑은 1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데, 백10에 이르러 A와 B를 맞보아 사는 수단을 확보했다. 이렇게 타개하는 수순을 남긴 최정은 승리를 굳혔다.
▼ [그림22] 만약 스웨가 애초에 A로 공격하지 않고 흑1로 공격해 왔다면 최정은 좀 더 긴 타개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 [그림23] 이 그림은 AI라면 이후 어떻게 타개했을까를 시행시켜본 것이다. AI 미니고는 백51까지를 보여준다. 백이 너끈히 타개하는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