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마지막 대국. 제5국은 이세돌이 흑번으로 대국한다.
"곳곳에서 미생마를 만들어 될 수 있는 한 복잡한 전투를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상대하는 인간의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동시다발'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비록 알파고가 부분적인 수읽기가 정확하고 강하지만, 2~3곳을 엮어 연산하면 계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읽기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
단곤마에 대한 일직선 공격이나 부분 사활, 초월적인 계산력은 알파고의 장점이다. 또 한편으로 알파고는 자신의 돌에 대한 안정감을 극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두텁게 운영한다. 또 최적화된 정수보다는 집으로 이기는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한다. 이런 점에서 알파고의 행마에선 마치 전성기 이창호 9단이 온 듯한 둔탁한 냄새가 난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수를 놓고는 "이렇게 둬도 두터워서 둘만 해요."라고 말하는 돌부처 이창호 말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이창호가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이비 이창호(알파고)는 오히려 전체와 연관된 안정감을 추구하고 계산(!)하기 때문에 약점이 생긴다. 상대가 모양을 찢어 곳곳에 미생마가 뜨면 알파고는 여러 곳의 사활을 연계해서 연산처리할 양이 무한에 가깝게 늘어난다. 즉 알파고를 상대로는 연산능력을 넘어선 곳에서 싸우는 게 승부의 요점이다.
이세돌은 이런 컴퓨터의 약점을 지난 세 판의 패배를 통해 눈치챘고, 이런 방식으로 알파고의 능력치를 깨고 버그를 유도하며 4국에서 승리했다. 최종국인 5국에서도 이세돌은 초반 강력한 수로 백진을 돌파 중이다. 지난 4국을 생각하면 승산은 충분하다. 인간이 크게 생각 않고도 직감적으로 느끼는 곳을 알파고는 '계산'해야 한다. 알사범(알파고)님도 절정 기량의 고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계산량으로 내 돌을 안위를 걱정해 마지않는 머리 큰 '새가슴'이기 때문이다.
과거도 그랬지만, 역시 이세돌은 스토리를 만드는 힘이 있다. 이세돌에게 아픈 패배였지만, 언론의 관점에서 보면 지난 1~3국의 연패도 '신의 한 수'다. 이세돌이 관심이 수그러든 4국에서 엄청난 반전을 연출했기에 비교적 한산할 뻔했던 5국 현장의 취재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놓쳐버린 상금이 문제가 아니다. 3월 15일, 인간의 직관이 다시 컴퓨터의 연산을 뛰어넘는 순간을 보기 위해 전 세계의 이목이 이곳에 쏠렸다.
▲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건너면 포시즌 호텔 입구가 보인다.
▲ 대국장은 6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취재진이 자리잡고 이세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이 시각 이세돌은 대기실에서 딸 혜림양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 이세돌이 들어갈 통로는 이미 취재진의 카메라로 빈틈이 없다.
▲ 이세돌이 온다! 긴장하는 기자들.
▲ 외신 프레스룸에서 해설을 준비하는 딥마인드 알파고팀.
▲ 개그맨 유병재도 현장을 찾았다. SBS에서 다큐촬영 차 함께 온 유병재는 "이세돌 9단과 개인적인 친분도 없고, 바둑도 전혀 모른다."라며 이 대회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어봤다.
▲ 서봉수 9단에게 바둑 이야기를 듣는 유병재. 현장의 중계 컴퓨터를 보고 "이게 알파고인가요?"라는 짓궃은 질문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 서봉수 9단은 인기만점이다. 요미우리 신문의 인터뷰 요청을 김나현 프로가 일본어로 통역하고 있다.
▲ 대회 운영에 힘써온 이하진 프로(오른쪽 끝). "이 대회를 통해 받은 바둑에 대한 관심을 앞으로 잘 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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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P실에 조훈현 9단 양건 기사회장 등 한국기원 관계자들이 보인다.
▲ 대국개시한지 10초가 흘렀다. 5국 감독은 이다혜 4단이다.
▲ 김성룡 프로와 김지명씨가 한국기자들을 상대로 현지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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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의 수를 대신 착점하는 아자황 씨.
▲ 최종국인 제5국은 15일 오후 1시 정각에 시작했다. 6층 복도 오른쪽에 있는 대국장은 경호원들이 출입을 통제한다.
▲ 이세돌의 스승 권갑용 8단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 복도 곳곳이 TV카메라로 가득찼고, 앵커들은 현장소식을 전하기에 바쁘다.
▲ KBS는 물론 케이블과 종편 등 총 14개 채널에서 5국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 한국기자들을 위한 미디어룸은 입추의 여지가 없다. 대국이 끝나면 기자회견장으로 이용되기에 미리 자리를 선점한 카메라들이 줄지어 있다.
▲ 대국은 어느덧 종반을 향한다. 형세의 유불리를 떠나 모양이 단순화되어서 알파고에게 4국과 같은 변수를 기대하긴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