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에 찾아온 세계타이틀 추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가장 마음이 불타오를 사람은 박영훈 9단 본인이다. 춘란배 결승3번기 제1국에서 탄샤오 8단에게 불계패하고 말았다. 앞으로 2승을 거두면 우승할 수 있다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3번기에서 먼저 지면 심리적 위축이 심하다. 풍부한 세계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대국을 침착하게 이끌어갈 수 있느냐가 박영훈에게 과제로 떠올랐다.
어느 상대건 쉽지가 않다.
세계대회 결승이 처음이라는 탄샤오 8단이었지만 난적임이 분명했다. 23일 중국 광둥(廣東)성 후이저(惠州)시 뤄푸(羅浮)산 자바오티엔(嘉寶田) 국제온천리조트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1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3번기 1국에서 박영훈 9단이 184수 만에 흑을 들고 중국 탄샤오 8단에게 불계패했다. 이에 따라, 우승을 하려면 남은 두 대국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2국은 25일(일), 3국은 26일 열린다.
초반전부터 불안했다. 우변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왔는데 박영훈이 지면으로 낮게 연결하는 모양새를 취한 반면 탄샤가 중앙에 두터움을 만들게 허용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국면을 복잡하게 이끌면서 기회를 엿봤던 박영훈은 좌상 방면 전투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듯 보였는데 수읽기 착오로 대마가 잡히고 말았다. 잡히는 과정에서 패가 있어 팻감으로 중원을 도모할 수는 있었지만 이미 형세가 기운 뒤였다. 나중에 중앙에서 돌이 추가로 잡히면서 돌을 거뒀다.
▲ 속기에 강하기로 잘 알려진 탄샤오. 그는 한때 중국랭킹 1위였다. 결코 얕볼 상대가 아니다.
▲ 승기를 잡은 탄샤오(오른쪽)는 매끄럽게 바둑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훈에게 아직 기대가 실리는 이유다.
오로대국실에서 해설했던 강승민 5단은 역시 좌상 싸움을 지적했다. 싸움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든 101이 패착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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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1(실전 101)이 통한의 한수.
▼ 지금처럼 흑1로 먼저 치받고 흑3로 빠져 두었다면 이하 13까지 되어 흑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강승민 5단의 분석이 있었다.
탄샤오는 중국랭킹 6위이며, 박영훈은 국내랭킹 7위다. 이 대국은 두 기사의 공식 첫 대국이어서, 상대전적에서 탄샤오가 1승으로 앞서게 됐다.
탄샤오는 승기를 쥔 뒤에도 여러 차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탄샤오가 남은 대국에서도 평정심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박영훈이 각종 세계대회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역전 우승할 것인지 주목된다. 박영훈이 우승할 경우 10년 만에 세계타이틀을 추가하게 된다.
한편 결승1국과 동시에 치러진 3·4위 결정전(단판)에서 중국 커제 9단이 중국 구쯔하오 5단을 311수 만에 백불계로 이기며 3위가 됐다.
▲ 기분은 별로 나지 않는 3·4위 결정전. 중국랭킹 1위 커제(왼쪽)가 신예 구쯔하오를 가볍게 제치고 3위로 결정됐다.
25일 정오(한국시각),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국은 박정상 9단이 격조 있는 해설로 오로대국실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3국 해설은 윤준상 9단이 준비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한 춘란배는 중국 가전업체인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세계대회로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덤 7집 반이며 우승상금은 15만 달러(한화 약 1억 7,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5만 달러(한화 약 6,000만원)다.
그동안 이 대회에서는 한국이 5회 정상에 오르며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했으며 주최국 중국이 4회, 일본이 1회 우승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는 구리(古力) 9단이 저우루이양 9단에게 2-0으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PHOTOㅣ중국 시나바둑, 치파이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