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은 3단(왼쪽)이 정유진 3단을 제압하며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 본선 개막전 축포를 터뜨렸다. 2003년생 19세 김경은은 2017년 입단했으며 지난해 난설헌배에서 8강에 오른 바 있다. 현재 여자랭킹 14위다.
여자바둑대회 중 상금(우승상금 5000만원)이 국내 최대인 해성 여자기성전의 본선이 26일 시작됐는데 개막전 내용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개막전은 김경은 3단과 정유진 3단의 대결이었다. 다음 세대 한국 여자바둑을 책임질 신예 간판들의 대결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는데, 너무 긴장한 탓이었을까 정유진이 중반에 회돌이축을 착각하면서 천하의 요석이 잡혀 일찌감치 김경은에게 승부가 기울었다. 김경은은 18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상대전적은 이 대국 전까지 4승2패로 김경은이 앞서고 있었지만 타이틀홀더(IBK기업은행 여자바둑마스터스)인 정유진의 우세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는데, 김경은이 정유진의 실수를 찌르면서 완전히 압도했다. 바둑판 한복판이 설원으로 변한 이후 김경은은 중반을 지배했다.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송태곤 9단은 “초반 두 선수 모두 공부가 잘 되어있어 팽팽했지만 정유진 선수가 착각을 하면서 일찌감치 바둑이 기울었다. 이후 김경은 선수가 빈틈을 보여 어려워질 뻔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정유진 선수가 반격하는 정확한 수순을 찾기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 24강전에서 승리한 김경은(왼쪽)은 상대전적에서 정유진에게 5승2패로 앞서게 됐다.
김경은은 “사실 (회돌이) 축으로 잡기 전에는 (중반 형세가) 어렵다고 보고 있었다. (나중엔) 조금 더 두텁게 마무리했으면 좋았겠다.”고 내용을 뒤돌아봤다.
다가올 16강에서 김경은은 김혜민 9단과 대국한다. 김경은은 “앞으로 한판 더 이기고 싶다. (김혜민) 사범님 살살해 주세요(웃음).”라고 했다.
2017년 한국제지의 후원으로 창설된 여자기성전은 올해부터 모기업인 해성그룹에서 후원하며 규모를 크게 키웠다.
지난 대회까지 16강으로 열렸던 본선을 24강으로 확대했고, 총 상금도 5600만원 상향한 1억 2100만 원을 책정했다. 우승상금과 준우승상금도 5000만원, 2000만원으로 국내 여자기전 최대 상금이다.
해성그룹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의 생각시간은 각자 1시간, 40초 초읽기 3회다.
▲ 2006년생 16세 정유진. 2019년에 입단했으며 여자기성전에서는 2021년 4위까지 오른 바 있다. 현재 IBK기업은행 여자바둑마스터스 타이틀을 보유했다. 여자랭킹 23위.
[그림1] 정유진이 흑1로 끊었고, 김경은이 백2로 단수쳤다. 문제의 장면이다.
[그림2] 그저 흑1로 늘었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이다. 백은 2로 두려고 했을 것이다.
[그림3] 흑1~5까지면 길고 긴 바둑.
[그림4] 정유진이 흑1로 끊은 것이 착각. 김경은이 몇 가지를 확인하며 뜸을 들인 뒤 백2로 단수쳤고, 정유진은 얼어붙었다. 중앙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던 돌이 갑자기 잡힌 상황이라서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거의 난 셈이나 다름없었다.
[그림5] 참고로, 흑1로 나간다면 이하 12까지 회돌이축이 된다. 흑은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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