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모양에 치우친 면이 있다고 합니다. 알파고에 구현된 기술의 특징이기도 하다는데요. 지난 2월 4일과 6일 아주대 전자공학과 감동근 교수의 'AlphaGo’(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 부쳐' 시리즈 2편이 오로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감동근 교수는 2월 10일 '3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고 이를 오로바둑에 보냈습니다. 3편에서 감동근 교수는 '알파고-판후이' 대결에 관한 김명완 9단의 리뷰를 바탕으로 알파고의 특징을 분석했습니다. 물론 알파고에 어떤 식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3월이 되어봐야 알겠지요. '3편'을 게재합니다. - 오로바둑
두 번째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알파고에 탑재된 딥 러닝 (deep learning) 기술은 영상 인식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둑도 19 x 19 개의 픽셀로 이루어진 극히 정형화된 영상이므로 딥 러닝 기술이 잘 동작하리라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판후위와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모양에 따른 급소를 역시 잘 찾아냈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사활이 걸렸을 때에는 모양을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하고, 부분적인 모양에서 최선은 아니더라도 선수를 뽑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처리해야 될 장면도 있다. 이런 면에서 아직 알파고는 부족한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글은 아래에 링크된 김명완 9단의 (영어) 기보 해설을 참고해서 작성했고, 동작 프로기사 바둑학원의 이정우 9단의 감수를 받았다. 국내 바둑 팬들을 위해서 우리 바둑 매체에도 이 같은 프로그램이 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 김명완 9단 알파고-판후이 대국 유투브 공개 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NHRHUHW6HQE
<장면도 1>은 알파고와 판후위의 공식 대국 중 첫 판으로 알파고의 백번이다. 백14는 온건한 선택이다. 백이 선착했던 귀를 흑에게 내주고 좌변에 두터운 모양을 만들었는데 6에 벌린 폭이 그리 넓지 않아서 약간 불만으로 보인다. 백34와 흑35의 교환도 백이 손해다.
▲ <장면도 1>
▲ <참고도 1>
최근의 프로 바둑이라면 실전의 백14로는 <참고도 1>과 같이 백1, 3으로 가르고 나오는 적극적인 진행을 택할 것이다. 좌변 백 돌은 백A가 거의 선수로 듣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다.
다시 <장면도 1>로 돌아가서, 백42가 주목할 대목이다. 이 점은 우변 백 돌의 근거를 확보하는, 부분적인 모양의 급소다. 우상귀 흑 세 점이 아주 단단한데 괜히 A로 한 발 더 가서 B의 단점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 백42가 대개의 경우 정수가 되겠지만, 지금 장면에서는 너무 급한 자리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흑43 자리다. 여기를 흑에게 빼앗기니까 하변 백 진이 껍데기만 남았다. 흑7, 41이 이미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어 백의 외곽은 세력으로 보기도 어렵다. 형세판단을 해보면, 백은 좌변 17집, 상변 10집, 우변 5집, 총 32집 정도. 흑은 우하 20집, 좌하 15집, 좌상 7집, 우상 6집, 총 48집 정도. 흑이 15집 가까이 우세한 형세다. 백이 둘 차례이지만, 앞으로 집이 크게 불어날 곳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백42로는 어떻게든 선수를 뽑은 다음 C 자리를 막아 하변 집을 확보했어야 한다. 그러면 이후 백D로 붙여 흑7의 한 점을 끊는 노림도 있다.
<참고도 2>와 같이 백1로 붙인다면 흑도 아래로 젖혀서 전투가 불가피하다. 흑20까지 우변 집이 크게 났지만, 백도 좌상귀를 차지하고 21 자리를 막을 수 있다. 흑이 A에 받는다면 반면 10집 정도의 차이. 실전보다는 훨씬 낫다.
▲ <참고도 2>
<장면도 2>는 알파고와 판후위의 공식 대국 둘째 판으로 알파고의 흑번이다. 백이 좌하귀 큰 눈사태 정석 진행 과정에서 불리한 변화를 선택한 데다가, 백62가 결정적인 무리수로 흑65로 끊겨서 백 석 점이 잡혀서는 흑이 아주 우세한 국면이다. 백은 오로지 중앙 모양을 최대한 키우는 것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백86까지 진행된 다음 알파고는 흑87로 귀를 걸쳐 갔는데, 이 장면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는 대세점이 있다. 바로 87 대신에 흑A로 두는 것이다. 여기를 흑이 두는 순간, 지금까지 공들였던 백 세력이 일거에 위축된다. 뿐만 아니라, 좌변 흑 돌이 D에 치중 당하면 아직 미생인 관계로 찝찝했던 곳을 해소하는 의미도 있다. 이런 자리를 외면하고 알파고가 귀를 걸쳐간 것은 아직 부분보다 전체를 보는 능력이 부족함을 드러낸다. 이 정도의 안목을 갖기에는 알파고의 신경망이 단순한 것인가? 또한, 백36에 흑37로 받기 전에 흑B와 백C의 교환을 서둘렀다면 좌변은 완생할 수 있었는데, 알파고가 아직 정교함도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장면도 2>
<장면도 3>은 제 2국의 수순이 좀 더 진행된 다음, 백이 우상귀를 살자고 134로 밀어온 장면이다. 여기서 알파고는 135로 한 칸 뛰어 모양 좋게 받았는데, 그냥 A로 바로 막았다면 백은 살 길이 없다.
▲ <장면도 3>
모양을 파악하는데 아주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된 기술이 적용됐지만, 그 결과 알파고는 종종 모양에 너무 치우친 바둑을 둔다! 3월에는 이러한 문제를 얼마나 개선해서 나올 지 무척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