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인 9단이 타계한 뒤 바둑서지학자 안영이 선생, 조훈현 9단 등 바둑계 인사와 함께 많은 이가 조문을 이어갔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사의 면모로는 악착같지 않았고 선비요 도인의 풍모가 있었던 김인 9단을 추억했다.
그는 한국프로바둑에서 두번째 9단이었다. 60~70년대 전성기였던 당시 실력으로 보아선 ‘1호 9단’이 될 수 있었으나 전성기를 지난 조남철 선생이 만년 8단인 사실을 의식해 9단 승단에 억척스럽게 도전하지 않았다. 한국바둑의 개척자이자 선배인 조남철 선생을 존경하고 예우했다 (첫 9단은 조훈현이 되었다).
▲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후배들에게도 그런 모습이었다고 한다. “오늘 승단판입니다.”라고 말해오는 후배가 있으면 굳이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당시 승단은 단에 따라 받는 단수당이 달랐고 1·2차 예선커트라인도 달랐고 밖에서 받는 예우도 달랐다. ‘상대를 이기는 것이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현실파 가운데서 승부철학이 달랐다고 봐야 할까.
김인 9단을 끝으로 한국바둑계의 낭만, 멋스러움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임종 전 간암으로 말미암아 몸 상태가 악화하자, 입버릇처럼 “그냥 화장해서 뿌려다오. 무덤이고 뭐고 흔적을 남기지 마라.”는 뜻을 유족에게 전했다.
고인의 뜻을 받들어 화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6일 발인이다. 오전 9시 서울 신촌병원 1층에서 영결식을 치르고 벽제화장터로 이동해 화장한 뒤 한국기원을 들러서 다시 장지(경기도 광주 시안추모공원)로 이동한다. 조남철 선생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한국기원장으로 치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