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선두로 나선 박정환.
대국 전 거칠게 싸워야만 승산이 있다고 말했던 이창호 9단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하게 싸웠다. 한국랭킹 2위인 후배와 대국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고전은 어느 정도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박정환 9단은 좌상에서 벌어진 한 번의 전투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충분한 중앙 두터움을 얻었다. 남은 과제는 좌상에서 잃은 실리를 다른 곳에서 여하히 벌충하느냐였는데, 진행하다 보니 좌상도 살았다.
백홍석 해설자는 “좌상까지 박정환 9단이 살리게 되어 이창호 9단이 바둑을 뒤집는 일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3일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2023 YK건기배 본선리그에서 박정환은 하변 이창호의 돌을 압박하면서 승부를 끝냈다 (242수 백불계승). 이창호는 더는 승부처를 찾지 못했다. 대국 내내 박정환이 덤 정도 앞서는 국면을 유지했다.
국후 박정환은 “초반에 어렵다고 봤는데 귀가 산 다음부터는 확실히 백이 많이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계속 신중하게 뒀다.”고 했다. 박정환은 리그 초반 3승으로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이창호는 3패가 되면서 최하위가 됐다.
▲ 한국랭킹 74위 이창호, “처음에 잘 모르는 모양이 나왔다. 박정환 선수가 붙여 왔을 때(80) 잘못 받은 뒤 갑자기 너무 나빠져서 아쉬웠다.”고 했다.
이번 본선리그는 전기대회 우승자 강동윤 9단과 준우승자 박정환 9단이 합류해 본선 진출자 4명, 후원사 시드 2명과 함께 결승티켓을 놓고 8인 풀리그를 펼친다.
본선 리그 1ㆍ2위는 결승에 올라 결승5번기를 통해 두 번째 대회 우승컵의 주인을 가린다.
2023 YK건기배는 지난 대회와 달리 우승ㆍ준우승 상금이 각각 1000만 원씩 증액되는 등 더욱 내실을 갖췄다. YK건기가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23 YK건기배의 우승상금은 6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 원이다. 생각시간은, 시간누적방식으로 기본 10분에 매수 추가로 40초를 준다.
▲ 다음 상대는 신진서 9단. 박정환은 “저보다 실력이 세다는 걸 더 느끼고 있다. 한수한수 최선을 다해서 좋은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 박정환(왼쪽)과 이창호는 2021년 5월24일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서 대국한 이후 679일 만에 대국했다.
[그림1] 백1때 흑2가 예사롭지 않다. 지금 시대에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감각인데, 알파고가 이 수를 처음 보여줄 때만 해도 논란이 많았다. 백을 너무 굳혀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래에도 프로기사들이 잘 사용하지 않을 수로 꼽히던 수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애용되고 있고 이창호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환은 잇지 않고 백3으로 받아서 상변 쪽에 더욱 힘을 주었다. 흑2는 현재에는 탄력있는 수로 평가받는다.
[그림2] 우상과 우변에서 진행이 좀 된 뒤 이창호는 흑2, 4를 결행했다. 이후는 서로 생소한 변화.
[그림3] 백9까지는 이상할 것이 없는 수였는데, 인공지능은 이창호의 흑10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림4] 실전은 7까지 진행되었는데, 백7이 이창호의 예상 밖에 있었던 것 같다. 흑이 다소 불리한 전개가 됐다.
[그림5] 이후 11까지 진행되었다. 흑이 바쁘긴 한데 소득이 없다. (10… ▲)
[그림6] 7까지 진행되었다. 좌상 백을 제압해서 이창호의 실리는 많다. 하지만 이창호는 국후 "맛이 나빠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환도 "좌상은 활용할 곳이 많아서 백이 잘 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림7] 애초에 이창호는 3~7을 둘까도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2선을 기는 판단이 어려웠던 듯하다. 인공지능은 이 진행을 흑 입장에서 최선이라고 봤다.
[그림8] 흑1, 3도 괜찮았다고 한다. 흑11까지면 서로 어려운 싸움.
[그림9] 좀 더 진행됐다. 흑1 다음 백2가 이창호의 생각에 들어있지 않던 수.
[그림10] 이창호는 흑1, 3으로 받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이곳 싸움에서 실패하면서 판이 기울었다.
[그림11] 이하 6까지 좌상에서도 백이 살면서 박정환 우세.
[그림12] 이창호는 상변에서 흑이 엷어졌다며 후회했다. 인공지능의 추천은 흑2로 받는 것. 4까지, 흑은 차분히 따라갔어야 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