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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밤 바둑리그서 한상훈과 복기 중인 원성진(왼쪽). 그는 이 판을 이겨 12전 전승과 함께 정규시즌 다승왕을 결정지었다. /한국기원

○● 출처 조선일보- 36세 원성진 “10년 뒤에도 최전방에서 뛸 것” ☜ 기사 원문 보기 클릭

프로바둑 세계에선 20대 초중반까지가 절정기다. 서른이면 환갑으로 친다. 불세출의 강자 이창호 이세돌조차 ‘마의 30고개’에 들어선 뒤 내리막이 시작됐었다. 이 자연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기사가 85년생 ‘원조 송아지’ 원성진(36) 9단이다.

2017년 4월을 마지막으로 랭킹 10위권에서 사라졌던 그가 무려 46개월 만인 최근 재진입에 성공했다. 12월 18위, 올 1월 12위에서 2월 9위로 점프했다. 이 랭킹대(帶)에서 2개월 만에 아홉 계단 도약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바둑리그서 유일하게 전승(12승)을 기록 중인 원 9단과 인터뷰했다.

-신진서 박정환마저 따돌리고 바둑리그 정규 다승왕이 확정됐다. 개인적으로도 2010년 11승 5패를 넘어선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해마다 시즌 초 부진하다 중반 이후 조금씩 만회하는 흐름이었죠. 올해는 초반이 잘 풀려 편하게 둘 수 있었고, 그것이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2승만 추가하면 정규 시즌을 무패로 마감한다. 지난해 신진서(16승)에 이은 전승 마무리를 기대해도 될까.

“솔직히 약간 욕심도 납니다. 하지만 단체전인 만큼 개인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소속 팀(셀트리온)이 지난해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꼭 풀고 싶어요.”

-다른 기전 활약도 눈부시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15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도약의 비결이 뭔지 모두들 궁금해 한다.

“심리적 요인이 큰 것 같아요.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 있게 두니 성적도 따라오네요. 나이 들면 쇠퇴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 더 열심히 두는 면도 있고요.”

-구체적인 비결을 듣고 싶은데.

“나름 꾸준히 공부해 온 효과가 나타난 셈이랄까. 제대(2015년 2월) 직후 실전량을 늘려야겠다고 판단해 국가대표 리그에 들어갔죠. 어느덧 6년이 됐는데 요즘도 매주 2일 참가합니다. 젊고 강한 후배들 틈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전력투구하다 보니 긴장감 유지 효과도 커요. 인터넷 속기도 많이 두는 편입니다. 한 달 100판 정도?”




-공부 방법이나 생활 습관 변화는 없나?

“필라테스와 헬스를 2년째 열심히 해오고 있습니다. 운동 안 했으면 체력적으로 견뎌내지 못했을 거에요. 인공지능(AI) 활용은 남들이 하는 정도 하고 있습니다. 내 대국보를 입력해 찍어보고 AI의 감각을 흡수하는 식이지요.”

-최근 끝난 제25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서 최고령 출전자로 8강까지 올랐다. 아쉽게 커제에게 막혔지만 놀라운 투혼이었다. 앞으로도 세계대회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저는 10년 뒤에도 최전방 승부사로 뛴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어요. 세계대회 우승까지는 몰라도 결승 진출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98년 입단해 프로생활 24년차로 접어든다. 언제 가장 힘들었나?

“2년 전 성적이 크게 떨어져 방황했습니다. 방송 해설자, 지도자 등으로의 전환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죠. 결국 다른 분야에서 성공해도 바둑 승부가 주는 행복감보다는 못 할 것이란 결론을 내렸고, 그 뒤 최대한 승부에 집중했습니다.”

-송아지 3총사끼리는 자주 만나는지?

“(최)철한이는 아이가 둘인 데다 바빠서 좀 뜸하고, (박)영훈이는 연구실서 자주 봅니다. 평생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온 소중한 친구들이죠. 앞으로도 계속 경쟁인데 더 간절하고 노력하는 쪽이 좀 더 오래가겠죠. 부모님과 아내(이소용 바둑캐스터)에게 늘 감사하면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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