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32집, 백26집. 반상의 결과는 '백 반집승'. 실제 수순진행(사이버오로 대국실) 결과는 '백 한집반승'. 한국식 계가와 중국식 계가를 잠시 착각한 랴오위안허의 실수로 계가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 비록 승패는 바뀌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앞으로 이런 해프닝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한중일 영재바둑대결 제2국에서 작은 사고(?)가 생겼다. 한국선수 박종훈 초단과 중국선수 랴오위안허 3단은 공배를 메우고 계가를 위해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랴오위안허가 한국식 계가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국을 마치고 반상의 집을 정리하던 중에 랴오위안허가 무의식적으로 흑 사석 하나를 돌통에 다시 집어넣었다(자신은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물론 중국바둑규칙에선 전혀 문제가 없는 행동이다. 돌을 정리하다가 상대의 동작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박종훈이 "확실하진 않은데 상대가 사석을 하나 돌통에 넣은 것 같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현장에 있던 심판 한철균 8단은 중국 측 통역을 불러 랴오위안허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한국식 계가와 중국식 계가를 착각하고 있던 랴오위안허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난 잘못이 없다."라며 말했고, 박종훈도 "나도 정확하게 본 건 아니다. 약간 헷갈린다."라고 말해 그대로 집정리를 재개했다. 반상의 결과는 흑 32집, 백 26집으로 백 반집승.
현장의 바둑판에 놓인 결과로 한국기원 기록자도 백반집승으로 결과처리를 했다. 그러나 국후 사이버오로 대국실을 보며 다시 집을 세보니 백 1집반승이 맞았다. 다시 랴오위안허에게 물으니 착오를 인정하며 "내가 넣은 것 같다. 한국식 계가가 오랜만이라 정신이 없었다."라고 말했다(이후 입력한 사이버오로 홈페이지 '기보감상'에는 백1.5집승으로 수정표기되었다).
1집반이든 반집이든 백승은 변함이 없었다. 승패가 바뀌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해프닝이 생기는 구조적 원인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중대결이 많아지면서 중국룰과 한국룰 차이로 인한 분쟁고 사건·사고가 심심찮게 생긴다. 현실적으로 룰 통합이 어렵다면 최소한 중요한 국제시합에선 집정리와 계가를 심판의 손에 맡기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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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정리를 마친 랴오위안허가 반상을 바라보고 있다.
▲ 이후에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집을 센 랴오위안허는 1.5집 차이를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