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바둑 국가대표팀 위빈 감독(왼쪽)과 한국바둑 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
한국바둑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목진석 감독, 그리고 중국바둑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위빈 감독을 만났다. 한국과 중국은 바둑에서 라이벌관계이기도 하면서 서로 자극을 주며 향상을 도모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바둑역사에서 중국바둑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기사로 위빈 감독은 이창호 9단을 꼽았고, 목진석 감독은 그 반대의 개념에서 커제 9단을 꼽았다. 두 '선장'이 나란히 앉아 인터뷰에 응하긴 처음이다.
- 한국바둑은 중국바둑에, 중국바둑은 한국바둑에 서로 어떤 존재인가?
(위빈 중국바둑 국가대표팀감독) “한국바둑은 1990년대 중반부터 높은 수준에 올랐다. 당시 한국바둑은, 중국은 물론 일본보다도 앞서 있었다. 그리하여 한국은 세계기전을 만들면서 세계바둑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경제가 그렇게 좋지 않던 시절이었다.
또 한국바둑은 실력이 강하다. 중국과 더불어 두 나라가 세계바둑을 선도하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라이벌이 존재하는 게 우리 중국에 도움이 된다.
한국은 이후 약 20년간, 상금제를 실시하고 중식시간을 폐지하는 등 세계대회 방식을 개혁해 왔다. 이런 개혁은 시대를 앞서는 것이었다. 한국과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중국 국가대표팀에 영광이다.”
(목진석 한국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바둑은 세계무대에서 찬란한 역사를 쓰고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바둑이 강세를 보였다. 한국은 강한 선수와 천재들이 나오면서 중국에 맞섰다. 강한 상대 중국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한국이 바둑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중국을 목표로 삼고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성적이 좋을 뿐 아니라 바둑이 차지하는 인기 면에서도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중국으로부터 한국은 받아들일 점은 받아들이고 노력도 하려 한다. 중국 국가대표 시스템에서 우리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중국은 보다 집중적인 관리를 한다. 30~40위권 엘리트를 육성하고 국가대표팀만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한다. 한국국가대표팀이 창설된 지는 4년 정도 됐는데, 자율성을 고려하다 보니 정상급 기사들이 국가대표팀에 다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좋다나쁘다의 성격이기보다는 집중적인 양성이나 훈련 면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시사한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우리는 정상급기사들이 차츰차츰 국가대표팀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 만들어야 할 것들이 많다. 우리 국가대표팀은 4년밖에 되지 않은 데 비해 중국은 수십년의 전통이 있다.”
-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바둑계의 풍경도 변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
위빈 감독 “프로기사 대부분이 인공지능으로 훈련한다. 중국 국가대표팀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은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유럽·미국도 바둑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실력향상을 막는 것들은 더 이상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중국과 한국바둑이 세계최강이지만 일본이 인공지능으로 실력을 향상시킨다면 보다 위협적으로 변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전 세계 바둑계에 던져진 과제다.”
- 한국바둑 국가대표팀과 중국바둑 국가대표팀은 서로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위빈 감독 “한국국가대표팀과 중국은 거의 비슷하다. 이를테면 세계대회 대표선발 제도가 그렇다. 부러운 게 있다면 한국엔 연구생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연구생 코치가 있어 연구생을 맡아 관리하며, 연구생은 매주 한국기원에서 훈련한다. 이렇게 하면 꿈나무들이 더 어릴 때 재주를 발견할 수 있다.”
- 한국과 중국 모두 기량을 늘리기 위해선 어떤 게 가장 중요한가?
목진석 감독 “정상급이든 신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대국이다. 정상급 기사들은 중국리그나 세계기전 등 높은 레벨의 실전을 치르고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으로도 복기를 하고 새로운 수법을 연구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대국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이 내부 리그 등 연습대국이다. 기사가 가장 기량을 늘릴 수 있는 요소는 뭐니뭐니 해도 고강도 실전이라 하겠다.”
