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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히어로들이 벌이는 싸움은 평범한 지구인들과의 싸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상대를 아래로 집어 던지면 땅이 뚫리고 펀치를 날리면 상대가 빌딩의 고층까지 날아간다.

힘이 장사인 여전사들의 바둑이 딱 그랬다. 펀치가 휙휙 교차하더니, 초반인데도 최정 9단의 돌이 우하에서 통째로 잡혔다. 최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김은지 6단의 전투력은 이미 예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중반은 혼전 양상이었지만 전반적으로 김은지의 형세가 우세했고 그런 상태에서 중반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김은지는 형세가 좋을 때 더 굳건한 우세를 잡겠다는 듯 ‘강하게’만을 외치고 있었다. 이때 최정의 역습타가 제대로 들어갔다. 상중앙 거대한 대마를 최정이 잡아낸 것은 순식간이었다.

송규상 해설위원은 “최정 선수가 이 바둑을 이긴 것은 정말 대단하다. 폭풍 같은 수읽기를 보여줬다. 버티는 힘,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정말 강력하다. 김은지 선수로선 정말 뼈아픈 패배다. 김은지 선수는 강하게 둬야 할 때 물러서고, 물러서야 할 때는 강하게 둔 게 패인이다.”라고 했다



23일 서울 성동구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2023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 제2국에서 최정은 21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하여 종합전적 2-0으로 우승했다. 2021년 초대 우승을 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우승이다.

우승소감을 말하면서 최정은 환하게 웃었다. “바둑이 막 끝나서 여운이 남아 있지만, 기분은 좋다. 작년에는 아쉽게도 우승하지 못했는데, 올해 우승하게 돼 기쁘다.”고 운을 뗀 최정은 “초반에 귀에서 다 죽어서 꽤 나빴다. 이후 김은지 선수가 낙관했는지 느슨하게 두었다. 제가 흑대마를 공격할 수 있게 됐을 땐 바둑이 좀 어려워졌다고 생각했다. 나중엔 형세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서로 실수를 주고받았다.”고 내용을 되짚었다.

하루 전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결승1국에선 최정이 김은지에게 졌다. 그 영향에 대해 최정은 “막상 그렇게까지 괴롭진 않았다. 다행히 오늘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둘 수 있었다.”고 했다.

최정은 5관왕이 됐다. 센코컵 세계여자바둑최강전, 해성 여자기성전,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하림배 여자국수전에 이어 타이틀을 추가했다.

IBK기업은행배에선 최정이 우승했지만 최정과 김은지의 결승전 3번기가 또 다른 기전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에서 진행 중이다. 김은지가 선승해서 우세한 고지에 올라 있다.



지난 4월 예선으로 시작으로 세 번째 대회의 문을 연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는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들과 아마선발전 통과자 4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12명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은 전기 대회 우승ㆍ준우승자 정유진ㆍ박태희와 후원사 시드를 받은 최정과 김채영이 합류해 16강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렸다.

IBK기업은행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한 2023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1200만 원이다. 생각시간으로는 각자 1시간에 40초 초읽기 3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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