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지 선수를 만나면 유독 더 강하게 두는 것인가?’란 중계진의 물음에 최정(오른쪽)은 “워낙 강한 선수이기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용이 그렇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멀고 먼 길을 떠나야 할 듯 보였다. 한데 최정 9단의 검이 한번 번뜩이더니 김은지 5단의 대마가 죽었다.
19일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 결승3번기 1국에서 최정이 18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바둑을 마친 뒤 최정은 “3번기에선 1국이 진짜 중요한데, 1국에서 이겨서 편안하다. 그래도 내일 2국을 잘 준비하겠다. 바로 내일이기에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준비하긴 어렵다.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겠다. ”고 했다.
포석에 관해선 “포석은 준비해 왔던 것인데 실전에 어땠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서로 의도대로 둔 것 같다.”고 했고 김은지의 대마를 잡은 데 대해선 “구(口)자( 83) 가면 (상대 대마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실전에서 젖혀 놓은 것(85)은, 해놓지 않는다면 찝찝할 것 같아서였다.”고 했다.
[그림1] 김은지가 백1에 두었다. 일견 급소 같았지만 빗나간 곳이었다. 최정이 흑2의 마늘모부터 시작해 4의 젖힘 후 6의 치중의 수순으로 진행하면서 하변 백 대마를 잡았다. 갑작스럽게 모든 일이 벌어졌다.
[그림2] 앞 그림 젖힘으로는 1의 공격도 좋다. 효과도 괜찮다. 하지만 잡을 순 없다. 백6까지 진행한 뒤-
[그림3] 흑1로 젖혀 보아도 8까지, 백으로선 불리하나마 살 순 있다. 그러므로 실전에서 최정이 대마를 잡으러간 수순은 정확했다.
▲ 최정이 음료수를 대국 테이블 한쪽에 놓고 있다.
▲ 109개월 연속 한국여자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최정. 지난달엔 세계 바둑역사에서 한번도 없었던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전체 기사가 참가하는 메이저세계대회(삼성화재배)에서 여자기사로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 ‘포스트최정’으로 불리지만 김은지는 최정에게 단 한 판도 이겨보지 못한 채 7전 전패를 하고 있다.
2국은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최정이 승리한다면 바로 우승이 결정되며 김은지가 이긴다면 26일 3국에서 최종 승부를 벌이게 된다.
2017년 한국제지의 후원으로 창설된 여자기성전은 올해부터 모기업인 해성그룹에서 후원하며 규모를 크게 키웠다. 지난 대회까지 16강으로 열렸던 본선을 24강으로 확대했고, 총 상금도 5600만원 상향한 1억 2100만 원을 책정했다. 우승상금과 준우승상금도 5000만원, 2000만원으로 국내 여자기전 최대 상금이다.
해성그룹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의 생각시간은 각자 1시간, 40초 초읽기 3회다.
▲ 영예의 우승 트로피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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