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준 7단(왼쪽)과 中퉈자시 9단.
삼성화재배 8강전이 끝나고 나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놀랄 만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안성준 7단과 퉈자시 9단이 마주 보며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둘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두 기사는 각각 한국과 중국의 선수로서 26일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을 치렀습니다. 안성준은 중국의 퉁멍청 6단과, 퉈자시는 한국의 안국현 8단과 겨뤘는데 안성준과 퉈자시는 패자였습니다.
대국이 치러진 장소는 대전의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입니다. 본디 연수원이고 식당이 마련돼 있어 각국 선수와 대회관계자들은 이곳 식당에서 흔히 마주치게 됩니다. 식당은 넓어서, 원한다면 서로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도 됩니다.
안성준이 탈락의 아픈 마음을 이끌고 식당에 내려왔을 때 같은 처지인 퉈자시를 보았던 것입니다. 퉈자시가 쓸쓸히 혼자 밥을 먹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퉈자시 앞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안성준은 전혀 중국말을 할 줄 모릅니다. 그저 눈빛으로 퉈자시와 대화했습니다. 약간은 어색하지만 퉈자시도 안성준의 배려를 알고 있었을 겁니다.
중국선수 천야오예 9단이 지나가다가 웃으면서 퉈자시에게 무언가 몇 마디 하더니 다른 곳에 갑니다. 처절한 전투가 끝난 자리에서 본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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