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심커피배에서 우승한 신진서는 "예전엔 공부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바둑에 바로 반영되는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시대다. 원성진 선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는 전성기에 들어섰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력은 계속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진서 9단이 입신최강에 올랐다.
작전이 극명하게 갈린 바둑. 이원영 9단의 대세력과 신진서 9단의 타개.
신진서는 상변 → 우변 → 하변으로 윤곽이 그려지던 이원영의 진영을 모조리 부수면서 끝냈다.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9단 중의 9단을 가리는 제2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결승3번기. 10일 곤지암리조트 특별대국장에서 펼친 2국에서 신진서가 18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하면서 종합전적 2-0으로 우승했다. 지난 3일 펼친 1국에서 완승을 거둔 데 이어 2국에서도 완벽하게 승리한 신진서는 20기(2019년) 우승에 이어 이 기전에서 두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신진서는 연승행진 중이다. 2월26일 제41기 KBS바둑왕전 결승에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19연승을 달리고 있다. 올해 37승 3패, 승률 92.5%의 무서운 기세다. 이번 우승으로 통산 타이틀획득수는 '30'으로 늘었다. 신진서는 "목표를 세워본다면, 타이틀 100개 획득은 어렵겠지만 80개까지는 생각해본다."고 했다.
▲ 결승2국에서 앞서 열린 개회식에는 후원사 동서식품에 최상인 상무를 비롯해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한종진 프로기사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 후원사 동서식품의 최상인 상무는 “4년 만에 바둑TV스튜디오를 벗어나 외부에서 진행해 감회가 새롭다”면서 “두 선수께서 맑은 마음으로 대국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파이팅 넘치는 대국 펼치시기 바란다.”고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덕담을 건넸다.
▲ 상대전적에서 신진서는 이원영에게 4승2패로 더욱 앞서게 됐다.
▲ 우승자 신진서(왼쪽)와 준우승자 이원영.
신진서 9단은 “맥심커피배는 저보다 한 살 많다. 그동안 후원에 힘써주신 동서식품에 감사드린다. 이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나오고 싶은 대회고,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4년 만에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전성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 나이 앞 숫자가 바뀔 때가 저의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계를 정해놓진 않았다. 설혹 전성기가 지났다 하더라도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로 맥심커피배 신고식을 치른 이원영은 난적 신민준 9단을 시작으로 박진솔ㆍ한상훈ㆍ한승주 9단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지만, 신진서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동서식품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제2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며, 생각시간으로 각자 10분에 40초 초읽기 5회를 주었다.
▲ 국후 이원영은 “신진서 선수와 겨룰 대국을 앞두고 연구를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좀 해봤다. 초반을 단조롭게 짜면 오래 둘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중반에는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아서 극단적인 수법을 연구했다. 그런데 실전에선 상대 타개가 너무 수준급이어서 역시 통하지 않았다. 다른 방법으로 더 연구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은 아쉽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실력 부족이라 생각하기에 크게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제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바둑의 기술적인 부분은 많이 깨쳤는데, 바둑이 무엇인지를 놓고 정의를 내린 적은 없었다. 다만 탐구하는 중이다.” ('바둑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 후원사 동서식품의 최상인 상무는 아마추어 유단의 실력이다. 결승2국이 진행되는 동안, 바둑TV 해설자 중 한명인 최명훈 9단으로부터 대국 해설을 들었다.
[그림1] 대세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상대에게 미생마가 있다면 이 대세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강력하게 압박해서 얻어낼 것을 얻어내야 타산이 맞는다. 그런 측면에서 이원영의 흑2 붙임은 자연스러운 감각이다. 공격당하는 입장인 신진서도 이원영이 어딘가 붙여오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붙이는 지점이 다를 수 있지만 맥락은 같다.
[그림2] 흑2, 4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강렬하게'를 외친다. 두터움을 믿고 싸운다.
[그림3] 그러나 흑4에 이르러 일관성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림4] 5까지 백이 자세를 잘 잡아서 뭔가 싱겁게 됐다. 여기까지가 실전. 이후 신진서는 흑 진영을 마음껏 부수며 피해없이 타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림5] 인공지능은 흑1을 추천한다. 백이 숨돌릴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림6] 3에는 흑4. 정말 독하다. 공배를 하나라도 더 채워서 백의 약점을 강조한다. 이것 역시 주위 흑의 세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태도다.
[그림7] 흑8까지 압박은 계속된다.
[그림8] 백5로 손을 돌려 보지만, 다시 흑6.
[그림9] 흑4로 단수를 치면서 또 득을 본다.
[그림10] 3까지 우변 백을 이렇게 작게 살려주는 대신 흑은 외곽에서 이득을 본 뒤 4 정도로 향하면 흑이 작전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추격을 계속할 수 있었으리라는 게 인공지능의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