위빈 감독 “기사가 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실전대국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둘째는 대국한 것을 함께 연구하며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셋째는 혼자 연구하는 것이다. 특히 실력이 강한 기사는 좀 더 이 부분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실력이 아직 향상되는 도중인 기사는 실력이 강한 기사의 의견을 듣든지 감독의 조언을 듣는 게 좋다.
그밖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인공지능이 출현함에 따라 지금까지 기량을 늘리기에 그리 좋지 못한 환경에 놓여있던 기사도 충분히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의 존재도 아주 중요하다. 인공지능으로 바둑수를 배울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의 바둑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토론은 부족하다. 역시 기사들이 이에 관해 활발히 의견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 한·중바둑은 서로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어떤 게 가능할까?
위빈 감독 “근본적으로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 바둑시장을 어떻게 크게 만들까 고민해야 한다. 우리 중국은 어린이 바둑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바둑을 배우는 어린이가 300만명 가까이 된다. 중국 한국 일본이 힘을 모아 바둑시장을 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목진석 감독 “세계대회 승부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래에는 어떻게 바둑의 세계화를 이룰 것이냐를 신경써야 한다. 결국은 미국과 유럽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야 파이가 커진다. 우리끼리 승부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세계바둑을 주도하고 있는 한중일이 바둑 세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이는 목표라기보다는 의무다.”
- 중국과 북한은 바둑교류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황을 알고 싶다.
위빈 감독 “북한 유망주가 베이징에서 바둑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유럽의 유망주들은 간혹 본다. 이전에는 우리와 북한바둑인들이 교류전을 펼친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해마다 10월이면 항저우에서 열리는 상여배는 북한선수들도 참가하는 대회다. 북한선수들은 강한 아마추어의 기력을 갖추고 있고 여자선수들은 보통 수준의 여자프로기사급이다. 그러나 세계무대에 내세우기엔 미흡하다. 좀더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 유소년 육성에 관한 계획은?
목진석 감독 “영재들을 하루빨리 정상급 기사들로 만드는 것은 한국바둑 국가대표팀이 세우고 있는 장기 플랜 중에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다. 한국은 수적으로 예전부터 중국에 밀렸지만 소수의 천재기사들로 버텨왔다. 지금은 박정환 9단에 이어 신진서 9단이 잘해주고 있지만 그 뒤를 이어 중국과 대항할 어린 선수를 배출해 내야 한다. 지금은 중국의 어린선수들과 우리 선수들을 비교하면 우리가 밀린다. 오는 12월 중국의 어린선수들과 우리 어린선수들의 교류전을 열고자 해서 중국 측에 부탁해 놨다.
우리는 인재 풀이 좁기에 그 안에서 옥석을 발굴해야 한다. 소수라할지라도 이들을 가다듬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 신진서 9단은 국내랭킹 1위에 근접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신진서급 기사가 7명~8명이라고 하신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런가?
위빈 감독 “중국엔 랴오위안허, 셰커, 딩하오 등 신진서 9단과 나이가 같은 2000년생 기사가 7명 있다. 이들의 실력은 무척 강하지만 신진서 선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우리가 사람은 많지만 강한 기사는 한국에 있다는 점이다. ^^”
- 바둑역사에서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중국기사,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국기사를 꼽아본다면?
위빈 감독 “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창호 9단을 꼽겠다. 물론 세계기전에서 타이틀을 많이 딴 것도 있지만 상징적인 아이디어로 바둑 기술을 한층 발전시킨 인물이다.”
목진석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커제 9단을 꼽겠다. 중국도 많은 우승자를 배출했고 시대를 대표하는 일인자가 있었다. 마샤오춘 9단, 창하오 9단, 구리 9단 등이다. 그러나 현재 일인자는 커제 9단이다. 커제 9단은 아직 전성기이고 한국기사들의 목표는 커제 9단이다.”
- 커제 9단이 바둑팬들과 소통을 잘 하는 편이다. 감독으로서 이런 면을 어떻게 생각하나?
위빈 감독 “스타라는 존재는 바둑이 널리 보급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프로기사는 본연의 임무는 승부다. 커제 9단의 최근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뷰에서 커제 9단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기전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맞다. 스타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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