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는 2국에서 흑1로 백 넉점을 잡는 대가로 우상귀에서 백6까지 흑 여석 점을 희생시켰다. 분명 손해다. 그러나 여기서 선수를 잡아 하변쪽에 큰 끝내기를 하며 승리를 굳혔다. 이때 백4를 흑 5에 뒀으면 패가 날 수 있었다. 그러나 패가 났더라도 승패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프로기사들의 분석이다.
아래 기사는 3월12일 경향신문에 엄민용 기자가 보도한 <'패싸움' 정답은 아니다. '쎈돌 스타일'이 비책이다> 전문을 옮긴 것입니다.
○● [경향신문] 기사원문보기 ☜ 클릭
인간 대 기계 간 세기의 대결에서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에게 2연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린 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1시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반격에 나선다.
1·2국을 힘겹게 치르고 하루를 쉰 이세돌 9단이 경기마다 진화하는 ‘괴물’ 알파고를 상대로 첫승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일전이다. 알파고가 이길 경우 3연승으로 우승이 확정되는 만큼 이9단의 반격이 간절히 요구된다.
그런 가운데 알파고를 꺾을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이 쏟아지고 있다. ‘패싸움을 통한 난전’도 그중 하나다. 이는 두 차례의 대국에서 패가 거의 나오지 않은 때문으로, ‘알파고가 패에 약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몇몇 프로기사와 인공지능 전문들의 ‘패싸움으로 돌파구 찾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그동안 패를 안한 것은 알파고가 아니라 이세돌 9단”이라며 “알파고가 패에 약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 세계사이버기원 곽민호 대표
바둑 프로그램 개발자이자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 대표인 곽민호씨는 “제2국의 마지막 승부처로 지목된 우상귀에서 패의 모양이 나왔다”며 “그러나 그때 패가 벌어졌어도 팻감 등에서 이세돌 9단이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9단이 피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곽 대표는 “알파고는 패가 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우상귀 대신 중앙 쪽을 장악한 후 이9단이 후수로 우상귀를 잡는 동안 다른 큰 끝내기를 했다”며 “이는 패를 모르는 게 아니라 패에 아주 밝은 행마”라고 덧붙였다.
곽 대표는 알파고를 꺾을 ‘비책’으로는 패보다는 ‘판 쪼개기’를 꼽았다. “나도 이세돌 9단만큼 안타까운 마음에 밤샘공부를 했다. 그 결과 알파고는 돌을 연결하는 능력이 무척 강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고수의 행마법이다. 연결된 돌은 당연히 약점이 없고, 그것이 알파고가 승리를 찾아가는 길이다. 따라서 이9단은 초반부터 판을 잘게 쪼개 전투를 벌여야 한다. 곳곳에 미생마가 있어야 알파고의 실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부분은 이9단의 장기이기도 한다. 결국 승패에 집착하지 말고 이세돌 9단 스타일의 바둑을 두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곽 대표의 조언이다.
▲ 김찬우 6단
국내에서 바둑 인공지능에 관한 한 가장 밝은 전문가이자 프로기사이기도 한 김찬우 6단도 “패는 아주 복잡한 싸움이다. 그런 복잡한 싸움에서 수의 가치와 크기를 계산하는 데는 사람보다 컴퓨터가 더 정확하다”며 “바둑 인공지능에게 패를 모른다거나 패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싸움은 바둑을 두다가 패 모양이 나오면 선택하는 것이지 일부러 패를 만들려 했다가는 괜히 모양만 망가뜨린다”며 “패가 알파고를 이길 비책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