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 9단은 지난해 농심신라면배 6연승으로 이름을 날린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46승23패 중이며, 용병으로 뛰는 중국 갑조리그에서는 1승5패를 하고 있다.
삼성화재배는 신민준에게 기회의 땅이다. 지난 통합예선에선 중국기사만을 상대하며 본선에 올랐다. 바위위린, 멍타이링, 양카이원, 황윈쑹을 차례차례 격파했다. 그러곤 더블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지는 32강전에서 중국 리쉬안하오 7단에게 졌지만 나현 9단과 중국 판윈뤄 6단을 꺾으며 16강에 올랐다.
4~6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전에서 한국은 고전했지만 2라운드에 들어 박정환, 신진서, 안국현, 최정 같은 기사들이 16강 진출을 확정해 한시름 놨다. 대회 사흘째 벌어진 3라운드(부활전)에서는 1승1패를 하고 있던 김지석 9단, 이세돌 9단, 신민준 9단이 부활을 꿈꿨는데 신민준만이 16강 티켓을 손에 쥐었다. 최종일에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신민준만 부활했다.
신민준은 복기를 일찍 마치고서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연수를 온 국가대표팀들과 버스를 타는 일정이었는데, 16강 대진추첨이 끝나자마자 바로 차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둘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 엎치락뒤치락하는 형세였다.
“포석에서 두터움을 잘 쌓아서 조금 괜찮다고 봤는데 중반부터 접전에서 백이 계속 잘 됐다. 그래서 역전을 당했다. 그뒤 백이 흑돌을 다 잡았는데, 내가 수를 내서 이길 수 있었다. 원래는 수가 잘 안 나는 거였는데 버티는 의미에서 해 본 것이었고 그게 성공했다.”
- 얼마 전 농심신라면배는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삼성화재배도 출전기회를 잡았다. 마음 상태의 변화는?
“올해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아 여유부릴 수는 없다. 우리 조는 까다롭다고 보고 있었다. 리쉬안하오 선수는 공식대국 기록이 없지만 나현 9단과 중국 판윈뤄 6단에게는 상대전적에서 뒤지고 있었다. 죽음의조인 A조만할까 싶지만, 어쨌든 만족할 만한 조는 아니었다. ”
- 이번 더블일리미네이션 거치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올라갔으니 결과는 기쁘지만 내용 면에서는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복기를 열심히 해봐야 할 것 같다.”
- 한국기사들이 통합예선부터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솔직히 대국을 앞두고 있을 때는 한국선수들의 성적을 신경쓰지 않는다. 내 바둑에 집중하려고 했다.”
-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내가 3라운드에서 이긴 게 가장 큰 이변 같다. 내 바둑 내용이 요즘 별로여서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왜 컨디션이 떨어졌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 인공지능 영향은 많이 받고 있나?
“포석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예전엔 마냥 두텁게만 두었는데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은 뒤 조금 실리적으로 변했다. 인공지능이 주는 가장 큰 도움은 발상을 자유롭게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번 본선을 앞두고도 열심히 인공지능과 스파링하고 복기했다.”
- 각오는?
“최근 성적이 별로였는데, 이번 결과로 자신감이 많이 회복됐다. 우승까진 몰라도 한판한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마무리하는 바둑을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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