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아 4단이 최정 9단의 초대형 대마를 잡기 일보 직전, 최정이 들고나온 1선 마늘모(162)가 오정아의 심장을 흔들었다.
그 수를 보자 더는 잡으러 가는 수가 안 보였다. 최정의 마늘모는 성립하지 않는 수였다. 시종일관 완벽한 바둑을 두고 있던 오정아는 마치 눈이 가려진 듯 정확한 다음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최정은 대마를 살려냈다.
“던지기 전에 몇 수 두어보던 것 같았는데 수가 났다.” 바둑TV에서 해설하던 이현욱 9단 얘기다.
3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펼친 제4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16강전에서 최정이 오정아에게 218수 만에 백불계승하며 8강에 안착했다.
3시간 13분 동안 펼친 혈전이었다. 중반, 최정은 패색이 짙었다. 좌하 방면에서 오정아의 말을 잡았지만 그 대가로 우변에 거대한 세력을 허용했다. 더 늦기 전에 우변으로 뛰어들었지만 잡힐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오정아가 대마에 맹공을 가했고 최정은 꼼짝없이 대마가 잡히게 된 상황. 최정은 있는 수 없는 수 다 두어보던 중이었는데 일선마늘모가 성공을 거두면서 극적으로 대마가 살았다. 그와 동시에 승부도 끝났다.
최정은 “내용이 너무 안 좋았다. 초반에 좀 약간 착각이 있어서 너무 잘 싸바름 당해서 계속 나빴던 것 같고, 나중에 좀 더 잘 버티는 게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원래는 (대마가) 죽는 것이었다. 1선 구자에 상대가 1선을 이어서 받아두었으면 아무 수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에 패가 냈을 때도 (상대가) 잘 버텼으면 어려웠을 것 같고… 운이 따른 것 같다.”고 했다.
▲ 대국 전, 웬만하면 눈을 지긋이 감고 묵상하는 최정.
▲ 오정아를 맞아 고전을 거듭했던 최정은 “(오정아 선수는)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다. 두터운 바둑을 잘두어서, 저도 두텁게 짜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내용이 안 좋아서 많이 아쉽다.”면서 “요즘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했다(웃음) 최근에 바둑리그도 뽑히고… 그랬는데, 오늘 보니까 훨씬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남은 대국도 잘 준비하겠다.” 고 말했다.
▲ 오정아.
▲ 여자기성전 2연패 중인 최정은 국후 “이번 대회에서 오정아 선수(오른쪽)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인데 이겼다.”고 말했다.
제4회 한국제지 여자棋聖전은 한국제지가 후원,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다. 총 규모 1억 8000만원,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 상금이 1000만원이다. 생각시간으로 각자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를 준다.
대회 후원을 맡은 한국제지는 복사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유일 생산 복사지 ‘miilk’와 고품질의 인쇄용지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제지 종합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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