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 9단.
‘실리를 차지할까 두터움을 얻을까’ 판단하기 어려운 숙제가 지속된 한판이었다. 수읽기도 수읽기지만 판단이 무척 중요했다.
초반은 공격을 주무기로 하는 최정이 득점했다. 이른 시기에 좌변에 쳐들어온 흑을 향해 빗발치는 듯한 포격을 가했고 이에 김채영이 쌈지 뜨고 살면서 최정이 우세해졌다. 얼핏 김채영이 최정의 진영에서 잘 산 듯 보였지만 AI는 최정의 두터움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우하 접전에선 김채영이 성공하며 전체적인 실리에서 앞섰는데, 좌중앙에서 실리와 두터움을 놓고 선택이 어려웠다. 김채영은 실리를 포기하고 두터움을 선택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로써 형세는 다시 팽팽해졌다. 마지막 중앙전에서 최정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6일 성남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펼친 2022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결승5번기 2국에서 최정이 184수 만에 김채영 7단에게 백으로 불계승하며 중간전적 2-0으로 앞서고 있다.
▲ 최정(왼쪽)과 김채영이 복기를 하고 있다. 내내 판단이 어려웠던 바둑이었던 만큼 복기할 곳도 많았다. 상대전적에서는 최정이 26승5패라는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국후 최정은 “초반 기분 좋게 출발했다고 생각했다. 이후 변화가 엄청나게 많았다. 좋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고 만만치 않아졌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마지막에 흑돌을 잡아서 우세해졌다. 계속 어려운 부분이 많긴 했는데 마지막 중앙 싸움에서 흑(김채영)이 잘 두면 어려운 변화가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했다.
3국은 7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다.
김채영은 “1국도 그렇고 2국도 그렇고, 그 전에 최정 선수랑 둘 때 잘 안 풀렸을 때보다는 좋은 내용이어서 제 바둑을 두었다고 생각한다. 3국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최정은 “1국부터 운이 많이 따라줘서 마음이 많이 편하다. 최대한 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김채영 7단.
[그림1] 실전에서 김채영이 흑1에 두어 백2와 교환한 후 3에 두어 타개하려고 했는데, AI의 평가가 좋지 않았다.
[그림2] 흑1~4까지의 교환을 거친 뒤 5로 사는 편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림3] 이어서 10까지 사는 형태가 더 좋았다고 AI는 추천했다.
[그림4] 김채영이 흑1로 두었을 때 최정이 백2에 두었다. 김채영은 3으로 관통하는 형태를 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좌변을 지키는 편이 나았다.
[그림5] 흑1로 받아서 13까지의 수순이라면 백에게 실리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림6] 최정이 백1로 두었을 때 김채영이 단순히 흑2로 연결했는데 그 사이 백은 3으로 두었고 흑세모가 백의 수중으로 들어가면서 최정이 승기를 잡았다.
[그림7] 그냥 잇지 않고 흑1로 두는 게 좋았다고 한다. 백2, 4로 차단하면 흑11까지 수습한다.
[그림8] 백이 1로 상변을 바로 차지하자고 하면 흑2~9까지의 수순을 거친 뒤 10으로 끼운다는 계획. 백A엔 흑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