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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묘수(78)에 인공지능 알파고는 몹시 당황했다.

알파고의 의문수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83부터 85, 87, 89, 97, 101까지 모조리 악수였다. 이세돌은 이후 전투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확고한 승세를 구축했다.

수순이 약간 더 이어졌지만 마침내 이세돌이 하변 알파고의 흑진을 찢는 결정타(180)를 터뜨렸다.

▲ 이세돌이 알파고의 약점을 알아냈다.

알파고의 손을 대신하는 아자황 (Aja Huang) 씨는 알파고의 착수를 가리키는 모니터에서 불계패를 인정하는 미니창이 뜨는 것을 확인하고서 흑돌 두개를 바둑판 위에 올려 놓았다. 바둑에서 불계패를 인정하는 의사표시 방법 중 하나다.

한국 프레스룸에서는 기자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이세돌 vs 알파고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서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180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3연패 뒤 첫 승이다. 이세돌은 시리즈에서 0-3으로 우승을 놓쳤지만 난공불락의 성이 된 알파고를 꺾었다.

▲ 압박감에서 벗어나 승리를 만끽하는 이세돌.

오후 6시13분 기자회견 장으로 들어온 이세돌은 수줍게 웃었고 전 세계 기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세돌!' '이세돌!'을 부르짖었다.

이세돌은 "한판 이기고서 이렇게 축하받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를 하기 전에 5-0, 4-1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3-1로 앞서고 있다면 1패를 하는 것이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3연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훗날에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어치 있는 1승으로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 승리하고서 기자회견에 임하는 이세돌(왼쪽부터)과 데이미스 하사비스 박사, 데이비스 실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데미스는 "정말 축하한다. 이세돌 9단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사인지 우리에게 알려줬다." 며 "이세돌 9단은 오늘 알파고에게 버거운 상대였다. 알파고는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형세가 우세하다고 표시했지만 이세돌 9단의 묘수가 나오자 실수했다. 오늘의 결과가 기쁘다. 우리가 이 매치를 알고의 한계를 알고자 시작했다. 알파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세돌 9단과 같은 천재가 필요했다."고 했다.

또 "이세돌 9단은 진정으로 전투적인 기세를 보여줬다. 3번의 패배했지만 오늘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다. 오늘의 알파고가 진 것은 알파고에게 아주 소중하다. 우리는 영국에 가서 통계수치를 보고 향후 알파고를 개선할 것이다. 화요일(5국)을 기대한다."고 했다.

데이비스 실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이세돌 9단에게 정말 축하한다는 말씀드린다. 우리가 알파고를 개발하면서 중점을 둔 건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을 반복하게 하는 거였다. 하지만 혼자만 하면 뭔가 허점이 있을 텐데 우리 같은 개발자들은 그것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세돌 9단과 같은 세계 최강의 기사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길 바랐다. 이세돌 9단의 묘수가 나왔을 때 알파고는 한계를 벗어나는 작업 수행으로 인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이것을 파악하고 인공지능을 개선하는 데 잘 사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 구글 딥마인드 데이비스 실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구글 영어 해설을 맡았던 마이클 레드먼드 9단은 "이세돌 9단에게 축하한단 말씀드린다. 이세돌 9단이 둔 78의 묘수에 나도 놀랐지만 알파고도 놀랐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구글 한국어 해설을 맡았던 송태곤 9단은 "부담감을 이겨낸 이세돌 9단이 대단하다. 중앙 묘수는 대단했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약점을 조금씩 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5국은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 구글 영어 해설을 맡았던 마이클 레드먼드 9단.

(질문) - 많은 프로기사가 알파고의 수를 분석하면서 어떤 수는 완전히 실수라고 지적했지만 나중엔 묘수가 된 것이 있었다. 의학으로 접목해보면 당시는 오류였다가 나중에 효과 있는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 이런 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가능성 있지 않겠나?
데미스 하사비스 "알파고는 프로토타입 단계며 알파단계도 아니고 베타 단계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테스트해 봐야 한다. 의료보건 분야는 완전히 다르다. 좀 더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질문) 알파고는 싱글버전, 분산버전이 따로 있다고 들었다. 오늘 것은 1~3국의 것과 같은 버전의 알파고인가? 또 알파고는 진짜로 실수를 하는 것인가? 오늘 파악된 알파고의 실수는 무엇인가?
데미스 하사비스 "우리는 분산 버전을 이용하며 '알파고 버전18'을 사용한다. 싱글버전도 강하지만 분산버전이 더 강하다. 이번 매치 모든 대국에서 분산버전만 사용한다. 둘째 질문 '실수'에 관해서는, 알파고는 정말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실수로 보이는 수를 둘 수도 있다. 오늘 진 걸로 보아 실수로 보인 수는 정말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다."

(질문) 알파고가 불계패를 결정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알파고는 상대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나?
데이비스 실버 "우선 알파고는 여러 경우의 수, 확률을 계산하고 승률 극대화를 도모한다. 그러다 어떤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불계패를 선언한다. (알파고의 착수를 대신하는) 아자황 씨가 그걸 보고 불계를 표시한다. 또 알파고는 상대가 누군지 상관없이, 형세가 좋은지 나쁜지와 무관하게 스스로 승률을 극대화하는 수(최선이라고 생각한 수)를 선택한다."

(질문) 이세돌 9단이 이긴 것은 알파고의 실수의 영향 때문이었나? 또 정보의 비대칭성이 승부에 영향을 미쳤나?
이세돌 "알파고가 노출한 약점은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흑번일 때 백번일 때보다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또 자기가 생각 못한 수가 나오면 대처에 어려워하며 실수를 하는 것 같다. 둘째 질문은, 물론 알파고에 대해서 정보가 있다면 나에게 좀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내 능력 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데미스 하사비스 "알파고는 사람처럼 일반 기보를 사용해 공부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없었다고 본다. 또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이세돌 9단만 특별 분석할 수가 없다. 알파고는 학습을 하려면 방대한 양의 기보가 필요하다."

(질문)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니 이제라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세돌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중단할 정도도 아니었고 내상을 입을 정도도 아니었다. 대국하면서 즐거웠다. 이겨서 부담도 날아갔다. 남은 대국은 흑으로 한번 꼭 이겨보고 싶다. 흑으로 이기는 게 더 어렵다고 느꼈기에 그게 더 가치 있을 것 같다."

(이세돌, 데미스를 쳐다보며) "부탁이 있다. 승부는 이미 결정됐으니 5국에선 돌을 가리지 않고 내가 흑으로 둬도 되겠는가?"
(데미스와 데이비스가 서로 쳐다보더니)"좋다. 그러자."

(질문) 묘수을 두던 때의 심경은?
"(웃으며) 사실 더 쉽게 수가 날 줄 알았다. 그땐 그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뒀는데 이렇게 칭찬을 받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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